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5일 월요일

“지역 의료원 공공성 제고, 지역 주민 참여 필수적”


이글은 시사IN 2013-04-14일자 기사 '“지역 의료원 공공성 제고, 지역 주민 참여 필수적”'을 퍼왔습니다.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로 지역 의료원 공공성 논의 촉발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의 ‘판’이 점점 커지는 모양새다. 현직 정치인과 장관 등 유력 인사들까지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하면서, 이번 사태는 단순한 지역 현안에 머무르지 않고 여의도와 시민사회 모두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민주통합당 김용익 의원이 폐업을 반대하며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는 현장에는 이미 문재인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이 다녀갔다. 또한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0일 경남 진주의료원을 찾은 데 이어,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11일 오전 회의에서 박권범 진주의료원장 직무대리에게 노조와 대화할 것을 지시했다.

▲ 민주통합당 문재인 의원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관 입구에서 진주의료원 정상화를 촉구하며 5일째 단식 농성중인 김용익 의원을 격려 방문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뉴스1


사태의 핵심 쟁점은 지역 의료원의 ‘공공성’이다. 폐업 찬성 측은 “진주의료원이 공공성을 상실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 측은 “진주의료원은 저소득층 도민들에게 의료 안전망을 충분히 제공해 왔다”며 반박하는 상황이다.
왜 공공성이 문제가 되는지를 이해하려면 지역 의료원이 ‘의료의 공공성을 확립해 의료 서비스를 고르게 제공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설립됐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공공의료기관의 공급 주체가 적고, 민간 의료기관이 주를 이루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는 의료의 상업화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지역 의료원은 민간 병원이 들어서서 유지되기 어려울 정도로 인구가 적은 지역, 의료 접근성이 낮은 농촌 지역 등에 주로 지어진다.

“방만한 운영 견제하려면 지역 주민 참여해야”

지역 의료원의 ‘방만한 운영’을 우려하는 측에 일리가 없지는 않다. 안성의료생협의 김보라 전무이사는 “지역 의료원이 갖는 여러 가지 좋은 기능이 많지만 국가 기관인 만큼 관료화될 여지가 있다”며 “전문가가 아닌 의사가 병원 개원을 했다가 잘 되지 않아 원장 직을 맡는 경우 의료원을 제대로 경영하지 못해 적자를 본다”고 지적했다.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도 현재로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 김 전무이사의 설명이다. 김 전무이사는 “의료원에서 자체적으로 운영위원회 등을 통해 지역 주민들에게 운영 과정을 공개하고 운영에 참여할 기회를 주지 않으면서 의료원과 지역 사회가 단절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전무이사는 “의료원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지역 주민들은 긍정적인 면을 거의 볼 수 없다”며 “민간 병원보다 시설도 나쁘고 불친절하며 소위 ‘가난한 사람들’만 이용하는 곳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북부병원 권용진 원장 또한 중앙일보 12일자 시론을 통해 “(국공립 의료기관이) 지난 20여 년간 민간 의료기관의 증가에 대처하지 못했고, 우수한 의사·경영자 부재 등 비효율성이 심화됐는데도 미래지향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지역 의료원, 필수의료시설 갖춘 ‘종합병원’ 역할”

▲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를 위해 6일째 단식농성 중인 민주통합당 김용익 의원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회원들이 9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이순신동상 앞에서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스1


그럼에도 지역 의료원을 비롯한 국공립 의료기관의 사회적 역할은 아직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역 의료원의 존재 의의와 관련해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의 우석균 정책실장은 “공공 의료는 적정 진료와 표준 의료의 기준을 제시한다”며 “가난한 사람들과 지역, 농촌 거주민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의도 물론 있다”고 소개했다.
지역 의료원의 구체적인 역할에 대해서는 “사립 병원은 지역에서 중환자실, 응급의료시설, 호스피스 시설, 분만실 등 돈이 되지 않는 필수의료시설을 만들기를 포기한다”며 “지역 의료원이 종합병원 역할을 자처한다”고 설명했다.
지역 의료원의 관료화 가능성을 지적했던 김보라 전무이사 역시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집에서 진료를 하는 ‘가정간호사업소’를 민간 의료원이 농촌 등지에서 개설할 경우 인구가 흩어져 있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며 “그래서 적자를 감수하고라도 공공의료기관에서 이를 개설한다”고 전했다.
또한 “민간 병원에서는 예방접종, 비보험진료 수가를 담합해서 결정할 수 있지만, 의료원은 원가에 가깝게 적정 가격을 책정해 민간 가격을 견제한다”며 “입원비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취약계층도 입원 환자로 받을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지역 의료 공공성 강화 논의 없는 ‘날치기’ 도의회

김 전무이사는 “공익적 목적에서 적자가 발생한다는 데 대한 지역 사회의 공감대가 필요하다”며 “지역 의료원의 관료화는 지역 주민의 참여로 극복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논의를 뒤로 하고 진주의료원 사태는 진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 12일 오후 경남도의회 본회의장에서 민주개혁연대 소속 도의원들이 개정안 저지를 위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민주개혁연대 소속 도의원들은 진주의료원 해산을 가능하게 할 조례 개정을 저지하기 위해 11일 저녁부터 경남도의회 본회의장을 점거했다.ⓒ뉴스1


급기야 12일 오후 8시 35분께 경남도의회 상임위에서는 진주의료원 폐업 조례가 폭력 사태 속에서 날치기 처리되었다.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이 위원장석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간 야당 의원들을 밀어내고 강행처리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이에 따라 노사 간에 이루어지던 의료원 정상화 논의는 기약 없이 정체될 전망이다. 진주의료원 사태로 말미암아 촉발될 수 있었던 공공 의료 서비스의 사회적 역할과 지역 의료원의 운영 건전화에 대한 논의도 ‘날치기’ 이슈에 묻혀버릴 위기에 놓여 있다.

윤다정 기자  |  songbird@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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