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3일 수요일

현충원 참배로 본 문재인과 안철수의 근본적 차이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0-02일자 기사 '현충원 참배로 본 문재인과 안철수의 근본적 차이'를 퍼왔습니다.
[바심마당] 정해구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과오에 대해 사과했다. “5·16과 유신, 인혁당 등은 헌법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정치 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마침내 인정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자녀가 부모를 평가한다는 것, 더구나 공개적으로 과오를 지적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아시리라 믿지만, 그럼에도 대통령후보로 나선 이상 이 부분에 대해 보다 냉정하고 국민과 공감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는 것이 그 인정의 변이었다. 
사실 5·16 군사쿠데타와 유신 그리고 인혁당 사건이 위헌이었고, 이들 사건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훼손되고 정치 발전이 지체되었다는 것은 이미 세상이 다 아는 객관적인 사실이다. 그렇지만 과거 박정희 시대로부터 3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이 같은 객관적 사실을 인정치 않으려 했던 세력이 엄연히 존재해 왔던 것이 우리의 현실이었고, 박근혜 후보 역시 그러한 사람들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아무튼, 만시지탄(晩時之歎)의 사과였고 여론 지지도 급락에 따른 고육지책(苦肉之策)이었겠지만, 그럼에도 박근혜 후보가 5·16과 유신 그리고 인혁당 사건에 대해 위헌이었음을 분명하게 선언한 것은 매우 다행스런 일이다. 나아가 박근혜 후보가 이 같은 태도 변화를 보인만큼 이후 이에 걸맞는 후속 조치가 뒤따를 것이라 생각한다.
다른 한편, 대선 출마에 즈음하여 다른 대선 후보들도 현충원을 찾았는데, 이는 그들의 역사의식을 분명하게 드러내주고 있다. 우선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는 17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소에 참배를 하고 일반 사병들의 묘역을 둘러봤다. 물론 그가 이승만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을 들리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 그러나 문 후보는 이에 대해 “흔쾌한 마음으로 참배할 수 있을 때가 빨리 오기를 바란다”며 “유신과 군사독재세력의 반성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대선 출마 직후인 20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은 안철수 후보는 이승만과 박정희 그리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과 사병 묘역을 차례로 참배했다. 그 과정에서 안 후보는 “공직을 맡으신 분들이 현충원을 참배하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또한 그는  참배 이후 페이스북에 역대 대통령의 공과에 대한 단상을 올리는 한편, “나쁜 역사를 극복하고 좋은 역사를 계승해야 한다”고 했다. 독재자든 아니든, 그 공과를 따져 그것을 극복하거나 계승해야 한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현충원 방문을 통해 드러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역사의식은 어떻게 비교될 수 있나? 나는 문재인 후보의 행동은 그의 분명한 반독재 역사의식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1987년 민주화 이후 25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는 독재세력에 대해 그는 분명한 반성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좀 고집스럽게 보였지만 말이다. 
반면 안철수 후보의 행동은 그의 실용주의적 역사의식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하다. 독재자이건 아니건 모든 대통령들에게는 공과가 있으며, 과에 대해서는 극복을, 공에 대해서는 계승을 하자는 언급은 바로 그 점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그의 역사의식은 한편으로는 과거사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역사 해석의 섣부른 절충으로 나아갈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아무튼, 올해 대선의 경쟁 과정은 각 후보들이 가진 역사의식을 드러내주고 있으며, 이제 남은 것은 그러한 역사의식을 가진 대선 후보들에 대해 국민들이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연말 대선에 유권자들은 우리의 과거 역사에 대해 과연 어떻게 평가할까?  

정해구·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 media@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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