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11일 토요일

[사설]KEC 친기업 노조 7억 지원 의혹 철저히 밝혀야


이글은 경향신문 2012-08-10일자 사설 '[사설]KEC 친기업 노조 7억 지원 의혹 철저히 밝혀야'를 퍼왔습니다.

경북 구미의 반도체업체 KEC는 노조탄압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무지막지한 수법을 구사하는 기업이다. 파업복귀 노조원들에게 체벌이 포함된 ‘정신순화교육’을 실시하는 등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의 삼청교육대를 연상케 하는 반인권적 행태를 보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임원과 관리직의 임금 인상을 위해 노조원들이 주축인 현장 노동자들을 대거 정리해고하려 하기도 했다. 여론의 빗발치는 비난으로 정리해고는 철회됐지만 기업이 저지를 수 있는 도덕적 해이의 최대치를 보여준 사례로 남아 있다. 최근 커다란 사회문제로 떠오른 용역폭력도 적극 활용했다. KEC에 고용된 용역깡패들이 여성노동자들이 머물고 있던 기숙사에까지 난입해 강제로 끌어내는가 하면 1년 넘게 사업장에 상주하면서 노조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던 것이다. 

이처럼 ‘노조탄압 왕국’이라고 할 수 있는 KEC가 이번에는 친기업 어용노조를 설립하기 위해 7억원을 지원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한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회사 측은 지난해 7월 민주노조격인 금속노조 KEC지회 간부들을 강제퇴직시키고 친기업성향의 노조집행부 구성을 위해 보상금 5억원과 활동경비 2억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복수노조 시행 첫날 KEC 신규 노조가 출범한 당시에도 회사 측의 ‘평소 행실’로 미뤄볼 때 뒷거래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는데 사실일 개연성이 한층 높아진 셈이다. 기업이 정상적인 노조를 말살하고 자신의 ‘충견 노조’를 만들기 위해 거액의 돈을 뿌렸다면 단순한 불법행위를 넘어 결코 넘어서는 안될 도덕적 윤리적 마지노선까지 침범한 것이다. 

KEC가 저지른 갖가지 부당노동행위와 관련해 현재 회사의 대표이사 등 6명이 고용노동부를 거쳐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검찰은 전면적인 수사를 통해 어용노조 거액 지원 의혹의 진상을 규명한 뒤 돈을 뿌린 이들과 받아챙긴 이들을 모두 법과 원칙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 돈거래 의혹과는 별개로 관할 관공서가 회사 측의 부당노동행위에 개입했는지도 이번 기회에 수사해야 한다. 회사 측은 오래전부터 노동청, 경찰, 시청 등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이들의 묵인·방조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에 KEC가 온갖 불법행위를 자행할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검찰이 어용노조 거액 지원 의혹과 관공서의 직무유기 행위를 철저히 수사할 수 있을 것인지 지켜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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