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25일 월요일

[사설]박근혜 의원의 방송·언론관을 묻는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2-06-24일자 사설 '[사설]박근혜 의원의 방송·언론관을 묻는다'를 퍼왔습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22일 MBC 파업사태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 그는 이날 한 행사에 참석한 뒤 기자 질문을 받고 “파업이 징계사태까지 간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라며 “노사가 서로 대화로 슬기롭게 잘 풀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방송사들의 연대파업이 시작된 이래 견해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장 먼저 파업에 들어간 MBC는 이날로 파업 145일째였다. 박 의원은 이전에도 방송 파업과 관련해 수차례 취재진의 질문을 받았지만, “나중에 말씀드리겠다”며 답변을 미뤄왔다.

그러나 오랜 침묵 끝에 나온 견해 표명치곤 내용이 빈약했다. 그는 “(파업이) 장기화되면 결국 가장 불편하고 손해 보는 것이 국민이 아니겠느냐”며 “국민을 생각해서라도 노사 간에 빨리 타협하고 대화해서 정상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것이 공영방송의 주인은 국민이란 인식에서 비롯된 발언이라면 다행이겠으나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우리는 이 답변이 절반의 진실만을 담고 있다고 본다. 민주통합당 대변인이 논평한 대로 여기에는 핵심이 빠져 있다. 즉 공정방송 회복과 MBC 김재철 사장의 비리 규명에 대한 분명한 입장 없이 대화만 강조한 것이다. 과연 MBC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그 본질이란 이런 것이다. 방송장악은 민주주의의 적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이 그것을 획책해 낙하산 사장을 심었고, 김재철 사장의 경우 왜곡·편파 보도에 대한 사내 저항에 대량 징계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 이는 명백한 정권 차원의 언론탄압이다. 그런 마당에 ‘노사 대화로 정상화’ 운운은 너무 한가한 인식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갑자기 나온 질문이었으니 충분히 생각할 겨를이 없었으며 의례적 수준의 답변을 한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의 관심사는 이날 박 의원 답변의 내용과 수준이 아니다. 그가 생각의 일단을 밝힌 만큼 궁금한 것은 그의 언론·방송관과 향후 방송 파업사태를 어떻게 풀 것인지에 대한 구상 여하다. 박 의원에게 묻는다. 이명박 정권이 저지른 방송장악은 자신이 상관할 일이 아닌가. 이 대통령은 3월 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방송 파업사태에 대해 “대통령이 언급하면 오히려 간섭이 될 수 있다”며 회사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치 자신은 아무 상관이 없다는 태도였다. 이를 두고 유체이탈 화법이란 말까지 나왔다. 

박 의원도 과연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나. 국회에서 해법을 찾으려는 치열한 노력 없이, 그저 안타깝다는 인식 수준을 드러내는 것 정도로 만족하려는가. 또는 대선에서의 이해관계를 따져본 결과 ‘현상유지가 유리’라는 결론을 내린 것인가. 그렇다면 단언하건대 미래지향적 국가지도자의 자격이 없다고 본다. 박 의원은 ‘상실 없이 다른 풍경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는 말의 의미를 새겨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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