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2-08-08일자 기사 '북한강에 악취 물질 ‘지오스민’ 역대 최고치'를 퍼왔습니다.
ㆍ한강 취수장 현장 르포
8일 오후 한강 잠실수중보 인근 풍납취수장. 한강에서 하루 70만t을 퍼올려 서울 수돗물로 공급하는 이곳에 들어서자 쓰레기 썩는 듯한 악취가 바람에 실려왔다. 한강 일대에 퍼진 남조류 아나베나가 만들어내는 물질 지오스민에서 나는 냄새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산하 상수도연구원 이화학연구실팀은 이날 오전부터 한강 일대 취수장 등의 수질 검사에 나섰다. 연구원은 원래 수요일마다 서울시 취수장 6곳의 오염 여부와 조류번식 상태를 확인해 왔지만, 이날엔 한강 상류인 양수리, 남양주시 다산유적지 등도 검사지에 추가했다. 북한강과 팔당호에서 발생한 녹조가 한강 상류를 거쳐 하류로까지 급속히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2인 1조가 된 연구원들이 채수를 시작한 팔당댐 물은 마치 물감을 풀어놓은 듯 짙은 연둣빛이었다. 양수리와 다산유적지 등 경기지역과 강북·구의취수장 등 서울시내 취수장 4곳에서도 초록색으로 변한 물빛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연구원들이 8일 한강 상류인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 다산유적지 인근에서 조류 농도를 조사하기 위해 강물을 뜨고 있다. |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 분말활성탄 매일 105톤 투입악화 땐 하루 3억원어치 들 듯“고여 있는 물·환경 오염 때문”
북한강 일대의 조류 및 지오스민 양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채수에 동행한 상수도사업본부 이성재 수질과장은 “팔당댐 부근은 매년 통상적으로 30~60일간 조류주의보가 내려지지만 지오스민 수치가 1000ppt를 넘을 만큼 높았던 적은 없다”고 말했다. 환경부 기준치는 20ppt로, 이것만 넘어서도 일반인이 물에서 악취를 느낄 수 있다. 상수도연구원이 지난 6일 채수한 물을 검사한 결과 북한강 일대 조류 수치는 ‘조류경보’ 수준이다. 양수리는 1만4500ng/ℓ(경보 기준치 5000 이상), 클로로필-a는 53.7㎎/㎥(경보 기준치 25 이상)다. 지오스민은 1019ppt 검출됐다. 팔당댐 광암취수장, 의암댐 등 한강 상류지역에서 검출된 남조류, 클로로필-a도 모두 조류 경보 기준을 훌쩍 넘는다. 전문가들은 한강 상류의 조류상황이 심각한 만큼 북한강 등에 이어 한강 하류도 조류주의보 발령이 유력할 것으로 예상했다.
취수장 등도 수질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강북취수장은 최근 분석 결과 조류주의보 발생 기준 물질인 클로로필-a와 남조류가 기준치 이하지만, 물을 모아내는 취수관 둘레에 9일 조류차단막을 설치할 예정이다. 보통 여름철에는 장마나 폭우 때문에 차단막이 찢어질까봐 걷지만 조류수가 늘자 취수원 오염을 막기 위해 치는 것이다. 강북취수장 관계자는 “지난주보다 물빛의 녹색이 짙어졌다”며 “취수장 설립 10년 동안 조류가 문제가 되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북한강 수계 조류주의보 발령 이후 매일 1억7800만원을 들여 지오스민 냄새를 제거하는 분말활성탄 105t을 정수센터 6곳에 쏟아붓고 있다. 조류농도가 짙어질 경우에는 하루 3억원을 정수를 위한 약품비용으로 써야 할 실정이다. 이성재 과장은 “가장 큰 문제는 돈인데 원래 분말활성탄용으로 책정해둔 예산은 다 떨어진 상태”라며 “이대로라면 예비비까지 써야 하는 상황이라 기우제라도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안타깝게도 조류번식을 인위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다고 말한다. 이 과장은 “황토를 수십t 부어도 근본적 해결책은 못된다”며 “비가 와서 강물이 흙탕물이 되고, 수온이 내려가 조류와 햇빛의 접촉이 차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류증식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댐 때문에 흐르지 않는 물과 환경오염”이라며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상수도사업본부가 이날 채수한 물의 검사 결과는 이르면 9일 확인할 수 있다.
김여란 기자 pee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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