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진실의길 2013-04-04일자 기사 'KTX만 떼서 ‘제2철도’? 민영화 꼼수인가'를 퍼왔습니다.
[집중분석] MB의 민영화 계획과 제목만 다를 뿐 내용 똑같아

[집중분석] MB의 민영화 계획과 제목만 다를 뿐 내용 똑같아

‘제2철도공사’를 설립하겠단다. 이명박 정권이 추진하다 반대여론에 부딪혀 포기한 ‘KTX 민영화 계획’의 표지제목만 바꿨을 뿐 내용은 똑같다. 서승환 국토부장관이 곧 박 대통령에게 ‘제2철도’ 계획을 보고하고 서둘러 추진할 모양이다.
KTX 떼서 ‘제2철도공사’ 만들다는 새 정부
이명박 정권은 지난해 4월 KTX민영화 계획을 발표한다. ‘서울역-부산’(경부선) ‘용산역-목포’(호남선)로 운영되고 있는 기존의 KTX노선에 ‘수서발 부산·목포’ 노선을 추가하고, 이 ‘수서발 노선’을 민간기업이 운영하도록 하겠다는 게 계획의 골자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의 방만한 운영과 적자 누적의 원인이 시장 독점에 따른 경영의 비효율성 때문이라고 보고, KTX 노선을 민영화해 코레일과 경쟁을 붙이겠다는 게 이명박 정부가 말하는 ‘KTX 민영화’의 이유였다. 기존 노선을 떼서 민간기업에게 주자니 코레일의 거센 반발을 불러올 수 있어 고육책으로 생각해 낸 게 ‘수서발 노선’ 신설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가 MB정부가 주장한 ‘수서발 KTX’의 타당성을 그대로 물려받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다른 점이 있다면 ‘대기업 특혜 논란’을 비껴가기 위해 ‘민영화’라는 말을 ‘제2철도공사 설립’으로 바꾼 것뿐이다. 새 정부의 구상대로라면 2015년부터 철도운행은 두 개의 공사에 의해 운영되게 된다.
정부의 주장, 타당성 있는 건가?
민영화가 아니라면 복수의 공사 체제를 가동해서라도 코레일의 시장독점을 완화시켜야 한다는 게 국토부의 입장이다. 그러면서 코레일의 비효율성을 개선하는 데 ‘훌륭한 처방’이 될 거라고 주장한다. 정부의 주장이 얼마큼 타당한지 한번 살펴보겠다.
‘제2공사’가 설립을 찬성하는 측은 경쟁구도가 만들어지면 KTX요금 인하 효과가 발생해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거라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제2철도’를 설립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찮다. 초기 투자비용만 3000~4000억원(코레일 주장)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는 대표적 산업이 바로 철도산업이다. 승차권 예매발매 시스템 구축, 기관사 등 인력 양성, 사옥 마련, 초기 영업준비금 등을 감안하면 이 정도의 비용도 부족할 것이다.

새로운 공사 출범 비용은 일종의 투자다.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승차요금을 건드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승객 1인당 대략 5000~6000원 정도의 요금 상승 요인이 발생하게 된다. ‘제2공사’에게 요금을 크게 인하할 수 있는 여지가 별반 없을 거라는 얘기다.
인천공항과 서울지하철이 모델? 잘못 짚었다
국토부가 복수의 철도공사 설립을 주장하면서 내세우는 모델이 있다. 한국항공공사와 별도로 설립했던 인천공항공사의 경우와,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양분해 운영하고 있는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의 사례가 그것이다. 크게 잘못된 비교다. 인천공항공사와 한국항공공사가 각각 운영하는 공항과 노선이 중복되지 않는다. 시장이 달라 얼마든지 영업확장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서울지하철도 또한 마찬가지다.
하지만 철도의 경우는 다르다. 여러 열차가 동시에 같은 선로를 달려야 하기때문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수서발 KTX’와 현재 운행되고 있는 경부선·호남선KTX의 노선이 90% 가까이 중복된다. 운행시간에 따라 ‘나눠먹기’는 가능할지언정 경쟁방식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차로를 확장하는 것처럼 선로를 2복선, 3복선으로 깔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외려 ‘제2공사’가 비효율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현재 코레일의 설비와 인력 등과는 별도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인력, 설비, 기술, 장비, 시스템 등을 따로 마련하는 데에 따르는 비효율성이 상당할 것이다. 외국에 비해 선로의 총 길이가 짧은 편인 상태다. 나눌 게 아니라 나뉜 것도 합쳐야 할 판이다.
‘제2공사’, 비효율의 함정에 빠질 수도
코레일의 적자가 누적되는 원인이 단지 경영부실에만 있는 게 아니다. 이용객이 적은 지방노선, 저가운임 열차와 화물운송 분야가 적자를 가중시키는 주범들이다. KTX에서만 흑자가 난다. 코레일에서 KTX사업을 떼어내면 코레일의 부실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영업이익률이 30%에 달하는 KTX 사업권은 대기업들이 군침을 흘리는 분야다.

