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0-17일자 기사 '프랑스 대통령, 공영방송 사장 임명 없앤다는데 박근혜는?'을 퍼왔습니다.
[장행훈 칼럼] 그의 언론정책을 밝힐 차례… 언론자유, 민주주의의 기초·민주화의 첫 걸음
한국의 언론자유 인권 상황이 아프리카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국내외 언론감시 단체 인권단체들의 경고가 몇 년째 계속되는데도 과문의 탓인지 대선 선거운동 과장에서 새나라당 박근혜 후보가 우리의 언론상황을 우려하거나 경고했다는 보도를 접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언론자유가 민주주의의 기초이며 민주화의 첫 걸음이라는 것은 상식이다. 언론자유가 위축되면 다른 기본권이 침해당해도 국민은 그런 사실도 모르고 먹고 사는 것에만 정신을 쏟게 된다. 민주주의가 후퇴한다. 거대 기업이 언론을 장악하면서 선거에서도 부자 후보들이 당선되고 돈 없는 사람은 국민의 대표가 될 기회를 갖기가 어렵게 됐다. 1%가 99%를 지배하는 불합리한 현상이 고착되고 있는 것은 부자언론이 상위 1% 편을 들고 99%의 목소리를 외면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영국의 머독은 선거 때마다 자기 소유의 신문과 방송을 특정 정당의 선전 매체로 변신시켜 정권을 안겨준 다음 정치적 경제적 대가를 비싸게 받는다. 언론과 정치의 위험한 관계가 맺어진다. 국민이 주인인 민주주의가 아니라 언론재벌이 정부를 좌우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래서 머독은 다우닝가 10번지(총리관저)의 이름 없는 식구(장관)로 통한다.
영국에서만 있는 일이 아니다. 프랑스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금년 봄 대선에서 패배해 재선에 실패한 사르코지도 2007년 선거에서는 텔레비전과 우익신문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선거가 끝나기 전에 이미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진보언론의 야유를 받았다. 그러나 금년에는 지나친 권언유착으로 진보 언론과 여론의 역풍을 맞아 낙선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2007년부터 프랑스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들에게 언론정책을 묻는 새로운 관행이 시동했다. 사전에 대선 후보들의 언론정책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프랑스 최고의 언론포럼인 미디어비판행동(Acrimed)이 이 실험을 선도했다.
금년에는 두 번째로 3월29일부터 약 1주일 간격으로 3회에 걸쳐 10명의 대선 후보 전원에게 대통령이 되면 언론 현안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묻는 질의서를 보내 답을 받아내는 것이다. 사르코지 현직 대통령과 극우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을 제외하고 전 후보가 답을 보내왔다. 정당과 이념에 따라 문제를 보는 시각과 처방이 달랐지만 대통령에 당선된 후보의 답변을 보면 그의 언론관이 그대로 드러나 있고 답변에서 말한 처방은 곧 새 정권의 언론정책으로 구현됐다. 후보들에게 미리 언론정책을 말하게 함으로서 후보가 국가의 최고 정치지도자가 된 다음 언론정책을 함부로 바꿀 수 없게 하는 사전 구속효과가 있었다.
금년 대선 후보들에게 보낸 질문과 후보들의 답변 내용을 보면 프랑스에서 어떤 문제가 중요한 언론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차기 대통령이 이들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그 처방을 예측할 수 있어서 유익하고 흥미로웠다.
제1회의 질의는 “후보는 미디어 분야에서 집중을 제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대기업의 민간 미디어 지배를 중지시키는 것이 문제가 되는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문제 해결에 어떤 입법 조치기 필요하다고 보는가? 집중을 제한하는 상한선은 어떤 기준으로 결정할 것인가?”
제2회의 질의는 국영방송을 민영화(1987)한 프랑스 최대의 민영 TF1을 다시 공영으로 환원시킬 것인지의 여부를 묻는 문제로 “귀하는 부이그 그룹이 민영화 할 때 약속한 사항을 준수하지 않고 있는데도 허가 갱신을 반복해서 2022년까지 허가 기간을 연장했다. 이런 정부 방침을 방관할 것인가? 민영화를 취소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허가기간을 종료해여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제3회 질의는 공익 서비스와 비영리 대안언론매체에 관한 것이다.
프랑수와 베이루 중도당 후보는 국가와 일부 기업 및 일부 미디어 간에 존재하는 관계가 근친관계에 가깝다고 규탄한다. 유착 의심이 가는 위험한 관계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막아야 한다며 미디어의 독립이라는 이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거대 기업 미디어 정치 사이의 관계에는 절대 투명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이치열 기자 truth710@
지면 관계로 대통령에 당선된 사회당 후보 프랑수와 올랑드의 답변 중 중요한 것 몇가지만 소개하면 올랑드는 대통령이 공영방송 사장을 지명하는 제도는 폐지해야 하며 방송위원회의 구성을 여야 동수로 해서 여당에 유리한 현재의 관행을 종결해서 방송의 여당 지배를 불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또 그는 미디어의 집중을 더욱 규제할 필요가 있으며, 미디어 소유주와의 관계에서 언론인의 독립을 유지하기 위해 편집의 독립을 보장하는 입법이 필요하고, 신문에 대한 국가의 직접 지원은 편집권 독립을 준수하는 신문에 한하겠다고 편집권 독립 의지를 천명했다.
획기적인 개혁인데 올랑드가 대통령이 됐으니 앞으로 그의 답변 내용은 새 정부의 언론정책으로 내년부터 실시될 것이다. 후보들에 대한 언론정책 질의가 얼마나 유익한 것을 재인식하게 하는 시도였다는 생각이다.
문재인과 안철수 후보는 이미 언론정책을 천명했다. 두 후보 보다 좀 늦었지만 이제 박근헤 후보가 많은 언론인이 의문을 품고 있는 그의 언론정책을 밝힐 때가 된 것 같다.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 hap36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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