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7일 화요일

새누리당 경선, ‘멘붕’에서 ‘코미디’로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8-07일자 기사 '새누리당 경선, ‘멘붕’에서 ‘코미디’로'를 퍼왔습니다.
‘중대결심’ 무색한 ‘비박’ 3인의 귀환..황우여는 ‘매품팔이’

ⓒ이승빈 기자 6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새누리당 대선후보경선 합동연설회에 참가한 경선주자들. 김문수·박근혜·안상수·김태호·임태희 후보(왼쪽부터)

새누리당 대선후보경선이 갈수록 가관이다. 공천헌금 파동으로 시작된 경선 파행 사태는 '중대 결심'이 무색하게 사흘 만에 경선 복귀한 '비박' 3인과 황우여 대표의 '매품팔이' 결단 덕에 한 편의 '코미디'로 정리됐다. 

5일 밤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황우여 대표-김수한 경선관리위원장-5인 경선주자 연석회의에서는 △공천헌금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현재 당 대표가 책임질 것 △경선 후보들이 추천하는 1명씩을 포함한 10명 이내 위원으로 구성된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합의했다. 이에 따라 야심차게 '보이콧'을 선언했던 임태희·김태호·김문수 후보는 경선에 복귀했다.

엉뚱하게 꺼내든 '황우여 사퇴' 카드

2일 현기환 전 의원, 현영희 의원이 연루된 공천헌금 의혹 파문이 일자, 김문수 후보는 이날 합동연설회 자리에서 '박근혜 책임론'을 제기한 바 있다. 박근혜 후보는 총선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전권을 쥐고 있었고, 현 전 의원을 직접 공직후보자추천위원으로 영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현 전 의원은 '친박' 핵심 인물로서 박 후보의 책임론을 제기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였다. 

그러나 '비박' 주자들은 다음 날 공동성명에서 엉뚱하게도 공천 책임과는 거리가 멀었던 황우여 대표 사퇴를 카드로 꺼내들었다. 이들은 "박근혜 사당화가 사태의 원인"이라고 지적하면서도 "4일까지 황우여 대표가 사퇴하지 않으면 중대 결심하겠다"고 선언했다. 기자들 사이에서 이는 다소 생뚱맞은 주장으로 인식돼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비박' 주자들은 기자회견 당시 '박근혜 책임론'에 대한 질문은 에둘러 간 채, "당이 비상상황이고 황 대표가 현재 당 책임자인 만큼 상징적인 의미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납득할 만한 설명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었다. 

이들의 요구를 황 대표가 거부하자, 공동성명에 참여했던 '비박' 주자 4인 중 안상수 후보를 제외한 3인은 밤에 예정돼 있던 KBS 합동토론회에 전격 불참, '경선 보이콧'을 선언한다. 안 그래도 '박근혜 추대대회'라는 평가 속에서 일반의 관심이 멀어졌던 새누리당 경선은 파행으로 치달았다. 박근혜 후보는 "당을 망치는 일",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이들을 강력하게 질타했다. 

ⓒ뉴시스 임태희·김태호·안상수·김문수 새누리당 '비박' 대선경선후보들은 4일 공천헌금 파동 관련해 황우여 대표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선 파행 이어 '멘붕' 토크, 박근혜는 '책임론' 차단 주력

5일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20대 정책토크는 파행을 넘어 '멘붕'(멘탈붕괴) 토크였다. '비박' 3인이 빠진 채 박근혜 후보와 안상수 후보만이 자리했고, 치열한 공방도 없이 썰렁한 분위기에서 '멘붕'을 주제로 시간을 소비했다.

박 후보는 공천헌금 파동 관련해 "믿었던 사람이 해서는 안 되는 일에 연루될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멘붕'이 된다"며 "사실 여부도 모르는데 이걸 빌미로 공격하면 또 '멘붕'"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자식도 없는데 자식이 있다는 황당한 얘기, 이건 '멘붕'이 될 수밖에 없다"고도 말했다. 

옆에 있던 안 후보 역시 최근 '멘붕' 사례로 공천헌금 파동을 거론하며 "후보들이 불참하는 걸로 결정해서 제가 사실 입장이 굉장히 난처하다"고 토로했다.

