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19일 화요일

[사설] 임의비급여, ‘고삐 풀린 망아지’ 돼선 안 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6-18일자 사설 '[사설] 임의비급여, ‘고삐 풀린 망아지’ 돼선 안 돼'를 퍼왔습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치료를 하고 환자에게 그 비용을 부담시키는 이른바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를 예외적으로 인정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금까지 엄격히 금지돼온 임의비급여에 숨통이 트인 셈이다. 이번 판결이 임의비급여 진료의 남발로 이어져 의료비 폭등 등을 불러오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법원은 환자의 진료선택권 등을 보장하면서도 임의비급여 진료 남발을 막기 위해 나름대로 전제조건을 달기는 했다. 진료를 할 당시 국민건강보험의 요양급여 대상으로 편입시킬 절차 등이 없는 상황에서, 해당 진료가 의학적 안전성과 필요성을 갖췄고 환자가 진료의 내용 및 비용에 동의해야 임의비급여 진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환자가 비용을 부담해도 부당하다고 볼 수 없는 사정에 대한 입증 책임을 병원에 부여했다.
하지만 이런 안전장치로 임의비급여 진료의 확산을 막기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그동안 임의비급여에 대해 부당이득 징수와 과징금 부과 등의 처분을 내리는데도 병원들은 수익 증대 등을 위해 임의비급여 진료를 공공연하게 해왔기 때문이다. 사실상 ‘의사는 갑, 환자는 을’의 처지인 의료현장에서 의사가 권하는 임의비급여 진료를 환자가 거부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렇다고 정부가 의료기관의 임의비급여 진료를 꼼꼼하게 감독해온 것도 아니다.
그런 까닭에 당장 걱정스러운 일은 개인 의료비 증가다. 우리나라는 2002~2009년에 1인당 보건의료비 지출 증가율이 연평균 7.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3.6%의 2배가 넘었는데, 임의비급여 허용은 이런 추세를 부채질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치료비가 많이 드는 중증환자들의 가계부담이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병원이 안전성이나 유효성이 객관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진료를 하게 될 경우, 되레 환자의 건강권이 위협받는 상황마저 빚어질 수 있다. 또 개인 의료비가 증가함에 따라 공공재원의 의료비 비중이 낮아지면서 전국민 건강보험 체계의 틀이 흔들릴 위험성도 있다.
정부는 임의비급여 진료가 ‘고삐 풀린 망아지’가 되지 않도록 감시·감독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병원의 사후보고제도를 엄격히 시행하고, 병원에 대한 현지조사 등도 더욱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의료계 또한 임의비급여 진료를 남발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양심으로 의술을 베풀고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라는 히포크라테스의 가르침은 의술보다 상술이 우선시되는 요즈음에 더욱 울림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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