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20일 토요일

[사설]‘6억 돈다발’ 출처도 추적 안한 검찰 내곡동 수사


이글은 경향신문 2012-10-19일자 사설 '[사설]‘6억 돈다발’ 출처도 추적 안한 검찰 내곡동 수사'를 퍼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가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자금을 큰아버지 이상은 다스 회장에게 빌릴 때 ‘큰 가방을 직접 들고 가 현금 6억원을 받아 왔다’고 검찰에 서면진술했다고 한다. 6억원이라는 거액을 계좌이체 대신 현금 다발로 받았다는 건 누가 봐도 정상적인 돈거래라 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검찰은 이 돈의 출처조차 추적하지 않은 채 관련자들을 무혐의 처분했다고 한다. 특별검사 수사가 시작되면서 검찰의 부실수사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검찰은 지난 6월 내곡동 의혹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시형씨가 이 회장에게 6억원을 빌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돈이 현금으로 전달됐다는 진술은 공개하지 않았다. 통상 거액이 현금으로 오가는 경우는 돈의 출처를 감추기 위한 것일 때가 많다. 계좌추적 결과 이 회장 계좌에서 6억원의 인출 흔적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이 돈은 이 회장의 ‘비자금’이거나 ‘제3의 인물’에게서 나온 것으로 봐야 한다. 어느 쪽이든 의혹은 이 대통령 쪽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전자라면 다스 자금일 가능성이 제기되는데, 다스는 이 대통령의 차명보유 논란이 계속돼온 회사다. 후자라면 이 대통령이 직접적인 자금 출처로 의심받을 수 있다. 앞서 검찰은 이 대통령이 아들 명의로 땅을 사들여 부동산실명제법을 위반했다는 고발에 대해 “차명 거래는 인정되지만, 돈을 부담한 것이 시형씨여서 위법은 아니다”라고 결론냈다. ‘6억 돈다발’이 어디서 나왔는지 쫓다 보면 사건의 성격이 완전히 바뀔 수도 있다.

모든 의혹의 실타래를 풀고 진실을 드러낼 책임은 이광범 특별검사팀에 있다. 특검팀이 보내오는 초기 신호는 일단 긍정적이다. 특검팀은 법률적으로 수사권이 개시된 16일 0시 직후 시형씨 등 관련자 10여명의 출국금지 조치를 법무부에 요청했다. 핵심 참고인인 이상은 회장이 사전에 출국한 것으로 드러나자 이 회장 및 시형씨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계좌추적에도 착수했다. 관련자 소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고 한다. ‘수사의 정석’대로 신속하게 움직인다는 평가를 받는 까닭이다.

과거 적잖은 대형 사건이 특검의 수사대상이 됐지만 초기 한두 차례 특검을 제외하고는 큰 성과를 내지 못한 게 사실이다. 수십억원의 예산을 쓰고도 검찰 수사 발표와 대동소이한 결과를 내놓는 사례가 거듭되자 ‘특검 무용론’까지 제기된 터다. 이광범 특검팀이 성역없는 수사를 통해 모처럼 ‘특검다운 특검’의 면모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