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2-06-24일자 기사 '대형마트 “매주 일요일 정상영업” 안내방송… 전통시장선 한숨만'을 퍼왔습니다.
ㆍ강동·송파 마트들 현수막… 상인들 “판결 왜곡 말라”
24일 오전 11시50분 서울 롯데마트 잠실점 매장 외벽에는 ‘매주 일요일 정상영업’이라는 커다란 현수막이 걸렸다. 서울행정법원이 지난 22일 대형마트의 의무휴무 규제가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린 뒤 급하게 만든 현수막이었다.
영업 재개 소식을 듣고 매장을 찾은 고객들은 카트를 밀면서 제품을 담고 있었다. “오늘만 고등어를 싸게 팝니다”는 안내방송도 흘러나왔다. 이날 매장에는 평소보다 많은 직원들이 배치됐다. 서울 강동·송파구에 있는 대형마트 7곳과 기업형 슈퍼마켓 44곳은 서울행정법원 판결에 따라 이날 대부분 매장 문을 열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강제휴무로 그동안 소비자 불편과 입점업체들의 피해가 적지 않았다”면서 “조례절차상 문제를 지적한 법원의 판결은 적절했고 그래서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서울행정법원 판결로 서울 송파·강동구 대형마트의 영업이 재개된 24일 시민들이 정상영업을 한 이마트 천호점으로 향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의무휴무일에 손님을 맞아 들뜬 대형마트 분위기와 달리 이날 강동구 천호동 이마트 앞에는 시민단체와 자영업자들이 모여 대형마트의 의무휴무제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었다.
조중목 전국유통상인연합회 회장은 “대형마트의 의무휴무는 중소상인들에게 엄청난 대안이 된다”면서 “서울행정법원 판결은 조례 제정 절차를 문제삼은 것일 뿐 유통산업발전법 제정 취지는 인정하고 있는 만큼 대형마트들이 서울행정법원 판결을 왜곡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연합회는 “서울 강동·송파구 외에도 창원·수원·성남·전주시 등에서도 대형마트들이 비슷한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대형마트들의 이 같은 행태는 어렵게 살아가는 중소영세상인들을 짓밟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날 강동구에 있는 천호신시장은 대형마트가 영업하지 않은 둘째주 일요일에 비해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롯데마트와 1.5㎞ 떨어진 잠실동 새마을전통시장에서 7년째 채소가게를 하는 이강용씨(39)는 “대형마트가 쉬었을 때는 매출이 20~25%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마트가 정상영업을 한다는 것을 소비자들이 다 알게 되면 매출이 다시 이전 수준으로 줄어들 게 뻔하다”고 씁쓸해했다.
같은 시장에서 채소를 파는 이재윤씨(52)는 더운 날씨 때문에 상해버린 채소를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는 “대형마트의 영업재개가 시작돼 쓰레기통에 버리는 채소들이 더 늘어나게 됐다”고 말했다.
새마을시장에서 8년째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송영빈씨(53)는 “대형마트의 영업을 규제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매출이 좋아질 순 없다”면서도 “장기적으로 소상인들의 시장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인 만큼 제도를 꾸준히 지켜나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마트의 휴무로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대형마트와 납품 계약을 하는 사람들은 시장 상인에 비해 수가 극히 적다”면서 “대형마트가 한 달에 두 번 쉬어서 그들의 생계가 어려워진다면 시장 상인들은 어떻겠느냐”고 되물었다.
재래시장 상인들은 행정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안타까운 마음을 표시했다. 강동구 길동시장 ‘늘푸른 야채’ 배시철 사장은 “대형마트 강제휴업이 자리잡으면서 매출이 조금씩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니 혼란스럽다”면서 “강동구청과 의회가 조만간에 합리적인 절차를 밟아 대형마트가 다시 강제휴무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최병태 선임기자·곽희양 기자 cbt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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