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22일 수요일

장하준 “재벌규제는 경제민주화 핵심 아니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2-08-21일자 기사 '장하준 “재벌규제는 경제민주화 핵심 아니다”'를 퍼왔습니다.

ㆍ더 큰 민주적 통제 받게 해야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49)는 21일 “재벌 규제 문제가 경제민주화의 핵심으로 자꾸 얘기되는 것은 문제”라고 밝혔다. 

장 교수는 이날 서울 정동 대한성공회성당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의 싱크탱크인 ‘담쟁이포럼’ 주최로 열린 ‘한국경제가 나아갈 길’ 주제의 강연회에서 “재벌 통제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재벌 규제 논의가 자꾸 지배구조 문제에 치중되는 것은 우려스럽다”며 이같이 말했다. 

장 교수는 “삼성, 현대에 이씨와 정씨 집안이 주식 3~4%로 과반수나 30~40%를 갖고 있는 것처럼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1주1표로 환원시키는 게 경제민주화의 주요 과제라고 많이 얘기하는데 그건 경제민주화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1인1표가 아니라 1원1표를 제대로 하자는 것으로, 주주들 간 싸움에서 누가 이기는가는 큰 틀에서 민주화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재벌의 지배구조에 치중할 게 아니라 재벌들이 더 큰 민주적 통제를 받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삼성 등은 국민이 피땀 흘려 키운 건데 왜 주주자본주의라고 해서 권리를 넘겨주나”라며 “주주의 권리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런 기업에 국민의 목소리를 낼 권리가 있다”고 했다. 그는 “재벌의 주인이 바뀌어도 경제력 집중과 재벌 팽창이 일어난다. 어느 집안을 쫓아낸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라며 “재벌을 통제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통제하는 시각 자체를 바꿔서 더 세게 해야 된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한국 국민이 행복지수나 자살률 통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에 가까운 ‘불행한 국민’임을 지적했다. 이런 불행의 원인이 고용 불안과 복지 부족에 있다고 진단하면서 보편적 복지국가로의 전환을 강조했다. 대안으로 “시민권에 기초한 보편적 복지국가야말로 경제민주화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경제민주화는 1원1표의 시장 원리를 1인1표의 민주주의 원리로 제약하자는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경제민주화는 1인1표라는 정치민주화 논리를 경제에 적용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복지국가만 한다고 경제민주화를 할 수 없다”며 자본거래세 도입과 인수·합병 규제 등 자본시장 통제와 비정규직 관련법 및 노동자의 기업 경영 참여 등을 과제로 들었다. 

장 교수는 “복지가 공짜가 아니고 공구, 즉 국민이 필요한 것을 같이 돈을 내고 사는 공동구매로 생각하자”고 제안했다.

김진우 기자 jw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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