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2-06-08일자 기사 '헌재, 대법 판결 뒤집어'를 퍼왔습니다.
ㆍ법률의 최종심 권한 두고 헌재·대법 정면충돌
헌법재판소가 “법원의 법 적용이 잘못됐다”면서 대법원 판결을 정면으로 뒤집었다.
헌재는 헌재법에 따라 법률의 위헌 여부만 판단할 수 있다. 헌재는 이런 법적인 한계를 기술적으로 피해대법원의 판결에 제동을 걸었다. 법원에서는 대법원을 최종심으로 하는 대한민국 사법체계를 흔들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헌재는 7일 GS칼텍스와 AK리테일이 국세청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패소하자 제기한 헌법소원에서 “대법원 판결은 위헌”으로 선고했다고 밝혔다. 양대 최고 사법기관이 같은 사안을 놓고 정반대 결정을 한 셈이다.
이들 2개 기업은 헌재 결정을 근거로 법원에 재심을 청구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미 대법원 판결로 확정된 사안이라 재심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 경우 헌재의 위헌 결정-법원의 재심 거부가 쳇바퀴 돌듯 되풀이되면서 사실상 사법공백 사태가 우려된다.
GS칼텍스는 1990년 10월 “기업을 상장하겠다”고 신청한 뒤 자산재평가를 통해 국세청의 감세 혜택을 받았다. 1990년 당시 조세감면규제법 56조가 근거였다.
그러나 GS칼텍스는 2003년 12월 상장 계획을 포기하면서 자산재평가를 취소했다. GS칼텍스는 국세청이 2004년 4월 그동안 감면받은 법인세(1990~1999년분) 707억원을 다시 내놓으라고 하자 소송을 냈다.
회사 측은 1993년 조세감면규제법이 개정되면서 입법 잘못으로 재부과 규정인 부칙 23조가 사라졌기 때문에 세금을 물릴 근거가 없다는 이유를 댔다.
서울고등법원은 2006년 10월 “입법 과오에 따른 과세 누락은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위해 감수해야 한다”면서 GS칼텍스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은 2008년 12월 GS칼텍스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부칙을 계속 적용한다는 규정이 없더라도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실효(失效)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GS칼텍스는 2009년 5월 서울고법에서 패소가 확정됐다. 그러자 이 회사는 헌재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대법원 판결에는 불복할 수 없도록 한 3심제 시스템을 무시하고 4심을 요구한 것이다.
헌재는 이날 대법원의 판결을 뒤집고 GS칼텍스의 손을 들어줬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대법원이 입법상의 흠결을 보완하기 위해 부칙 23조가 사라지지 않은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권력분립 원칙과 조세법률주의 원칙에 위배돼 위헌”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입법의 공백을 방지하고 형평성의 왜곡을 시정하는 것은 입법자의 권한이고 책임이지 법원이 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헌재 연구교수 출신인 남복현 호원대 교수는 “이 주문은 법조항 해석 방법을 제시하는 형태이지만 실제로는 대법원 판결 결과를 정면으로 깬 것이어서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범준 기자 seirot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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