박 후보는 무엇보다 '책임론' 차단에 주력했다. 앞서 파문이 처음 불거졌을 때, 박 후보는 "검찰에서 한 점 의혹 없이 사실을 밝혀야 한다"며 '검찰 수사'만을 강조한 채, 책임론에 대해서는 답을 회피한 바 있다. 

정책토크에서는 "어쨌든 이런 의혹이 얘기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안타깝고, 국민들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공천위에 국민 눈높이에 맞는 잣대로 잘 해달라고 신신당부했다"며 "그 때 제보가 있었다면 엄격한 잣대로 진위 여부를 가려서 했을 텐데 아쉽다"고 덧붙였다. 

6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서울지역 합동연설회에서도 이 같은 태도는 계속됐다. 박 후보는 다시금 "송구하다"고 밝혔다. 또 "만약 사실이라면 용납될 수 없는 중대 범죄"라며 "누구도 성역이 있을 수 없다", "관련된 사람은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을 이끌고 사실상 공천을 주도한 책임자로서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날 합동연설회 자리는 '중대 결심'을 감행했던 '비박' 3인의 복귀전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박근혜 때리기'는 힘을 잃은 듯한 모양새였다. 김문수 후보는 "입당한 지 19년이 됐다. 하지만 탈당한 적이 한번도 없다"며 "박근혜 후보는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탈당했다 왔다. 그런데 저를 두고 당을 망친다고 하는 사람이 과연 누구냐"고 날을 세웠다. 연설회장에 모인 12,000명 중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박 후보 지지자들은 김 후보의 말에 야유와 고성을 쏟아냈다.

ⓒ이승빈 기자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20대 정책토크 '청년과 함께'가 열린 가운데 박근혜, 안상수 대선 예비후보가 함께 앉아있다.

"달나라까지, 앞으로 앞으로 박근혜가 바꾸네"

'비박' 3인의 복귀에 대해 민주통합당은 '코미디'에 비유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개그콘서트의 코너로 표현한다면 처음 중대발표를 한다고 하길래 '나의 용감함을 보여준다'는 '용감한 녀석들'의 출현인 줄 알았더니 세상 모든 여자들이 싫어하는 네 가지 조건을 하나씩 다 갖춘 '네가지' 코너였음을 확인했다"고 비꼬았다. 또 "박근혜를 겨냥해야 마땅한 책임론을 엉뚱한 곳으로 향하게 하는 그들의 집단 코미디는 보는 이들의 공황상태를 자극하는 '꺽기도' 4인방의 모습 그대로"라고 지적했다. 

이해찬 대표는 황 대표가 공천헌금 파동 책임을 지기로 한 것에 대해 "정치를 오래한 저도 좀 황당하다"고 표현했다. 김한길 최고위원은 "옛날에 왕실에는 왕세자가 잘못을 저지르면 대신 매를 맞아주는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고 비유를 들었다. 박용진 대변인은 "민심이라는 곤장대 앞에서 황우여라는 매품팔이 등떠밀기"라며 "황 '당대표'가 아니라 '황당' 대표가 됐다"고 지적했다. 

파행을 넘어 '멘붕'으로, 이제 '코미디'가 된 새누리당 경선. 이 날 합동연설회에서 박근혜 후보 측은 동요 '앞으로'를 개사해 유세 동영상 테마음악으로 사용했다.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박근혜/서울에서 제주까지 함께 걸어 나가면온 나라 사람들을 다 만날 수 있겠네/온 나라 사람들이 하하하하 웃으면 그 행복 울려 퍼지네. 달나라까지/앞으로, 앞으로, 박근혜가 바꾸네

이에 한편에서는 "새누리당은 달나라가 아니라,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로 가는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참고로 안드로메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공주'다. 

마침 이 날 나사(NASA) 탐사로봇 큐리오시티(Curiosity)가 화성 착륙에 성공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관련해 "탐사로봇이 화성에 무사히 착륙하는 시대에 이 무슨 케케묵은 공천장사이고, 보스를 위한 바지사장에 매품팔이 정당이 있을 수 있나"라며 "지구촌은 지금 우주시대로 향하는데 새누리당만 유신과 5공 사이 어디쯤에선가 헤매고 있는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이승빈 기자 6일 오전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18대 대통령후보자 선거 서울 합동연설회 '함께'에서 연설을 마친 박근혜 후보가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최명규 기자 press@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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