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15일 금요일

이명박 정부의 초지일관, 인권위 무력화정책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6-14일자 기사 '이명박 정부의 초지일관, 인권위 무력화정책'을 퍼왔습니다.
국제·시민사회 시선 두려워하지 않는 ‘현병철 인권위원장 연임 내정’

ⓒ양지웅 기자 지난 2012년 12월10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세계인권선언 제62주년 기념식에서 인권단체 회원들이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한 가운데 현병철 입을 굳게 다문채 기념식 장을 나서고 있다.

며칠 전 청와대는 현병철 인권위원장을 연임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이명박 정부가 보기에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위협적인 존재였거나 정책 수행의 걸림돌이었나 보다. 인수위 시절부터 인권위를 무력화하기 위한 시도를 하더니 임기를 얼마 안 남겨둔 지금에서도 인권위를 허수아비로 만들려는 것을 보면. 

인권단체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시민사회의 힘으로 만든 국가인권기구를 그렇게 쉽게 허수아비, 알리바이기구로 전락시키는 것을 그냥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러다보니 이명박 정부 5년 내내 인권위와 관련된 싸움을 하게 되었다. 정말 지긋지긋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현 정부는 초지일관 인권위 흔들기를 하고 있다. 그 역사를 훑어보자. 

인권위 대통령직속기구화 시도

2007년 12월 새로운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인수위는 1월 14일 인권위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국가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이 가장 중요한 원칙임에도 3권 분립을 운운하면서, 행정부․사법부․입법부에 속하지 않은 기구는 있을 수 없다며 대통령 직속기구로 만들겠다는 정부조직개편안이었다. 

대통령 직속기구화는 인권위가 정부가 하는 일에 입도 뻥긋 못하도록, 행정권력의 수반인 대통령 밑에 둠으로써 독립적인 지위를 없애는 것이다. 국가인권기구는 독립성이 없이는 다른 국가기관의 인권침해를 감시할 수도, 비판할 수도 없다. 아직까지 인권위로 들어오는 진정 중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대상이 경찰, 교도소 등 국가기관이라는 현실을 봐도 그렇다. 

그래서 1993년 국제사회가 합의한 ‘인권보장과 증진을 위한 국가인권기구의 지위와 역할에 관한 원칙’(일명 파리원칙)에서도 독립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인권단체들은 바로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1월 24일에 명동성당 농성에 들어갔다. 그리고 유엔인권기구에도 정부안은 파리원칙에서 천명한 독립성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알렸다. 유엔 최고대표가 한국정부에 우려를 표명하는 서한을 보내며 국제사회의 이슈가 되자 인수위는 인권위의 대통령 직속기구화를 철회했다. 

인권위 조직축소

그러다 촛불집회에서 경찰이 행한 국가폭력에 대한 인권위 조사와 권고가 발표된 후인 2008년말, 정부는 다시 인권위 흔들기에 나섰다. 12월에 조직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언론에 흘리고, 부산․대구․광주에 있는 지역사무소를 없애겠다고 행정안전부가 발표했다. 

물론 인권위가 독립적인 기구임에도 인권위의 의견은 듣지 조차 않았다. 인권위가 방만한 조직운영을 한다는 감사원의 말과 경제위기를 이유를 대며 인력감축은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에 의하면 감사원은 인권위 정원을 30% 감축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없었으며, 경제위기로 국가기구들의 조직을 축소한 경우도 최대 2%를 넘는 경우는 없었다. 정부가 댄 근거는 다 사실무근이거나 핑계였다. 

전국의 인권단체들이 모여 조직축소 저지와 인권위 지역사무소 폐지를 막기 위해 행안부 앞에서 집회하고 농성도 했다. 농성하다 2명이 연행되기도 했다. 결국 지역사무소 폐지는 철회했지만 인권위 조직은 21%축소되었다. 

인권문외한 현병철 위원장의 임명

인권위원장을 비롯한 인권위원의 인선절차나 검증절차 없이 대통령․국회(여야)․대법원으로 임명권자가 정해져 있어서 인권위 설립 때부터 줄곧 시민사회는 인선과정에 대해 문제제기했다. 그러다 보니 무자격 인권위원이 종종 임명되어 사퇴촉구를 몇 차례 했었다. 이러한 절차부재의 문제, 인선시스템의 빈곳을 악용한 최악의 인선이 바로 현병철 인권위원장이다. 물론 그 외에도 김양원, 최윤희, 홍진표, 김영혜 등 인권문외한이자 친정부적 경력을 가진 인권위원을 현 정부와 여당은 임명하였다.

