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11일 목요일

‘북풍’ 불 안 붙네… 실체 없는 ‘비공개 대화록’ 연일 바람몰이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0-10일자 기사 '‘북풍’ 불 안 붙네… 실체 없는 ‘비공개 대화록’ 연일 바람몰이'를 퍼왓습니다.
[비평] 100조 퍼주기 비공개 대화록? 이재정 전 장관 “황당한 허위사실, 왜곡보도 중단하라”

새누리당이 연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앞으로 서해 NLL(북방한계선)을 주장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며 공세수위를 높이고 있다. 새누리당 이철우 원내대변인은 9일 ‘국정조사’까지 제안한 상태다.

그런데 민주통합당과 참여정부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 전 대통령을 수행했던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 김만복 전 국정원장, 백종천 전 청와대 안보실장은 이에 대해 “허위사실”이라고 일축했다. 3인의 공식 수행원들은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노 전 대통령과 김 전 위원장의 어떤 ‘단독회담’도 없었다”며 “이와 관련해 ‘비밀녹취록’도 없다”고 말했다.

8일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이와 같은 주장을 한 이후, 진실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관심 가는 대목은 일부 언론의 보도다. 정문헌 의원과 새누리당이 노 전 대통령이 저 같은 발언을 했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노 전 대통령과 김 전 국방위원장 간의 ‘비공개 대화록’이지만, 정작 비공개 대화록의 실체는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 조선일보 10월 10일자. 6면.

그런데 일부 언론에서는 이것이 이미 핵심 대선이슈로 자리 잡았다. 조선일보는 10일 6면 제하 기사에서 이 문제에 대해 “올해 대선 안보 핵심이슈”라고 표현했다.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국방부 사이의 NLL을 둘러싼 갈등을 설명했다. 문화일보는 아예 9일자 1면 톱기사로 “10·4합의 최대 100조 퍼주기 ‘비공개 대화록’”이라며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근거로 ‘비공개 대화록’의 존재를 못 박았다.

문제는 ‘비공개 대화록’이 어디에 있느냐다. 이재정 전 장관 등은 10일 기자회견에서 “정문헌 의원이 주장하는 (단독회담 시점인) 10월 3일 오후 3시는 정상회담의 오후 회담이 한창 진행되고 있던 시간”이라며 “당시 회의 진행 모두 공식적 합의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상회담에서 정 의원이 주장한 ‘여러 가지 허위사실’을 언급한 바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이 전 장관은 기자회견 이후 원내 민주당 대변인실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비공개 대화록’은 없고 공식 대화록은 있지만 이것은 1급 비밀인가증을 가진 사람만 열람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장이 사실도 아니지만, 봤다면 이걸 어떻게 봤는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결국 실체가 불분명한 ‘비공개 대화록’이 새누리당에서 흘러나와 일부 언론을 타고 ‘대선 핵심이슈’로 자리 잡은 모양새가 됐다. 대부분의 언론들이 이번 사건을 진실공방 혹은 논란으로 다루고 있지만 정작 ‘비공개 대화록’이 어디서 흘러나왔는지에 대한 의문이 없다.

▲ 동아일보 10월 10일자. 6면.

동아일보는 이날 6면 (여 “노-김 대화록 국정조사”, 야 “황당한 날조”)제하 기사에서 “어느 쪽 주장이 진실인지는 당장 판가름하기 어렵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여야 대선후보들의 대북정책은 10·4선언에 대한 태도를 기준으로 보다 뚜렷하게 나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언뜻 사실여부와는 별개로 대선주자들의 대북정책이 이슈로 떠올랐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지만,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비공개 대화록’을 전제로 10·4선언이 대북 퍼주기, NLL 포기로 비춰지는 상황에서, 10·4선언에 대한 존중 입장을 밝힌 야권 후보들에 대한 공세의 신호탄으로도 볼 수 있다.

이재정 전 장관 등은 “남북관계 동북아 평화를 위해 일부 언론처럼 정문헌 의원의 일방적이며 왜곡된 주장을 사실인양 몰아가는 보도를 즉각 중단해 달라”며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이런 허위사실에 농락당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근 기자 | dal@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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