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노컷뉴스 2012-10-22일자 기사 '"모든 것이 불법!"…부모님 지켜줄 요양보호사들이 떠나간다'를 퍼왔습니다.
소처럼 부려먹고 월급도 제대로 안 줘…해당 기관 단속 없어 속수무책

50대 초반의 김명순 씨(가명,여)는 장기요양등급 1,2급 판정을 받은 노인들을 보살피는 요양기관에서 일하는 이른바 '시설' 요양보호사다.
김 씨가 지난달 말 근무했던 서울시내 A요양원을 때려친 것은 소처럼 부려먹으면서 한 달에 120만원 밖에 주지 않았던데다, 온갖 불법이 판치는 데도 나몰라라 하는 감독 관청의 행태를 더는 지켜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전에도 1년 이상 근무했던 시설의 부당한 대우를 눈감을 수 없어 노동부에 고발을 했고, 이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적이 있다.
김 씨에 따르면 대부분의 요양원은 12시간 2교대제나 24시간 격일제 형태로 요양사들을 근무시킨다. 이런 경우 필연적으로 야간근무나 휴일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데 이에 따른 수당은 한 푼도 없다.
◇"요즘 소도 그렇게 빨리 안먹어"…식사 시간 10분, 쉴 틈도 없어
저임금에 근무시간이 길어서만이 문제는 아니다. 12시간, 24시간 일을 하면서도 쉴 수가 없다. 밥을 먹을 시간도, 커피 한 잔 할 시간도 없고 마땅한 휴게 공간도 없다.
쉴 시간이 없는 것은 하나부터 열까지 거의 모든 일을 요양보호사들이 하기 때문이다. 원래 요양보호사들은 노인들을 돌보고 수발하는 일만 하면 되지만 현실은 전혀 딴판이다.
김 씨는 "청소에 빨래, 밥짓고 설거지하는 주방 일까지 안하는 게 없다. 파출부다 파출부...", "심지어 해서는 안되는 의료행위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법적인 의료행위까지 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요양보호사들을 최대한 적게 써서 비용을 아끼려고 하기 때문이지만 이는 명백한 불법이다.
규정에 따르면 요양보호사 1명이 돌볼 수 있는 노인은 2.5명이다. 그런데 이런 규정을 지키는 곳은 거의 없다. 김 씨가 처음 일했던 구립 요양기관 조차도 이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
◇요양보호사 실상…1명당 10명 돌봐, 밤에는 혼자서 20~30명 책임져
김 씨는 그나마 낫다는 강북의 한 요양시설이 요양보호사 1명이 6명의 노인을 돌보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설에서는 요양보호사 1명이 돌보는 노인이 10명 안팎이다. 더구나 밤이 되면 요양보호사 1명만 남고 모두 퇴근한다.
이러다보니 밤에 근무하는 요양보호사는 2,30명의 노인을 혼자서 돌봐야 하고, 그러다보면 보면 잠을 잘 수가 없다. 김 씨는 "어쩌다 잠을 자도 자는 게 아니다", "야간 근무의 경우는 잠자는 시간, 휴식시간도 근로시간에 포함시켜야 하지만 전혀 안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요양 등급 1,2급인 노인들은 대부분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한 노인들이다. 이런 노인들을 목욕시키고 욕창에 걸리지 않도록 몸을 뒤집어주고 하다보면 요양보호사들의 몸은 금방 망가질 수밖에 없다.

김 씨도 왼쪽 팔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하지만 재가요양보호사들의 경우도 그렇지만 시설요양보호사들에게도 산재보험 적용을 받는 것은 그림의 떡이다. 김 씨는 "산재 신청을 할 수는 있지만 절차도 복잡하고 처리가 된다는 보장도 없어 잘 안한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요양보호사 처우개선의 주무부처라고 할 수 있는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요양보호사도 '산재신청을 할 수 있고, 산재 적용을 받은 요양보호사도 있다'는 판에 박힌듯한 말을 하면서 산재 신청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건강보험공단 요양등급 판정 논란…"미리 연락하고 조사 나와"
요양원의 속모습이 제대로 알려진 적은 거의 없다.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그게 다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에 감추는 것"이라고 했다.
김 씨는 요양등급 판정부터 잘못됐다고 했다. 등급 평가를 위해 건강보험공단 직원이 나오지만 요양원에서 대상 노인들을 교육시켜 놓기 때문에 이른바 '가라'(가짜)를 구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겉모습만 보고 가면 뭐하냐. 3일 정도는 옆에서 지켜보면서 등급 판정을 해야 할 것 아니냐"는 김 씨의 말에는 건강보험공단에 극도의 불신이 배어 있었다.
김 씨가 일했던 요양기관의 정원은 22명인데 외부에 등급 안받은 사람도 받아서 정원을 훨씬 초과한 30명이다. 요양사들에게 등급 판정을 받지 않은 노인들까지 돌보게 하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이지고 있는 것이다.
모든게 불법이지만 누구 하나 단속 나오지 않는다는 게 김 씨의 하소연이다. 그러다보니 정부의 요양기관 평가나 행정기관의 시설.위생점검 등도 믿을 수 없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김 씨는 특히 미리 예고를 하고 점검을 나오는 게 이해가 안된다. 조사 나오기 전에 미리 전화를 하기 때문에 시설에서는 기준에 맞춰서 준비를 한다. 조사나온 사람들은 눈으로 대충 훑어 보고 간다. 차라리 나오지나 말지, 조사 나오는 날은 기준에 맞추느라 무거운 철제 침대 올리고 내리느라고 요양보호사들이 반 죽는 날이다
노인요양시설은 시설에 따라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하루에 1급 3만9천원, 2급 3만5천원 이상을 정부에서 지원받는다. 이 외에 입소하는 노인의 가족이 나머지 20%의 비용을 지불한다.
들어오는 돈이 고정돼 있는 만큼 수용하고 있는 노인들과 이들을 돌봐주는 요양보호사들에게 들어가는 비용을 최대한 줄일수록 이익이 된다. 김 씨가 일했던 요양원의 원장도 돈을 벌었던지 인근에 땅을 다서 새로 요양원을 차렸다고 했다.
◇"질 안좋은 요양기관 퇴출시켜야"…정부 의지 실종
보건복지부도 요양시설의 여러 문제점과 이 곳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들의 열악한 처지를 어느 정도는 파악하고 있다.
그래서 지난달 말 요양시설의 시설기준을 강화하고 부당청구를 예방하며 요양보호사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장의 요구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요양보호사들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요양기관 등록제를 허가제로 돌려 신규 진입 기준을 높이는 동시에 질이 안좋은 요양기관을 퇴출 시켜 공공성을 강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요양보호사들의 처우를 확실하게 개선해야만 장기요양보험이 지속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복지부는 요양기관에 대한 평가, 그것도 미리 예고하고 방문해 정해진 항목만을 체크하는 방식의 평가 외에 불시점검이나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같은 특단의 조치는 내놓치 못하고 있다.
CBS 안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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