하지만 이만큼 이명박 정부와 코드를 맞추기 위해서 충성하는 위원장은 드물 것이다. 2009년 안경환 위원장이 정부의 조직축소 등 인권위 탄압에 항의하며 사퇴한 후 청와대는 현병철 씨를 인권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임명 배경은 “조직관리를 잘해서”라고 밝혔다. 그가 한양대학교에 몸담으면서 주로 한 일이 학자로서의 연구보다는 조직관리였다는 점을 높이 산 것이다. 하지만 인권위법 5조의 “인권위원은 인권문제에 관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고 인권의 보장과 향상을 위한 업무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 에도 맞지 않는다. 

인권관련 경험이 전무할 뿐 아니라 인권관련 칼럼 한 줄 안 쓴 인물이다. 그래서 2009년 인권위 공동행동은 현병철 씨에게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공개질의서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사퇴하지 않았고, 공개질의서에 대한 답변은 직원들에게 맡겨 자신의 의견인양 발표했다. 취임식을 한 차례 지연시켰지만 임명을 막지는 못했다. 그리고 그는 지난 3년간 인권위가 ‘국가권력 감시’가 아닌 ‘국가권력 지킴이’로 전락하도록 솔선수범(?)했다. 그 공로를 높이 산걸까? 이명박 정부는 다시 그를 연임시키겠다고 한다. 

제2장 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제5조(위원회의 구성) ①위원회는 위원장 1인과 3인의 상임위원을 포함한 11인의 인권위원(이하 “위원”이라 한다)으로 구성한다.②위원은 인권문제에 관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고 인권의 보장과 향상을 위한 업무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자 중에서 국회가 선출하는 4인(상임위원 2인을 포함한다), 대통령이 지명하는 4인,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인을 대통령이 임명한다.③위원장은 위원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④위원장과 상임위원은 정무직 공무원으로 보한다.⑤위원중 4인 이상은 여성으로 임명한다.⑥위원의 임기가 만료된 경우에는 그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그 직무를 수행한다.

청와대의 현병철 연임내정, 국제사회의 망신 자초할 것

청와대가 아무리 비상식의 정부라 할지라도 현병철 위원장을 연임시키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비웃음을 자초하는 길이다. 한국은 인권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최소한의 인권상식을 지니고 있는 나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시민사회가 반대하는 사람을 인권위원장으로 연임시키겠다는 것은 비판을 받을 일이다. 국제인권규범에서 중요시하는 것 중의 하나가 시민사회와의 협력과 소통이기 때문이다. 

ⓒ양지웅 기자 지난 2010년 12월10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 앞에서 현병철 인권위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인권시민단체 대책회의등 4개 단체가 세계인권선언 62주년 기념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인권위 정상화와 현병철 인권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필자는 실제 2009년 사회권규약 한국정부 심의 때 들었던 국제사회의 비웃음을 또렷이 기억한다. 당시 사회권 위원 한 명이 한국정부에 “왜 인권관련 경험이 전무한 사람을 인권위원장으로 임명해냐”는 질문을 하자, 이를 듣던 외신기자들과 해외 활동가들은 황당함이 담긴 웃음을 쏟아냈다. 그런 인권위원장을 칭찬하며 연임시키는 것을 국제사회가 얼마큼 동의할 것인가. 더구나 2010년 상임위원 두 명을 사퇴하게 만들고 전국적인 사퇴운동을 펼쳤던 인물이자, 프랑크 라뤼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상임위원들과 하려던 면담을 방해하여, 특별보고관이 출국기자회견과 한국보고서에서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던 인물인, 현병철 씨를 두둔하는 정부를 어떻게 볼 지 유추 가능하지 않은가!

그리고 인권위 독립성에 대한 국제인권기구의 권고는 사회권 규약 심의만이 아니라 여성차별폐협약 심의에서도 나왔다. 몇 년째 인권위 독립성이 각종 인권규약 심의 때마다 단골로 나온다는 것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부는 생각해봐야 한다. 올해 말에는 유엔인권이사회에서 한국인권상황정기검토(UPR)도 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정부가 망신을 당하기 전에 청와대는 현병철 위원장 연임내정을 거둬들여야 한다. 

명숙(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인권위공동행동 집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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