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2-06-20일자 기사 '서울동물원, 콘크리트 걷어내니 희귀종들 잇따라 출산'을 퍼왔습니다.
ㆍ전시를 위한 동물원에서, 동물을 위한 동물원으로
과천 서울대공원 안의 서울동물원 열대조류관에서는 20일 오후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2층 높이로 뻗은 열대관목 위 둥지에서 알을 품던 왕관비둘기 암컷이 몸을 일으키더니 갑자기 알을 발로 밀어냈다. 산란을 처음 경험한 암컷이 제 알이 아닌 줄로 착각한 것이다. 이 왕관비둘기는 좁은 새장 속에서만 지내다 지난 4월 이곳 열대조류관으로 옮겨와 알을 낳아 품고 있는 ‘초보 엄마’다.
서울동물원이 새들의 야생 서식지와 최대한 비슷한 환경을 갖춰 지난 5월 재개장한 열대조류관은 최근 ‘산란 호황’을 맞고 있다.
인큐베이터 속 모란앵무새 서울대공원 내 열대조류관 인큐베이터에서 자라고 있는 모란앵무새 새끼가 19일 숟가락에 담긴 이유식을 받아 먹고 있다. |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 올해 태어난 111마리 중희귀·보호종만 42마리한국표범 98년 만에 출산
국내에서 부화된 적 없는 멸종위기종 청금강앵무 한 쌍이 알을 낳아 지난달 30일 두 마리가 부화했다. 청금강앵무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이 정한 보호종이다. 뭉크앵무들도 예년보다 2배 많은 알을 낳았다. 모두 34종 244마리가 있는 열대조류관에선 현재 20여개 둥지에서 자연산란이 이뤄지고 있다. 새들이 새장 속에 갇혀있을 때는 자연산란이나 자연부화가 없었다. 알을 낳더라도 무정란이었다.
희귀한 새들이 열대조류관에서 잇달아 출산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환경 때문으로 분석된다. 조류관은 열대지역 환경과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 바나나 나무, 야자수 등 실제 열대지역에서 자라는 관엽식물들이 심어졌다. 새들은 나뭇가지를 모아 스스로 둥지를 튼다. 물도 물통에 담긴 것이 아니라 흐르는 물을 마신다. 이봉재 사육사는 “번식이 늘어난 것은 물론 실제 새들이 편안해 하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개코원숭이·한국표범·토종여우(왼쪽부터)
열대조류관처럼 동물 생태를 고려한 서식환경의 개선은 뚜렷한 번식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동물원은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모두 111마리의 동물이 태어났는데, 이 중 멸종위기 동물만도 42마리에 이른다고 이날 밝혔다. 같은 기간 기준으로 2009년 21마리에 비해 2배나 증가한 것이다. 서울동물원은 2009년에 고릴라·오랑우탄 등이 사는 유인원관을 손질, 철조망과 콘크리트를 없애고 나무를 빽빽하게 심었다. 폭포도 만들었다. 콘크리트 바닥을 걷어낸 자리에 숲을 만들자 무려 98년 만에 한국표범이 태어났다. 야생에선 이미 멸종된 황새와 늑대도 태어났다.
서울동물원은 특히 멸종위기에 처한 희귀 야생동물의 번식을 위해 특별번식장도 운용 중이다. 일반 관람객은 물론 사육사들의 출입도 제한되는 특별번식장에서는 지난 4월 토종여우(붉은여우) 새끼 8마리가 태어났다. 야생에서는 없어져 전국적으로 17마리만 특별관리되던 토종여우는 이제 25마리로 늘어났다. 현재 특별번식장에는 스라소니, 검은등자칼, 삵 등 23종 294마리가 특별관리되고 있다.
모의원 서울동물원장은 “동물을 전시 대상으로만이 아니라 이제 인간의 동반자로 여겨 동물복지를 고려할 때 동물은 물론 인간도 행복해질 수 있다”며 “내년에는 호랑이를 위해 야생환경을 갖춘 ‘호랑이숲’을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여란 기자 pee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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