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4일 월요일

“박근혜, 김일성 생가 방문…국민들 불안”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6-03일자 기사 '“박근혜, 김일성 생가 방문…국민들 불안”'을 퍼왔습니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국가관 잣대로 제명?…박근혜 민주의식에 ‘부메랑’
“5·16 쿠데타 생각 밝혀라” “국가주의·메카시즘 떠올라”

뉴스분석 이석기·김재연에 제명 거론

“국가관을 의심받는 사람이 국회의원이 돼선 안 된다”는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발언은 앞으로 대선 과정에서 논란과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정치권에선 보고 있다. 지지율 1위인 유력 대선주자가 생각하는 ‘국가관’이란 무엇이고, 국가관을 이유로 대의기관인 국회의원의 거취를 결정하자는 발상이 과연 옳은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1일 이석기·김재연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의원의 거취 문제에 대해 “국회라는 곳이 국가의 안위를 다루는 곳인데, 기본적인 국가관을 의심받고 있고 국민들도 불안하게 느끼는 이런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두 의원이 자진사퇴하지 않으면 국회에서 제명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게 가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박 전 위원장이 이런 발언을 한 건 최근 통합진보당이 ‘종북 논란’에 휩싸여 뭇매를 맞는 상황에서 보수 후보로서 분명한 정체성을 드러내 보이겠다고 판단한 것 같다. 또한 이렇게 하는 게 12월 대선을 치르는 데 유리하다고 계산했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진보정당과 연대를 한 민주통합당까지 ‘이념적으로’ 몰아붙일 수 있는 정치적 이득이 있기 때문이다. 박 전 위원장은 문제의 발언 당시 “이 사태에 민주통합당도 큰 책임이 있다”며 ‘민주당 책임론’을 거론한 바 있다.
목진휴 국민대 교수는 “많은 국민이 통합진보당의 정체성과 관련된 태도에 대해 불만스럽게 생각하는 건 틀림없다”며 “그런 상황에서 (자신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박 전 위원장이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거꾸로 박 전 위원장의 발언은 대선에서 뜨거운 논란거리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어서, ‘양날의 칼’ 성격도 지니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몇년간 줄곧 지지율 압도적 1위의 대선주자였지만, 여전히 그의 당선 가능성엔 회의를 품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유는 그가 내세우는 가치가 2012년의 시대정신을 제대로 담보하고 있느냐에 대한 의문과, 그의 리더십이 개발독재를 이끈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처럼 권위주의적이고 일방통행식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 탓이 컸다. ‘국가관’을 이유로 대의기관인 국회의원 거취를 결정하자는 박 전 위원장 발언은 이런 의구심을 더욱 증폭시킬 개연성이 크다. “박근혜 전 위원장이 ‘국가관’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건, 국민교육헌장을 외우게 하던 1970년대 개발독재 시기를 떠올리게 한다”는 정치권 인사의 발언은 이런 부분과 맥이 닿아 있다.
‘국가관’을 이유로 이석기·김재연 의원을 제명해야 한다는 박 전 위원장의 발언이, 박정희 정권 시절이던 1979년 ‘반국가주의적 언동’을 이유로 당시 야당 총재이던 김영삼 의원을 제명했던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박 전 위원장이 국가관을 얘기한다면 곧장 ‘그럼 박 전 위원장은 5·16 군사쿠데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등의 반격이 나올 수 있다”며 “국가관 발언은 적절하지 못한 표현”이라고 말했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3일 논평에서 “박 전 위원장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5·16 군사쿠데타를 구국의 혁명이라고 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학자는 “구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다. ‘국가관’ 발언이 아주 틀린 얘기는 아니더라도 박 전 위원장의 신념과 외연의 한계처럼 느껴진다는 측면에서 박 전 위원장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학계와 정치권 인사들은 또 박 전 위원장의 국가관 발언이 민주주의에 어울리지 않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통합진보당 일부 의원들의 대북 인식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상의 자유와 관련한 부분이므로 그것을 근거로 의원직을 뺏어야 한다는 것도 적절치 않은 거 같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통합진보당 일부 의원들에게 문제 삼아야 할 것은 비례대표 선발 과정의 적법성, 공정성 여부”라며 “이 문제는 강제로 국회에서 내쫓기보다는 민주적 토론과 절차 속에서 유권자, 국민들이 알아서 결정하고 선택할 문제”라고 말했다. 시사평론가인 유창선 박사는 “이석기 의원 등의 최근 발언이나 행동에 공안적인 것이 전혀 없는데도 제명 운운한 것은 매카시즘적 발상”이라고 밝혔다.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의회에 들어와 대한민국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실질적으로 심각하게 훼손하는 게 보인다면 제명 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국가관이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국회 입성이 안 되고 제명하자는 건 매우 위험하다”며 “자칫 대한민국의 민주공화국적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전직 의원은 “그 사람들이 스스로 ‘나는 종북주의자다. 우린 이것을 실천할 거다’라고 얘기한 것도 아닌데 국가관을 내세워 제명까지 언급한 것은 오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철 김외현 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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