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12일 화요일
내곡동 사저 수사한 검찰은 MB 일가의 국선변호인?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6-11일자 기사 '내곡동 사저 수사한 검찰은 MB 일가의 국선변호인?'을 퍼왔습니다.
이석현 민주통합당 국기문란사건조사특위 위원장(가운데)과 소속 의원들이 1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땅 헐값 매입 사건을 불기소처분한 검찰을 비판하며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그냥 넘어가긴 찜찜했을 것”
“감사원은 수사권한도 없는데…
”검찰 내부서도 “이례적” 반응
“검찰이 국선변호인 노릇
민주당, 수사결과 비판 거세
검찰이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터 헐값 매입 의혹에 대한 ‘전면 무혐의’ 결론을 내놓자, 이 사건을 고발했던 민주통합당이 11일 검찰의 처분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며 국회 차원의 특검이나 국정조사를 추진할 태세를 갖췄다. 법조계와 검찰 내부에서도 ‘지나치게 허술한 결론’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검찰이 (대통령 일가의) 국선 변호인이 된 것 같다”고 꼬집었다. 검찰의 한 간부급 인사마저 “같은 검찰 입장에서 봐도 이례적이고, 고심하다 악수를 둔 것 같다”며 “부동산 차명거래도 이상하고, 배임 부분도 명백한 하자가 있어 그냥 넘어가기 찜찜하니까 감사원에 통보한 게 아니겠느냐”고 씁쓸해했다.
■ 배임 의혹…“국가 예산 손실 명백해”이번 사안의 핵심은 청와대 경호처의 배임 여부와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의 부동산 실명제법 위반 여부다. 민주당은 내곡동 땅 매입 당시 대통령 일가가 8억~10억원 덜 부담하고, 그만큼 국가예산이 더 들어갔으니 국가에 손실을 끼친 배임죄가 성립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하면서 “경호동 터 땅값이 오를 텐데, 이 혜택을 국가가 혼자 누리는 게 적절치 않은 것 같아 대통령 일가의 부담분을 줄인 것”이라는 청와대 해명을 그대로 수용했다.
민주당 ‘엠비(MB)-새누리 부정부패 청산 국민위원회’ 기획간사인 박범계 의원은 “상식적으로 미래의 개발 이익을 염두에 뒀다면 국민의 세금을 쓰는 국가가 이익을 가져가는 게 옳은데, 그 이익을 아들 시형씨가 미리 가져가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 실명제 위반 아니다?…“시형씨 집 살 능력 없어”검찰은 ‘이 대통령이 살 집을 아들 명의로 계약한 것은 부동산 실명제법 위반’이라는 민주당 주장에 대해서도 무혐의 처분을 했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계약자로 나서면 땅값이 뛸 것 같아 아들 명의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고, 검찰도 “시형씨가 자기 명의로 대출도 받고 세금도 내서 명의신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석현 의원은 “이런 해명은 검찰도 사무실에서나 믿지, 집에서는 믿지 않을 만큼 비상식적”이라고 반박했다. 아들 시형씨가 모친 명의의 논현동 사저 부지를 담보로 은행에서 6억원을 빌리고 큰아버지 이상은씨한테 6억원을 빌려 집터를 산 형식인데, 회사원인 시형씨의 2008년 재산신고액은 3600만원이 전부다. 이자만 한 달에 300만원 이상으로, 형식적으로 따져도 부동산 실명제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판사 출신인 박범계 의원은 “검찰 수사 결과만 봐도 아들이 모친의 땅을 담보로 돈을 빌렸는데다, 1년 뒤에는 시형씨가 이 대통령에게 명의를 넘기기로 했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도 법원에서 부동산 실명제법 위반으로 충분히 유죄판결을 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사저 터 논란이 불거지지 않았다면, 시형씨가 ‘다스’의 1대 주주인 큰아버지 이상은 회장에게서 빌린 돈을 갚았을지, 또 이자를 지급했을지도 의문이 든다.
이명박 대통령 퇴임 뒤 사저로 사용될 계획이었던 서울 서초구 내곡동 20-17번지.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 “명백히 이시형씨를 위한 거래”법조계에서는 ‘땅거래 자체가 아들 시형씨에게 이득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검찰 특수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명백히 시형씨를 위한 거래로 볼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 대통령 이름으로 계약을 하면 땅값이 오를 것을 우려했다고 하는데, 이미 청와대 경호처와 거래하는 순간 사저 터라는 게 노출이 되기 때문에 청와대의 해명은 말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검찰 간부는 “신분 노출로 땅값 상승을 우려했다면 이를 피할 수 있는 방법도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가계약을 할 때 ‘○○○ 외 몇명’ 이런 식으로 계약을 한 뒤 나중에 본계약 때 본인 이름으로 하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업들이 땅을 사들일 때도 주인들의 땅값 올려받기나 알박기 등을 피하기 위해 이런 방법을 많이 쓴다고 한다.
■ 감사원 통보?…“수사 결과 감사원에 통보한 전례 없어”현직 검사들도 이번 수사팀이 결과를 발표하면서 경호처와 시형씨 사이의 금액 분담에 객관적 ‘불균형’이 있다고 인정하고, 이러한 사실을 감사원에 통보했다는 부분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검찰도 스스로 궁색했던지 추가로 조사해보라며 감사원에 이를 떠넘겼다”며 “지금껏 검찰에서 이런 사례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방에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도 “검찰은 감사원으로부터 고발이나 수사의뢰를 받아 영장청구와 소환 등으로 혐의를 수사하는 기관인데, 역으로 감사원에 통보해서 뭘 하라는 건지 잘 모르겠다”며 “감사원은 (조사를 받는)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강제 수사 권한도 없다”고 말했다. 검찰이 수사를 통해 공무원의 가벼운 비위 사실이 발견되면 이를 처벌하지 않고 직접 해당 기관에 통보해 징계를 요청하는 경우는 있다. 하지만 이번처럼 감사원에 통보하는 게 아니고, 해당기관에 통보해 징계를 요청하는 게 일반적이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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