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7일 화요일

조선일보의 재벌개혁, 그때그때 달라요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8-07일자 기사 '조선일보의 재벌개혁, 그때그때 달라요'를 퍼왔습니다.
[경제뉴스톺아읽기] 7월엔 “‘오너 독단’ 개혁해야” 8월엔 “대기업 투자 위축 걱정돼”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소속 의원 23명이 6일 발의한 법안(경제민주화 3호 법안)이 7일자 경제 뉴스의 ‘핫이슈’가 되고 있다.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골자는 재벌그룹의 신규 순환 출자 금지를 골자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인 15대 그룹에 A계열사가 B계열사에 출자하고 B사가 다시 C사에 출자하는 식으로 계열사를 확장하는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또 현재 순환 출자 구조가 형성돼 있는 삼성, 현대차 그룹 등에 기존의 순환 출자 지분을 해소하라고 강제하지 않는 대신 순환 출자에 해당하는 지분에 대해선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했다. 순환출자는 그동안 재벌 총수 일가들이 1%도 안 되는 지분만으로 수십개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고, 경제력 집중과 편법 경영권 승계의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한겨레는 이번 새누리당 법안에 대해 “이는 기존 순환출자를 완전히 해소하도록 한 민주당 안에 비해 약해 보이지만, 유예기간 없이 법 시행 즉시 의결권을 제한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라고 평가했다.(17면 기사(새누리도 ‘순환출자 규제’ 법안발의…전경련 “투자위축” 반발))

▲ 7일자 한겨레 17면.

가장 주목되는 점은 이른바 ‘경제민주화’ 법안의 통과 가능성이다. 언론에서는 대선 전에 통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겨레는 위 기사에서 “여야 모두 순환출자 규제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어 12월 대통령선거 이전에 국회에서 관련 법안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법안 통과로 인해 어떤 방식으로든 기존 지배구조의 수정이 불가피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결국 그렇다보니, 재계의 반발이 본격적으로 나오고 있다. 7일자 신문에서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6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새누리당 법안을 비판한 내용이 주요하게 실렸다. 전경련이 경제민주화 관련 개별 쟁점에 대해 반대 기자회견을 한 것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재계쪽이 ‘발끈’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계가 반대하는 논리는 과거 ‘재탕’ 수준이었다. 재벌 총수가 구속되거나 대기업의 탈세 등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을 때 가장 주요하게 제기되는 ‘투자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되풀이 됐다. 그럼에도 언론은 이를 주요하게 부각시켰고, 경제지들에서 이런 보도 경향이 두드러졌다.
한국경제는 1면 기사(재계 “순환출자 규제땐 투자위축”)에 따르면, 배상근 전경련 경제 본부장은 “정치권이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대기업 출자 구조를 규제하면 기업들의 투자 확대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논조로 머니투데이도 1면 기사(재계 “순환출자 규제 투자위축 우려”), 매일경제 4면 기사(반격 나선 재계 “현실 외면한 규제…투자하지 말란 소리냐”) 등을 실었다.

▲ 7일자 한국경제 1면.

이 같은 재계의 반발은 ‘엄살’로 보일 소지도 있다. 이번 새누리당 법안이 민주당 법안보다 규제 강도가 약하고, 객관적으로 봐도 얼마나 재벌의 편법 경영권 승계를 막을 정도로 규제 실효성이 있을지도 의문이기 때문이다.
경향은 14면 기사에서 “일정 부분 재벌개혁을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여야 간에 온도 차를 보이고 있는 개혁의 수위를 최대한 낮출 필요가 있다는 판단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경련의 반발이 일종의 ‘기선잡기용’이라는 해석이다.
한국경제 4면 인터뷰 기사(“재벌 해체가 목적 아니다…경영권 위험한 기업 한 곳도 없어”)에서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순환출자를 못하게 되면 이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들이 많다. 당장 경영권 방어를 위한 대주주 증자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한경 기자가 말하자 “우리가 로펌 관계자들까지 다 불러 세밀히 조사했다. 경영권 위험, 그런 문제가 생기는 대기업은 하나도 없다”고 밝혔다.
물론, 재벌들의 반발이 거세진 상황에서 일종의 ‘재벌 달래기’식 발언일 수도 있지만, 이번 새누리당 법안의 규제 강도를 볼 때 지금 재계의 반발은 ‘엄살’로 보일 소지도 있다는 방증이다.

▲ 7일자 조선일보 사설.

그렇다면 언론사들은 이번 논란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이고 있을까. 보수 성향의 언론과 진보 성향의 언론이 대조적인 논조를 보였다. 경향과 한겨레의 경우 6일에 이어 7일까지 관련 사설을 싣지 않고 있다. 보수 언론과 경제지들의 적극적인 보도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보수성향 언론에서 조선일보의 사설은 지난 달 사설과 분위기와 달라져 눈길을 끌고 있다. 조선은 7일자 사설(재벌 ‘순환 출자’ 금지는 경기 흐름 보며 단계적으로)에서 “기존 순환 출자 지분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에 대한 침해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며 “대기업들의 투자 의욕이 꺾이게 돼 지금 같은 불황 국면에서는 경기하강을 가속화시키는 부작용도 걱정된다”고 밝혔다. 투자 위축 우려를 밝힌 전경련의 입장과 비슷한 논조다.
조선은 “신규 순환출자 금지의 경우 1~2년 예고 기간을 거치고, 기존 순환 출자에 대한 의결권 제한 조치도 단번에 금지하는 것보다 5년 정도 기간을 설정해 해마다 조금씩 의결권을 줄여가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 “정치권은 총수의 전횡(專橫)과 문어발 확장을 규제하는 것을 경제 민주화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며 “하지만 주주총회와 이사회, 감사가 법률상 보장된 역할만 잘해도 총수의 독단 경영에 얼마든지 제동을 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조선의 논조는 정치권의 규제에 ‘제동’을 거는 모양새다. 그러나 조선은 지난달 11일자 사설에서는 경제 민주화 관련 움직임에 대해 이와 다른 논조를 보였다.

▲ 7월11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은 사설(대기업, 재벌 개혁에 쫓기지 말고 스스로 대안 내놔야)에서 “재벌들은 정부가 기업 경영에 지나치게 간섭하면 투자 의욕이 떨어지고, 성장률이 하락하고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최근 들어 재벌에 대한 국민의 인내심이 급속도로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국민 사이에 오너의 독단과 전횡을 더 이상 묵인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대기업의 투자 위축을 걱정하는 7일자 사설 논조와는 정반대 입장이다.
조선은 이어 “여야는 이런 민심의 변화를 수용해야 올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이제 재벌 스스로 국민의 마음이 완전히 돌아서기 전에 개혁 프로그램을 내놔야 할 때가 왔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 남경필 의원이 지난 5일 여의도 당사에서 순환출자를 규제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 발의를 앞두고 법안의 주요 내용에 대해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선이 불과 한 달도 채 안 돼, 재벌의 개혁을 압박하던 논조가 꼬리를 내리고 뒤바뀐 셈이다. 삼성, 현대 등이 주요 회원사인 전경련이 반발한 다음 날 조선이 새누리당 법안의 문제를 지적하는 사설을 실은 것은 자본 권력과 정치 권력에 대해 2012년 언론사가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단면이다. 또한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이 올해 대선 전에 얼마나 이 법안을 처리할 의지가 있을지도 향후 주목되는 대목이다.

최훈길 기자 | chamnamu@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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