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시사IN 2013-04-24일자 기사 '진주의료원, 노조가 아니라 ‘정책이 문제’'를 퍼왔습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진주의료원의 적자가 노조 때문이라며 폐업을 강행하려 한다. 그러나 (시사IN)이 입수한 보건 복지부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시 외곽으로 병원을 신축이전한 데 따른 정책 실패가 원인이었다.
4월9일 오후 5시 경남 진주의료원 호스피스 병동. 마지막 환자 이정자씨(74·가명)의 아들 김 아무개씨(34)가 병동을 지키던 간호사 두 명에게 퇴원 통보를 했다. “내일 경상대병원으로 옮기기로 했습니다.” 순간 간호사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말기 암 환자를 끝까지 보호하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이씨가 퇴원하면 호스피스 병동은 정말 문을 닫는다는 현실의 무게감 때문이었다. 이씨가 나가면, 진주의료원에는 급성기 병동에 1명, 노인요양병원에 29명만 남게 된다.
내일부터 호스피스 병동이 비면 무얼 할 거냐는 기자의 물음에, 한 간호사는 “이제 우리도 투쟁해야지요”라면서도 ‘투쟁’이라는 단어가 멋쩍은 듯 웃어버렸다. 환자도 의사도 거의 다 떠나면서 폐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 같다는 그녀는 기자에게 대뜸 “쌍용차는 요즘 어떻습니까?”라고 물었다. 대량 정리해고와 잇따른 노동자의 죽음으로 기억되는 쌍용자동차 사건처럼 진주의료원 사태가 번질까 봐 두려워하는 모습이었다. 지금이야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일방적으로 폐업을 밀어붙여 그만큼 반작용으로 더 싸우고 있지만, 재취업과 같은 당근으로 유혹하면 흔들리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강성 노조’의 모습이라기에는 소박한 고민이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진주의료원의 적자가 노조 때문이라며 폐업을 강행하려 한다. 그러나 (시사IN)이 입수한 보건 복지부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시 외곽으로 병원을 신축이전한 데 따른 정책 실패가 원인이었다.
4월9일 오후 5시 경남 진주의료원 호스피스 병동. 마지막 환자 이정자씨(74·가명)의 아들 김 아무개씨(34)가 병동을 지키던 간호사 두 명에게 퇴원 통보를 했다. “내일 경상대병원으로 옮기기로 했습니다.” 순간 간호사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말기 암 환자를 끝까지 보호하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이씨가 퇴원하면 호스피스 병동은 정말 문을 닫는다는 현실의 무게감 때문이었다. 이씨가 나가면, 진주의료원에는 급성기 병동에 1명, 노인요양병원에 29명만 남게 된다.
내일부터 호스피스 병동이 비면 무얼 할 거냐는 기자의 물음에, 한 간호사는 “이제 우리도 투쟁해야지요”라면서도 ‘투쟁’이라는 단어가 멋쩍은 듯 웃어버렸다. 환자도 의사도 거의 다 떠나면서 폐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 같다는 그녀는 기자에게 대뜸 “쌍용차는 요즘 어떻습니까?”라고 물었다. 대량 정리해고와 잇따른 노동자의 죽음으로 기억되는 쌍용자동차 사건처럼 진주의료원 사태가 번질까 봐 두려워하는 모습이었다. 지금이야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일방적으로 폐업을 밀어붙여 그만큼 반작용으로 더 싸우고 있지만, 재취업과 같은 당근으로 유혹하면 흔들리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강성 노조’의 모습이라기에는 소박한 고민이었다.

ⓒ시사IN 이명익 노조의 현수막이 붙어 있는 진주의료원 로비.
같은 시각, 진주의료원 본원에서는 직원들이 삼삼오오 데스크톱과 노트북 앞에 둘러앉았다. 홍준표 지사가 도의회에 출석해 도정 질의에 답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홍 지사는 강성 노조 때문에 진주의료원 문을 닫게 되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당장 “6개월째 월급도 못 받고 출근하는 강성 노조가 어디 있노” 따위 푸념이 새어나왔다. 같은 날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는 경상남도 직원들이 ‘진주의료원 노조 실상’을 담은 자료를 돌렸다.
