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22일 월요일

KBS, ‘권은희 수사과장 폭로’ 보도 안했다


이글은 미디어스 2013-04-22일자 기사 'KBS, ‘권은희 수사과장 폭로’ 보도 안했다'를 퍼왔습니다.
방송3사, 경찰 수사만큼이나 ‘부실한’ 국정원 보도
서울 수서경찰서는 국정원 직원 김 모, 이 모씨와 일반인 이 모씨가 ‘정치 관여’를 금지하는 국가정보원법을 위반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고 18일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주요 혐의로 거론됐던 ‘공직선거법 위반’은 아니라며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선거에 영향을 주기 위한 적극적인 의사 표시를 발견하지 못해 선거 운동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어, 19일 (연합뉴스)가 당시 실무를 맡았던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의 ‘경찰의 수사 축소 및 윗선 개입설’ 폭로를 단독 보도해 ‘국정원’ 사건의 전말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하지만 방송3사는 사안의 심각성이 높은데도, 심층 분석 보도는커녕 단순 ‘받아쓰기 보도’와 ‘늑장 보도’로 대응했다.

KBS, 권은희 수사과장 폭로 ‘무보도’

국정원 댓글 사건을 가장 소홀히 다룬 방송사는 KBS였다. KBS는 지난달 원세훈 국정원장이 도피성 출국을 시도했을 때에도, 주말 내내 관련 소식을 보도하지 않아 논란이 된 바 있다.

▲ KBS '뉴스9'는 18, 19일 양일 간 국정원 댓글 사건 관련 보도를 내보냈다. 하지만 경찰의 결과 발표에 의존한 '받아쓰기식' 보도였고, 19일 밝혀진 권은희 전 수사과장의 폭로 역시 전혀 다루지 않았다. (뉴스9 화면 캡처)


KBS는 경찰의 공식 발표가 있었던 18일부터 21일까지 4일 간 단 2건을 보도했다. 그마저도 내용이 부실했다. KBS (뉴스9)는 18일 9번째로 국정원 직원과 관련한 경찰의 수사 발표를 전했다. 하지만 ‘정치 개입은 맞으나 선거 개입은 아니다’라는 내용 대한 문제제기나 비판 여론은 리포트에서 빠져 있었다.
19일에는 21번째 리포트로 “검찰, 원세훈 前 국정원장 ‘고강도 수사’ 예고” 소식을 보도했다.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공복 다이어트 위험성 등의 뉴스보다도 밀린 위치였다. 시민단체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고소하고 도피성 출국을 시도하려 했던 원 전 원장을 감시하기 위해 공항에 직접 나간 것이 벌써 지난달의 일인데, 뒤늦게 수사에 착수하는 것에 대한 비판 역시 찾아볼 수 없었다.
국정원 댓글 사건의 수사실무 책임자였던 권은희 전 수사과장은 서울경찰청에 대해 △수사경찰서가 의뢰한 키워드 축소해 대선 후보자 토론 직후(지난해 12월 16일) 중간 발표 △ 컴퓨터 문서 분석 과정에서 피의자 김 모씨에게 허락받음 △증거물품 컴퓨터 2대 뒤늦게 반납 △불법 선거운동 혐의 연상시키는 용어 언론에 흘리지 말라는 지침 존재 등의 내용을 폭로했다. 연합뉴스는 이를 19일 새벽 단독 보도했다.
(뉴스9)는 경찰의 부실 수사 및 수사 내용 은폐 등 중요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는 권은희 전 수사과장의 폭로를 지상파 3사 중 유일하게 보도하지 않았다.

경찰 발표 ‘받아쓰기’ 보도… 폭로 건도 하루 지나 전해

MBC (뉴스데스크)는 18일 23번째로 국정원 뉴스를 보도했다. 수사 결과 가운데 가장 논란이 됐던 ‘정치활동 했지만 대선 개입 아니다’를 제목으로 뽑았다. 이어, 경찰이 대선 사흘 전 ‘국정원 직원의 댓글 흔적이 없었다’고 발표해 축소 수사 논란이 있었다는 내용을 담았다.

▲ MBC, SBS는 권은희 전 수사과장의 폭로 건을 보도하긴 했으나 19일이 아닌 20일에 보도해 하루 늦게 전했다. (뉴스데스크, 8뉴스 화면 캡처)


(뉴스데스크)는 20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고강도 수사 및 권은희 전 수사과장의 폭로 등 2건을 각각 12, 13번째 리포트로 보도했다. 의뢰 요청한 키워드를 축소해 대선 사흘 전 긴급 중간 발표를 한 점을 중점적으로 다루었으며, 경찰 내부에서 나오고 있는 비판과 반성 여론을 전하기도 했다.
SBS (8뉴스)는 18일 국정원 댓글 사건을 4번째 리포트로 보도했다. 타사에 비해 리포트 순서가 앞쪽인 점과, ‘눈치보기 수사’를 하고 있다며 비판한 민주통합당의 반응이 포함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20일에는 11번째 리포트로 경찰 윗선의 ‘국정원 댓글 사건’ 축소·은폐 소식을 전했다. 내용은 MBC 보도와 크게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방송3사 중 이 중대한 사안과 관련해 심층적으로 분석, 보도한 곳은 없었다. 지금까지의 사건 일지를 훑으며 사건의 맥락을 짚어준 곳도 없었다. MBC, SBS는 19일 오전 처음 알려진 권은희 전 수사과장의 폭로 역시 하루 늦은 20일에야 보도했다.
방송3사의 부실한 ‘국정원 댓글 보도’는 대안언론 (뉴스타파)가 3월부터 현재까지 국정원의 여론 조작 및 정치 개입과 관련한 소식을 꾸준히 다루면서 19건의 리포트를 내 보내며 활약한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뉴스타파)는 19일 “국정원으로 의심되는 계정 640여개의 리트윗 네트워크를 분석, 관계망 지도를 그려본 결과 최소한 10개 그룹이 조직적으로 여론 조작에 가담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 뉴스타파는 국정원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트위터 계정 640여개를 분석, 최소 10개 그룹이 트위터 상에서 조직적인 여론 조작에 나섰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9일 밝혔다. 뉴스타파는 지난달부터 국정원 이슈를 꾸준히 좇으며 해당 소식을 지속적으로 전했다. (뉴스타파 화면 캡처)


함철 KBS 기자협회장은 22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오늘 뒤늦게 (국정원 댓글 사건이) 발제가 됐다. 오늘 뉴스에 나오기를 희망하고 있다”며 “부족한 게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부끄럽다”고 밝혔다.

김수정 기자  |  girlspeac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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