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14일 목요일

[사설]권재진 법무·한상대 총장, 국회 증언대 세워야


이글은 경향신문 2012-06-13일자 사설 '[사설]권재진 법무·한상대 총장, 국회 증언대 세워야'를 퍼왔습니다.

검찰이 어제 민간인 불법사찰 및 은폐조작 사건의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3개월간의 재수사 끝에 내놓은 결과를 요약하면 ‘불법사찰은 일부 확인했으나 몸통도, 윗선도 찾아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즉생의 각오로 수사하겠다”(채동욱 대검찰청 차장검사)던 검찰은 파이시티 사건으로 이미 수감 중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추가 기소하는 등 5명을 재판에 넘기는 선에서 수사를 종결했다.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 수사요, 총체적인 부실 수사이다.

이번 수사의 핵심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사찰과 은폐조작에 청와대가 개입했는지, 또 이명박 대통령이 공직윤리지원관실 구성을 지시하거나 불법사찰로 얻은 정보를 보고받았는지를 규명하는 것이었다. 재수사의 단초가 된 양심선언을 한 장진수 전 주무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자신의 입을 막기 위해 ‘관봉 5000만원’을 건넸다고 밝혔다. 또한 진경락 전 기획총괄과장이 작성한 문건을 보면 ‘VIP(대통령)께 일심(一心)으로 충성하는 별도 비선 친위조직’이 공직윤리지원관실을 지휘하며 ‘VIP 보고는 공직윤리지원관→BH(청와대) 비선→VIP(또는 대통령실장)로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수많은 증거와 진술을 외면한 채 민정수석실-대통령실장-대통령으로 이어지는 ‘윗선 의혹’에 면죄부를 안겼다.

이러한 결과는 검찰의 소극적 수사행태로 미뤄 예상된 것이었다. 검찰은 ‘관봉 5000만원’의 출처로 의심받은 장석명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1차 수사 당시 검찰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은 김진모 전 민정2비서관을 비공개로 불러 단 몇 시간 조사하는 데 그쳤다. 2010년 은폐조작이 이뤄질 당시 민정수석을 지낸 권재진 법무부 장관은 아예 조사대상에서 제외했다. 권 장관은 자진해서 ‘개입한 적 없다’는 진술서를 제출하고는 9박11일 일정의 해외출장을 떠났다. 수사 발표 이후 쏟아질 집중포화를 피하려는 꼼수로 볼 수밖에 없다. 

검찰은 사찰 문건 500건을 수사했지만 이 중 3건만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았다. 전·현직 국회의원 10명, 고위공직자 8명, 전·현직 자치단체장 5명 등에 대한 사찰 정황을 포착하고도 대부분 ‘단순한 동향 파악’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사찰 대상에 이용훈 전 대법원장과 박원순 서울시장,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같은 유력인사들이 포함돼 있는데도 말이다. 헌법에 3권분립 원칙을 명시한 국가에서 행정부 소속 기관이 사법부 수장을 사찰했다는데, 동향 파악이라며 그냥 넘길 일인가.

검찰 발표에 따르면 불법사찰 보고체계의 윗선은 박영준 전 차관, 증거인멸의 윗선은 “내가 몸통”이라고 주장한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된다. 권재진 장관과 한상대 검찰총장은 이러한 수사결과를 믿으라는 것인가. 국회는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열어 뻔뻔하고 무능한 두 사람을 증언대에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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