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23일 화요일

검찰 신뢰도, 위험수위까지 추락


이글은 시사IN 2012-10-23일자 기사 '검찰 신뢰도, 위험수위까지 추락'을 퍼왔습니다.
검찰의 신뢰도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망한 2009년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구·경북과 고려대를 뜻하는 TKK 인사들이 요직을 장악했고 흐트러진 인사는 끊임없이 수사 형평성 논란을 일으켰다.

10월9일 부산고검 국감에서 ‘황제검사’ 논란이 불거졌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김진모 부산지검 1차장 검사에게 민간인 불법 사찰을 물었다.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이 “답변하지 말라”며 김 검사를 변호했다. 권 의원은 “부산고검과 지검에 대한 감사에서 민간인 불법 사찰에 대한 질문은 하지 않기로 이미 법사위 여야 간사 사이에 합의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박영선 법사위원장이 “어떤 사람은 질의해도 되고, 어떤 사람은 안 되는 국감이 어디 있느냐. 김진모 차장검사는 황제검사냐”라고 질타했다. 이날 국감은 새누리당 의원들이 모두 퇴장하면서 반쪽 국감으로 끝났다. 

황제검사 논란에 휩싸인 김진모 차장검사는 MB 정부 청와대에서 민정2비서관을 지냈다. 이명박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그는 민간인 불법 사찰 증거인멸에 연루된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은 장본인이다.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지난 3월 그의 연루 의혹을 폭로했고, 진경락 전 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은 중앙징계위원회에 낸 탄원서에서 “민정수석실의 K, C 비서관이 증거인멸을 강력하게 요구했다”라고 주장했다. 진씨가 지목한 K 비서관이 바로 김 검사이다. 김 검사는 한 차례 비공개 소환조사를 받고 친정인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는 지난 7월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검찰 인사에서, 동기(19기) 가운데 선두주자로 ‘검찰의 꽃’인 검사장에 올랐다. 야당은 보은인사라고 비판했다. 

ⓒ청와대제공 지난해 8월12일 이명박 대통령이 한상대 검찰총장(사진 왼쪽)과 권재진 법무부 장관(오른쪽)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또 다른 보은인사로 분류되는 최교일 서울지검장은 최근 출입기자들과의 오찬에서 내곡동 사저 매입 의혹 수사와 관련해 대통령 일가에 대한 부담 때문에 기소를 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최 지검장은 경북 영주 출신으로 고려대를 나와 이명박 정권 출범 직후 서울중앙지검 1차장에 올랐다. 수사, 정연주 KBS 전 사장 사건을 지휘했다. 법원에서 모두 무죄가 났지만, 오히려 그는 승진가도를 달렸다. 검찰 내 빅4 요직으로 통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을 거쳐, 지난해 서울중앙지검장에 올랐다.   검찰 개혁이 차기 정부의 큰 숙제

두 사람을 보면, 검찰이 왜 신뢰도가 낮은지 짐작할 수 있다. 그동안 조사에서 국가기관 신뢰도를 세 번 물었다. 2009년 8월, 2010년 9월, 그리고 이번 조사. 2009년 조사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로 검찰은 가장 불신 받는 국가기관으로 뽑혔다. 10점 만점에 4.01점을 받았다. 조사 당시 응답자 47.1%가 불신했다. 2010년 조사에서는 4.19점으로 약간 올라갔지만 이때도 권력기관 가운데 최하점이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검찰은 다시 4점을 받았다. 검찰에 대한 불신이 가장 강할 수밖에 없었던 2009년과 같은 낮은 신뢰도이다. 응답자 45.5%가 검찰을 불신했다. 나이대별로는 30대(55.1%)와 40대(49.2%)의 불신도가 강했고, 지역으로는 서울(46.5%), 경기(49.8%) 등 수도권과 호남(47.9%)의 신뢰도가 낮았다. 


검찰이 불신을 자초한 건 최교일 지검장, 김진모 차장검사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인사’ 요인이 크다. 이명박 정부의 검찰 인사는 보은인사의 절정이다. 보은인사의 열쇳말은 TKK(대구·경북+고려대)의 약진이다. 끼리끼리 끌어준 것이다. 김경한(경북)·이귀남(고려대)·권재진(경북) 법무부 장관 인사도 TKK 원칙에 충실했을 뿐 아니라 이명박 정부 초기부터 검찰 요직을 TKK 인사들이 독차지했다. 검찰총장(한상대·고려대), 대검 중수부장(최재경·대구고), 서울중앙지검장(최교일·고려대-경북) 등 임기 막바지까지 주요 자리에 포진해 있다. 

흐트러진 인사는 끊임없이 수사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최근 사례만 보더라도 수사 관할에 따른 배당이라며 현영희 새누리당 의원의 공천 헌금 사건을 부산지검으로 내려 보냈다. 양경숙 공천 헌금 사건은 총장 직할 부대인 대검 중수부가 맡았다. 누가 보더라도 이상한 배당 방식이었다. 현영희 의원 공천 헌금 사건은 꼬리자르기로 끝났다는 비판을 받았다. 선관위가 공천 헌금 종착지로 지목한 현기환 전 의원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대검 중수부까지 나섰지만 양경숙 사건은 사실상 공천 헌금 사건이 아니라, 공천 사기 사건으로 마무리되었다. 

ⓒ뉴시스 검찰에 출석한 현영희 의원.

또 서울중앙지검은 4대강 건설사 담합 사건과 4대강 건설 과정의 대우건설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을, 일이 몰리는 형사부에 배당해 수사의지를 의심케 했다. 최근에서야 4대강 공사과정의 현대건설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을 특수부에 처음으로 배당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내곡동 사저 매입 의혹 수사와 관련해 이시형씨를 소환조차하지 않고 서면조사로 무혐의 처분했다가 특검을 자초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에 대한 불신이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어느 후보가 당선하더라도 다음 정부의 주요한 과제 중 하나가 검찰 개혁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검찰과 함께 신뢰도가 낮은 국가기관은 국회(3.06)가 꼽혔다. 무소속 후보로 나선 안철수 바람에서 드러나듯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은 고착화된 지 오래라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검찰 이외 국가기관 신뢰도 역시 2010년 조사와 비교해보면 하락세이다. 경찰은 4.87점→4.58점, 국가정보원은 4.55점→4.28점, 국세청은 4.98점→4.78점을 받았다. 대법원도 4.75점에서 이번에는 4.54점으로 낮아졌다. 대법관 퇴임 뒤 곧바로 박근혜 캠프로 이동한 안대희 전 대법관이나 검찰 출신으로 스폰서 의혹을 받다 낙마한 김병화 대법관 후보가 불신을 높인 원인으로 보인다.

고제규 기자  |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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