2012년 10월 23일 화요일

각시탈 보조출연자업체, KBS와 ‘계약위반’ 정황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0-22일자 기사 '각시탈 보조출연자업체, KBS와 ‘계약위반’ 정황'을 퍼왔습니다.
태양기획 “고 박희석씨는 이준기획 소속”…계약서에는 “하도급 금지”

지난달 종영된 KBS 수목드라마 (각시탈)의 보조출연자 공급업체인 태양기획이 권리의무를 제3자에게 양도하거나 하도급을 할 수 없다는 KBS와의 용역계약을 위반한 정황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미디어오늘이 22일 (각시탈) 보조출연자 고 박희석씨의 유가족에게 입수한 태양기획과 KBS 간에 체결한 ‘보조출연 외부용역 계약서’의 8조 ‘권리의무 양도·하도급 금지’ 조항에 따르면 ‘각 당사자는 상대방의 사전 서면 동의 없이 본 계약상의 권리의무를 제3자에게 양도하거나 하도급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이 조항을 어겼을 경우 각 당사자는 서면통지로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다. 또한 계약서에 따르면 태양기획이 KBS의 보조출연용역을 수행하기 위해 보조출연자의 산업재해보상보험 또는 상해보험 등에 가입해야 한다.
그러나 태양기획은 지난 4월 고 박희석씨가 촬영현장으로 이동하다 발생한 버스전복사고로 사망한 이후 줄곧 박씨의 사용자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태양기획은 박씨의 고용주가 이준기획(태양기획 12지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KBS와 보조출연자 공급업체 태양기획이 체결한 '보조출연 외부용역 계약서' 일부 ⓒ각시탈 보조출연자 고 박희석씨 유가족

유가족으로부터 산재 보상 청구를 접수한 공단도 처음에는 고용사업주를 혼동했다. 유가족은 지난 5월 태양기획 소재지를 관할하는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지사에 산재 보상 청구서를 제출했으나, 남부지사는 태양기획이 아닌 태양기획의 ‘12지부’인 이준기획을 고용자로 판단해 이준기획 소재지 관할인 공단 서부지사로 사건을 이첩했다. 태양기획의 각 지부는 보조출연자를 모집하는 역할을 한다.

이에 대해 유가족은 지속적으로 공단에 문제 제기를 해 공단은 4개월 만에 태양기획을 박씨의 고용사업주로 인정하고 산재를 승인했다. 고용노동부는 고 박희석씨 사건을 계기로 공단에 내려 보냈던 ‘보조출연자는 근로자가 아니다’라는 행정해석을 폐기하고 ‘보조출연자의 근로자성을 판단기준에 따라 판단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에 따라 보조출연자가 소송 없이 공단에서 산재를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공단의 산재 승인 결정에도 태양기획은 여전히 자신들은 고용사업주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박현성 태양기획 이사는 2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고 박희석씨가 이준기획 소속이라는 입장은 지금도 변함없다”고 말했다.
박 이사는 “보조출연자들이 근로자로 인정돼 산재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 나쁜 일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방송사와 제작사에서 보조출연자 출연료를 지급할 때 산재보험료를 지급하지 않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그 부분이 수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 고 박희석씨 산업재해보상보험연금증서. 박씨의 사업장이 태양기획으로 명시돼 있다. ⓒ각시탈 보조출연자 고 박희석씨 유가족

박 이사는 공단이 고 박희석씨의 소속을 태양기획으로 인정한 점에 대해 “공단에서 (근로자의) 소속을 판단하는 기준이 6~7가지 정도인데 (고 박희석씨가) 태양기획 진행자의 통솔을 받았다는 것 외에 나머지는 이준기획 소속인 게 더 많다”며 “한 가지만 해당되는데 왜 태양기획이 고용사업주가 되느냐는 반문에 근로복지공단은 뾰족한 대답은 못했다”고 주장했다.
태양기획은 고 박희석씨의 고용사업주가 이준기획이라고 주장하면서도 하도급을 준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박 이사는 “이준기획은 태양기획의 도급보조인이다. 도급보조인에게 일을 줬다고 무조건 하도급은 아니다”라며 “어떤 일을 성취하는데 대다수는 태양기획이 하고 일부분은 보조를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고 박희석씨의 유가족은 “태양기획이 고용주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하도급을 줬다는 의미”라며 “고용주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하도급을 준 것도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결국 자기들 상황에 따라 마음대로 해석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유가족은 이어 “태양기획은 외형상 하도급 행위를 해서 책임을 면하고자 했다. 실질적인 내용을 보니 책임을 면하기 위한 부도덕한 행위였다”며 “유가족이 지난 5월부터 고용사업주 관계로 근로복지공단과 분쟁하고 있었고, 이 같은 사항을 KBS에 전달했기 때문에 KBS에서도 계약위반 사항을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KBS 드라마제작국의 정성효 EP는 “우리는 (보조출연자들이) 태양기획 보조출연자로 활동을 하니까 태양기획 소속으로 알고 있었다”며 “유가족이 (고 박희석씨에 대해) ‘태양기획에서 재하청을 준 업체 소속이라고 주장한다’고 말해 알았다”고 밝혔다.
그는 “KBS와 태양기획이 체결했다는 계약은 작품계약이 아니라 업체에 자격을 주는 기본용역계약으로 제작부서와 관계가 없다”며 “의 경우 팬엔터테인먼트와 태양기획이 용역계약을 맺었다”고 말했다.
용역계약 당사자인 콘텐츠 본부장은 이날 KBS 국감 일정을 이유로 연락이 닿지 않았다.

▲ 서울 여의도 태양기획 앞 고 박희석씨 유가족의 농성장에 걸린 현수막. 유가족은 태양기획이 사용자임을 인정할 것을 요구하며 지난 9월 24일부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조현미 기자

김형동 변호사(한국노총 중앙법률원)는 “태양기획이 이준기획에 완전하게 도급을 줬다고 하면 계약 위반으로 책임을 질까봐 ‘도급보조인’이라는 중간영역을 만들어냈지만 ‘보조인’이라는 자체도 결국 태양기획이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하는 말”이라고 말했다.

유가족은 “우리 사건의 경우 태양기획이 뭐라고 해도 근로복지공단이 태양기획을 실질적인 고용사업주로 확정지어서 앞으로 변동사항은 없다”며 “그러나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 보조출연자의 경미한 산재 사고의 경우 또 지부장들에게 책임을 묻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지난 4월 MBC 드라마 (무신)에 출연했다가 사고를 당한 보조출연자 김아무개씨의 경우 태양기획이 고용주라고 인정하지 않았고, 근로복지공단 남부지사도 태양기획의 지부인 ‘동인’을 고용사업주로 인정해 지난 8월 산재 불승인을 내렸다. 당시는 '보조출연자는 근로자가 아니다'라는 고용노동부 유권해석이 적용됐다.
한편 2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확인 국감에 증인으로 채택된 이강용 태양기획 대표이사는 이날 질병을 사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유가족은 “일주일 전 이 대표를 봤을 때 멀쩡해 보였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감추지 못했다. 

조현미 기자 | ssal@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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