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4-17일자 기사 'KBS, ‘다큐극장’ 비판 기자회견 ‘물리적’ 저지… 결국 ‘충돌’'을 퍼왔습니다.
유신 미화 우려 다큐 프로 비판 기자회견… KBS 청경 “외부인사 포함됐다” 막아
유신 미화 우려 다큐 프로 비판 기자회견… KBS 청경 “외부인사 포함됐다” 막아
현대사 왜곡 논란을 빚고 있는 KBS (다큐극장)이 다음 주 첫 방영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KBS가 (다큐극장)의 역사왜곡을 우려하는 시민단체의 기자회견을 ‘물리적’으로 막아,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민족문제연구소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17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KBS본관 계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KBS의 (다큐극장) 강행을 비판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기자회견 직전, KBS 청원경찰들이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집회는 본관 앞 계단에서 할 수 없다”며 기자회견을 막아섰고,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이에 반발하면서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준비한 플래카드 펼치는 과정에서 청원경찰과 ‘물리적’ 충돌
전국언론노조 KBS본부(KBS본부) 남철우 홍보국장은 “기자회견을 막으라고 지시한 사람이 누구냐”며 따졌고, 김현석 KBS본부장은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 앞에서 시민들이 의견을 표명하지도 못하는 게 말이 되느냐. 집회와 기자회견 구분도 못하느냐”며 격렬하게 항의했다. 청원경찰들은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준비한 플래카드를 펼치지 못하게 막았고, 이 과정에서 양측이 서로 부딪히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청원경찰들은 “우리는 지시한 대로 하는 것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KBS본부 측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안전관리실장은 이 같은 지시를 내린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다큐극장 반대집회’는 KBS본관 계단이 아닌 KBS ‘밖’에서 진행됐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KBS본부 및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KBS측의 대응을 격하게 성토했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사무국장은 “길환영 사장이 왜 이렇게 손님에 대해 박하게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아이들은 다 같이 KBS 견학도 하는데 우리들은 ‘비국민’이냐”며 기자회견 저지를 강하게 비난했다. 방 사무국장은 “(다큐극장을 방송하겠다는 것은) KBS가 방송을 하겠다는 게 아니라 국사편찬위원회가 돼서 역사를 다시 쓰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희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도 “KBS앞에서 기자회견 많이 해봤지만 오늘처럼 ‘떼’로 몰려와서 기자회견 자체를 못하게 청경들이 막은 건 처음인 것 같다”면서 “시민단체들이 와서, 수신료를 내는 국민들이 와서 우리들의 목소리를 이 자리에서 내겠다는 건데 그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막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고 성토했다.
이 사무처장은 “‘다큐극장’은 내용도 문제지만 밀실에서 진행된 것이 더 문제”라면서 “이런 식으로 방송을 엉망으로 만들면서 무슨 수신료 인상 현실화를 요구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다큐극장’ 편성, 길환영 사장 연임 위한 ‘진상품’인가”
“‘다큐극장’ 편성, 길환영 사장 연임 위한 ‘진상품’인가”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국장도 “공영방송 사장이라 하더라도 방송 프로그램을 자신의 뜻대로 할 수는 없다”면서 “(다큐극장의 경우) 내부에서 반대할 게 명확하니까 외주를 통해 프로그램을 제작하려는 ‘꼼수’를 부리는 사람이 KBS 사장으로 있다는 것은 국민들에게 정말 불행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언론노조 KBS본부의 주최로 열린 '현대사 왜곡 프로그램 반대 긴급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경호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길환영 사장은 2년 후에 연임을 해야 된다. 연임을 하기 위해선 ‘진상품’을 하나 바쳐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 만든 게 ‘다큐극장’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KBS본부가 시민단체들을 초대해놓고 ‘기본적인 부분’을 해결하지 못한 채 아직도 싸우고 있는 현실이 부끄럽다”면서 “이 싸움이 승리로 이끌어져서 제대로 된 KBS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함철 KBS기자협회장은 “속죄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서 섰다”면서 “뉴스가 엉망이다 보니 말도 안 되는 프로그램이 기획되는 현실까지 오게 됐다. KBS가 과거로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함철 회장은 “KBS에서 기자회견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기자로서 창피하다”면서 “이런 KBS가 무슨 수신료를 받을 자격이 있느냐. 수신료 인상한다는데 수신료 인상과는 정반대의 길로 가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병용 KBS PD협회 사무국장은 “이번 ‘역사다큐’는 PD들도 우연히 알게 됐을 정도로 밀실에서 추진돼 왔다”면서 “그동안 역사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던 PD들이 우려를 표명한 데 이어 내부에서 제작하겠다고 제안도 했지만 사측은 이런 제안도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윤성도 KBS본부 정책실장은 “‘다큐극장’은 쉽게 말하면 ‘이승만‧백선엽 다큐’를 특집이 아니라 매주 한 편씩 하겠다는 것”이라면서 “더구나 KBS는 지금 박태준 씨를 모델로 한 드라마 ‘강철왕’도 방송이 예정이 돼 있다”고 주장했다.
윤 실장은 “공영방송 KBS가 현대사를 왜곡하고 역사의 특정사관을 강요한다는 그런 비난을 들을 것이 너무나 뻔한 상황”이라면서 “‘다큐극장’이 모든 것의 시발점이라고 보기 때문에 반드시 문제제기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차원에서 이 자리에 서게 됐다”고 말했다.
김현석 KBS본부장은 “시민들이 프로그램에 대해서 말을 하겠다는데, KBS는 청경을 동원해서 기자회견을 막고 있다. 사내에서 제 임금을 못 받고 있는 KBS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 투쟁을 벌이고 있는데 아무런 제안도 하지 않고 있다”면서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막고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에 귀 닫은 KBS가 무슨 자격으로 수신료 인상을 요구할 수 있느냐”고 질타했다.
“국민의 목소리에 귀 막은 KBS가 무슨 자격으로 수신료 인상을 요구하나”
이들은 17일 발표한 결의문에서 “길환영 사장은 친일 독재 세력을 미화할 것이 명약관화한 현대사 프로그램을, KBS 역사상 최초로 외주제작사를 통해 100% 제작, 방송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역사 왜곡을 위한 광기의 칼을 마침내 빼어들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길환영 사장은 이미 알려진 것처럼 2년 전 콘텐츠본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문제의 이승만 다큐멘터리를 주도적으로 기획한 사람”이라면서 “공영방송의 전파는 친일 독재의 미화 도구로 결코 사용될 수 없다. ‘다큐극장’ 방송을 강행한다면 민주 시민들의 준엄한 심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동기 기자 | mediagom@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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