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22일 수요일

[사설]교과서 통제 또다시 획책하는 교과부


이글은 경향신문 2012-08-21일자 기사 '[사설]교과서 통제 또다시 획책하는 교과부'를 퍼왔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검정 교과서를 교과부 장관의 강력한 통제 아래에 두는 것을 골자로 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한다. 장관이 교과서 수정을 명령할 수 있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검정합격을 취소하며 3년간 검정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검인정 교과서 체제를 무력화해서 정권의 입맛대로 교과서를 편찬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셈이다. 국가가 교과서를 전일적으로 통제하는 군사독재정권 시절의 국정교과서 체제로 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교과부는 검정 교과서 관련 사항이 대통령령에 포괄적으로 규정돼 있어 각종 행정처분의 근거를 마련하기 어렵다고 개정 이유를 들고 있다지만 설득력이 없다. 핵심은 기존의 대통령령에 명시돼 있는 교과부 장관의 교과서 수정 명령 권한을 아예 상위 규범인 법으로 못박고 교과서 제작업자들에게 사업 취소라는 재갈을 물리려는 것이다. 정부의 말을 듣지 않으면 교과서 제작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데 어느 누가 명령을 거스를 수 있겠는가. 게다가 이번 개정안은 18대 국회 시절인 2010년 9월 국회에 제출됐다가 야당이 장관의 자의적 수정명령권을 비판하며 반대하는 바람에 폐기된 바 있다. 이를 현 정권 임기말과 19대 국회의 개원 초기, 대통령 선거 정국 등이 겹치는 어수선한 분위기를 틈타 은근슬쩍 다시 불러낸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교과서를 자신의 통제 아래 두려는 교과부의 집념과 끈기가 놀랍기만 하다. 

이명박 정권의 교과서 개정을 통한 역사 왜곡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른바 뉴라이트 계열 친정부 학자들의 요구에 따라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바꾸거나, 이승만·박정희 독재정권을 미화하는 것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정권의 이러한 행태는 법원조차도 제동을 건 바 있다. 2009년 9월 서울중앙지법이 “교과부의 수정 명령이 있더라도 저자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교과서 내용을 바꿔서는 안된다”고 밝힌 것이다. 

교과부는 교과서를 자신의 통제 아래 두려는 시도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 과거의 국정교과서 체제를 검인정체제로 전환한 것은 권력의 자의적 개입을 막고 교육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확보하며, 변화하는 사회의 다양성을 구현하기 위해서였다. 그런 마당에 교과서를 장관 마음대로 고치겠다는 것은 군사독재정권 시절로 되돌아가겠다는 뻔뻔스러운 시대착오라고밖에 볼 수 없다. 교과서를 그대로 두라. 이것이 임기말 정권의 교과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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