정부는 KTX민영화 사례로 이탈리아의 NTV를 꼽는다. 2012년부터 국영철도인 FS와 경쟁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민간기업의 고속철도 사업 진출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인지 판단하기에는 시기상조다. 그런데도 국토부는 NTV가 FS의 경쟁체제가 성공을 거둔 것처럼 말한다.
NTV는 출발부터 달랐다. 이탈리아 정부는 2003년부터 화물노선에 민간업체를 참여시켜 점진적인 방법으로 경쟁을 유도해 오며 시행착오를 줄이려 노력했다. 우리처럼 단박에 경쟁체제를 도입한 게 아니었다는 얘기다.
민영화 비용 톡톡히 치르고 재공영화한 영국철도
사전 충분한 준비 없이 철도를 민영화했다가 낭패를 본 사례도 있다. 영국의 경우가 그렇다. 신자유주의에 심취해있던 마가렛 대처가 수상이 되자마자 철도 민영화를 추진한다. 영국철도공사가 1개의 선로 회사, 25개의 여객운행 회사, 3개의 화물 운동회사, 3개의 열차임대 회사, 13개의 유지보수 회사로 쪼개진다.
이 과정에서 영국정부는 천문학적인 돈을 손에 넣을 수 있었고, 참여한 기업들 일부는 돈벼락을 맞았다. 선로시설을 독점 운영했던 ‘레일트랙’은 역간 7000~9000억원을 벌어 들였고 여객운송회사들도 큰 돈을 챙겼다. 1997년부터 2010년까지 5개의 대표적 여객운송회사에게 돌아간 배당금은 무려 4조원에 달했다.

정부와 몇 개 기업이 ‘잭팟’을 터뜨리는 동안 국민들은 치솟은 열차요금과 잦은 철도사고에 시달려야 했다. 1997년부터 2002년까지 5년간 사망사고가 6면 발생해 56명이 희생됐다. 사고의 원인은 대부분 비용절감을 통해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민간기업이 인력과 시설을 줄였기 때문이었다. 철도요금도 올라 2배로 튀었다.
여론이 악화되자 영국정부는 다시 ‘네트워크레일’이라는 공기업을 만들어 철도시설을 재공영화하기에 이른다. 원상복구가 이뤄진 셈이다. 재공영화의 효과는 컸다. 사고가 크게 줄었고, 유지보수를 관장하는 기업이 챙겨가던 이윤이 사라지자 비용도 크게 감소했다. 민영화 당시보다 연간 8000억원 정도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철도 운행 부문을 여전히 민간기업이 맡고 있어 ‘철도요금이 가장 비싼 나라’라는 지탄을 받는 원인이 되고 있다.

'제2공사‘는 KTX 민영화를 위한 꼼수?
KTX만 떼어내 ‘제2철도공사’를 설립하겠다는 정부의 주장에 석연치 않는 점이 여럿 발견된다. 공기업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면서 코레일과 경쟁을 붙이기 위해 또 다른 공기업을 만들겠다니 황당할 뿐이다. 동일 노선과 같은 선로위에서 공기업 끼리 경쟁한다? 웃지 않을 수 없다.
코레일이 돈 안 되는 지방노선과 화물노선을 내려놓고 KTX만 운영한다면 어떨까. 수익성과 효율성이 크게 높아져 단박에 짭짤한 흑자기업이 될 것이다. 코레일과 경쟁을 붙여서 요금을 낮추겠다는 정부의 주장도 일종의 ‘꼼수’다. 정부에게 가격 통제권이 있다. 굳이 경쟁을 통하지 않고도 KTX운임 인하는 언제든지 가능한 일이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고 결과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을 밀어붙이려는 의도가 뭘까. 눈속임까지 하면서 말이다. 정부가 ‘제2공사’ 설립에 집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민영화’에 따른 ‘대기업 특혜논란’을 비켜가려는 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2공사’는 ‘민영화’의 전단계일 수 있다.
MB정부와 수법이 많이 닮았다. 대운하 구상이 반대여론에 부딪히자 우회하기 위해 운하 수준의 공사를 강행하면서 ‘4대강 정비사업’으로 위장하지 않았던가. 수심 6m와 댐 수준의 보가 그 증거다.
박근혜 정부도 KTX 민영화 반대여론을 우회할 목적으로 ‘제2공사’ 설립을 들고 나왔다. 민영화로 가기 위한 단계를 밟고 있는 건가.
육근성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