“누적부채 279억원, 지난해 당기순손실 69억원 등 재정 여건이 심각하다. 이는 의료수익 대비 인건비 비율이 77.6%에 달하기 때문이다. 전국 의료원 평균이 69.8%인 점을 감안하면 비정상적으로 높다. 또한 진주는 의료서비스 공급과잉 지역으로 경영개선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노조는 도의회 및 경남도의 수차례 경영개선 요구에도 지속적인 임금인상 요구와 부채탕감 예산 지원만 요구했다. 이에 따라 자구 의지가 없어 회생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고 폐쇄를 결정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인건비 비중이 높은 것은 급여 수준이 높아서가 아니라 수익이 낮기 때문이라고 반박한다. 진주의료원보다 인건비 비중이 높은 곳도 7군데나 되지만 폐업한 곳은 없다는 것. 또 진주의료원 간호사 평균 연봉은 3100만원으로 한국 간호사 평균 연봉보다 1000만원 낮다고 덧붙였다.

<시사IN>이 입수한 ‘공공병원 운영평가 보고서’.
같은 의료권 내에 민간병원 너무 많아
진주의료원 폐업을 두고 경상남도와 진주의료원 노조의 주장은 공방으로 흘러갔다. 진주의료원의 진실은 뭘까. (시사IN)은 민주통합당 최동익 의원실을 통해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2012 지역거점 공공병원 운영평가 결과 보고서’를 단독 입수했다. 전국 39개 공공병원에 대한 평가가 담겨 있다. 보건복지부가 삼일회계법인에 의뢰해 지난해 8월 작성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진주의료원의 부실은 잘못된 정책 판단과 그로 인한 경영부실 탓이 크다. 홍준표 지사가 꼽는 ‘강성 노조’ 문제는 보고서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의료서비스 과잉공급 지역이라는 경상남도의 진단은 보고서의 내용과 동일했지만 해법은 달랐다. 노조의 ‘발목잡기’가 아니라 병원 운영의 비효율성을 없애는 게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세부 내용을 보자. 진주의료원에 경영혁신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34개 전국 지방의료원과 5개 적십자병원을 A·B·C·D 등급으로 나누는 진단에서 진주의료원은 D등급을 받았다. 진주의료원을 비롯해 11개 지방의료원과 적십자병원이 이에 속했다. 평가 기준은 양질의 의료, 합리적 운영, 공익적 보건의료 서비스, 사회적 책임 네 가지 항목이었다.
평가 영역 중에서 합리적 운영 부분은 좀 더 세분해서 점수가 매겨졌다. 경영효율성은 세 분야로 나뉘었는데, 진주의료원의 재무건전성은 100점 만점에 63.4점(전체 평균 53.63점), 경영성과는 34.6점(전체 평균 44.03점), 운영 효율성은 26.2점(전체 평균 50.02점)이다. 공공병원이 대체로 효율성이 낮지만 그에 비해서도 진주의료원은 생산성은 낮고 수익성이 취약했다. 이 보고서가 꼽은 진주의료원의 주요 문제는 크게 6가지다. △환자 수 부족 △신축 이전에 따른 재무 악화 △의사 수급 어려움 △수익 대비 높은 인건비 구조 △수익성 관리 부족 △인건비 체불 증가가 꼽힌다.

ⓒ시사IN 이명익 4월9일 진주의료원 직원들이 홍준표 지사의 도의회 답변 모습을 보고 있다.
먼저 환자 수가 부족한 이유는 같은 의료권 내 민간병원이 여럿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로 인해 병상 규모 대비 환자 수가 적었다. 보고서의 진단 기준인 2011년 현재 진주의료원은 병상 240개에 1년간 외래 및 입원 환자 수가 15만명이다. 진주의료원 주변에는 자동차를 타고 30분 거리 안에 상급 종합병원 1개, 종합병원 2개, 병원 12개가 있다. 사실상 과포화 상태이다.
게다가 진주의료원의 위치는 상대적으로 외졌다. 2008년 진주시 외곽으로 신축 이전하면서 환자의 접근성이 떨어졌다. 환자 수 감소는 더욱 심각해졌다. 외진 곳에 자리 잡으면서 환자 수도 증가하지 못했고 관련 빚만 늘었다. 2008년 진주의료원 신축 이전 후 의료수익 증가가 약 31억원이었지만 의료비용은 약 56억원이 늘었다. 의료수지 적자 확대에 의료원 신축 이전이 중요한 구실을 한 것으로 이 보고서는 평가했다.
지리적 환경이 이렇다 보니 환자 만족도는 2011년 기준 평균 84점으로 다른 공공병원에 비해 높지만, 이런 서비스 품질 향상이 당장의 환자 증가로는 연결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주변 의료권역을 고려하지 않고 늘린 병상과 위치 이전으로 인한 재정 위기는 곧 정책 실패를 뜻한다.
의사 수급의 어려움도 뒤따랐다. 같은 권역 내 민간병원 곳곳으로 전문의가 자주 이직했다. 2010년에 5명, 2011년에 2명이 다른 병원으로 떠났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전문의에 대한 연봉을 높게 책정했다. 일종의 유인책이었다. 진주의료원의 공보의 6명을 제외한 전문의 1인당 인건비는 2억1700만원이다. 이런 상황은 의료수익 증가 대비 전문의 인건비 증가율을 더 높게 만들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총 의료수익 증가는 0.6%였지만 전문의 인건비는 46% 늘었다.
같은 이유로 수익 대비 인건비도 높다. 의료수익 대비 인건비 비율은 2011년 기준으로 약 79%다. 비슷한 규모의 300~400병상 규모 민간병원의 인건비 비율이 42%인 것과 비교하면 30%포인트 이상 높다. 홍준표 지사가 지적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가면 다르다. 홍 지사는 이 문제를 노조 탓으로 보고 있지만, 보고서는 상당 부분 의사의 높은 인건비를 지적한다. 사무직 및 간호사·의사를 제외한 직원의 평균 근속연수는 다른 공공병원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고 보았다. 또 직원 1인당 평균급여도 3000만원 중반으로 높지 않은 편이라고 진단한다.
다만 병원에 오는 환자 수가 적은 탓에 환자 수 대비 직원 수가 2011년 환자 1000명당 1.6명으로 동일 규모 공공병원 환자당 직원 수(환자 1000명당 직원 1.0~1.4명)에 비해 많다. 그에 따라 총직원 인건비도 의료수익에 대비해 높게 나타난다고 평가했다. 수익이 적다 보니 인건비가 과다한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보고서, 지자체 주도 경영쇄신안 권고
수익성 관리가 부족한 것도 병원 부실경영의 한 원인이었다. 종합병원 규모를 유지하기 위한 진료과 유지, 수익성이 좋지 않은 수술실·응급실 유지 등으로 인한 손실을 진주의료원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또 병원의 각 과와 의사 사이에서도 손익에 대한 분석이 다소 형식적이고 임직원 간 공유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심지어 인건비 체불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인지라 이로 인한 부채도 증가한다고 진단했다.
보고서 내용을 종합하면, 진주의료원은 경영상 문제를 앓고 있는 병원이 맞다. 기본적으로 공공병원이 수익을 창출하기 힘든 구조(보고서의 다른 부분을 보면 “지방의료원은 의료안전망 진료과와 응급실 운영으로 인한 손실액 및 공공의료기관으로서의 책무 수행으로 감내하는 비용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취약 지역에서 응급의료 건수가 동급 전체 병원보다 1.08배, 수익을 얻기 어려운 격리 병상은 3.42배, 호스피스 병상은 3.55배 많다”라고 기술되어 있다. 수익을 창출하기 힘든 구조라는 의미다. 더 자세한 내용은 32~33쪽 기사 참조)이지만, 진주의료원은 평균보다 아래로 평가받는 항목이 많았다.
하지만 문제의 원인과 진단 그리고 해법은 홍준표 지사와 달랐다. 보고서는 “진주의료원은 병원 이전으로 인한 접근성 하락과 전문의의 이탈에 따른 환자 수 감소로 과거 신축 투자금에 대한 회수와 수익성 개선이 불확실하므로 수익성이 높거나 반드시 필요한 기능 중심으로 진료과 운영의 효율화가 필요하다”라고 결론지었다. 또 지방자치단체의 구실도 강조한다. 지자체 주도로 경영쇄신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유휴 시설을 활용하고 조직 진단을 통해 인력배치 효율화를 기하라는 내용 등이다. 민주통합당 최동익 의원은 “이 보고서만 보면 홍 지사의 주장이 억지라는 걸 알 수 있다. 처음에는 적자 때문에 병원 운영을 못하겠다고 하다가, 여론에 밀리니까 ‘노조의 해방구’를 운운하며 공공병원 적자 구조를 호도했다. 지금이라도 공공병원을 없앤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철회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홍 지사의 ‘밀어붙이기’가 여전하자 정부가 진화하는 모양새를 취하기 시작했다. 4월10일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은 진주의료원에 들러 “진주의료원이 공공병원으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밝혔고, 이정현 청와대 정무수석도 야당 의원들을 만나 “최악의 상황으로 가서는 안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남도의회 문화복지위원회는 4월12일 저녁 몸싸움 끝에 진주의료원 폐업 조례를 날치기 통과시켰다. 조례 개정안은 4월18일 도의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김은지 기자 |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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