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시사IN 2013-04-04일자 기사 '“전례 없는 보상금? 전례 없는 사기극!”'을 퍼왔습니다.
출자사들이 용산개발사업을 정상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주민 모임이 여러 개로 갈라지는 등 갈등이 심각하다. 자금 조달, 인허가 문제 등 앞으로도 난제가 널려 있다.
‘재벌기업 배불리는 통합개발 반대한다’라는 글귀가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 22층짜리 대림아파트 외벽에 거대하게 칠해져 있었다. 베란다에도 한두 집에 걸쳐 ‘통합개발 반대한다’는 작은 현수막이 내걸렸다. 옅은 황사가 관측됐다는 3월19일과 20일, 서부이촌동을 찾았다. 지은 지 40년 가까이 된 연립주택 건물은 황사로 인해 더 뿌옇게 보였다. 은행·편의점·학교 같은 시설은 없었다.
“전례 없는 보상금? 전례 없는 사기극!”
31조원 규모의 용산국제지구 개발사업이 6년 만에 좌초 위기에 처했다. 3월13일 용산개발사업의 자산관리위탁회사 용산역세권개발㈜은 금융이자 59억원을 갚지 못해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졌다. 2007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코레일 부지 개발 사업에 서부이촌동을 편입시켜 통합 개발을 하기로 결정했다. 사업 규모가 총 56만6000㎡(17만1215평)에 이르러 ‘단군 이래 최대 사업’이라는 말이 돌 정도로 방대한 개발 사업이었다. 한 서부이촌동 주민은 “그 당시만 해도 전례 없는 규모인 만큼 보상액도 전례가 없을 거라는 말이 돌았다. 부도 위기가 터지고 보니 전례 없는 사기극이었던 셈이다”라고 말했다.

출자사들이 용산개발사업을 정상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주민 모임이 여러 개로 갈라지는 등 갈등이 심각하다. 자금 조달, 인허가 문제 등 앞으로도 난제가 널려 있다.
‘재벌기업 배불리는 통합개발 반대한다’라는 글귀가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 22층짜리 대림아파트 외벽에 거대하게 칠해져 있었다. 베란다에도 한두 집에 걸쳐 ‘통합개발 반대한다’는 작은 현수막이 내걸렸다. 옅은 황사가 관측됐다는 3월19일과 20일, 서부이촌동을 찾았다. 지은 지 40년 가까이 된 연립주택 건물은 황사로 인해 더 뿌옇게 보였다. 은행·편의점·학교 같은 시설은 없었다.
“전례 없는 보상금? 전례 없는 사기극!”
31조원 규모의 용산국제지구 개발사업이 6년 만에 좌초 위기에 처했다. 3월13일 용산개발사업의 자산관리위탁회사 용산역세권개발㈜은 금융이자 59억원을 갚지 못해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졌다. 2007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코레일 부지 개발 사업에 서부이촌동을 편입시켜 통합 개발을 하기로 결정했다. 사업 규모가 총 56만6000㎡(17만1215평)에 이르러 ‘단군 이래 최대 사업’이라는 말이 돌 정도로 방대한 개발 사업이었다. 한 서부이촌동 주민은 “그 당시만 해도 전례 없는 규모인 만큼 보상액도 전례가 없을 거라는 말이 돌았다. 부도 위기가 터지고 보니 전례 없는 사기극이었던 셈이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이명익 31조원 규모로 추진되던 용산국제지구 개발 사업이 채무 불이행으로 좌초 위기에 처했다.
코레일 부지인 용산 철도정비창 터는 지난해 9월께 공사를 멈췄다. 철조망에 둘러싸인 44만2000㎡ 대지는 트럭 하나 없는 허허벌판이었다. 4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서부이촌동 주거지역이 펼쳐져 있다. 서울시에서 투기를 막고자 이주대책 기준일인 2007년 8월30일 이후 입주자는 분양권에 제한을 뒀다. 당연히 집을 팔고 사는 사람이 없었다. 허름한 상가 1층에 자리한 부동산 7곳 중 5곳이 문을 닫았다. 영업을 하는 두 곳에는 전세나 매매가 아닌 ‘보증금 O천만원’이 적힌 종이만 가득했다. 2∼3층짜리 낡은 연립주택이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비좁게 붙어 있었다. 언제 개발이 될는지 알 수 없는 통에 주민들은 낡은 집을 수리하지 않았다. 인근 철물점 주인은 “예전에는 오래된 집들이라 수리도 하고 리모델링도 했다. 이젠 할 일이 없다. 인테리어 가게도 망해서 건물이 비었다”라고 말했다.
용산개발이 시작되면서 주민 간에는 갈등이 극심해졌다. 아파트와 상가 입구에는 ‘개발 관계자 출입금지·무단출입 시 고발 조치함’ 푯말이 붙어 있다. 서부이촌동에는 대림(638가구)·북한강 성원(340가구)·동원 베네스트(103가구)·중산(266가구)·시범(228가구) 등 5개 아파트가 조성돼 있다. 아파트 주민들은 단독·연립·다세대 주택 소유자(604가구)들에 비해 개발 반대 의사가 더 강하다. 특히, 대림아파트와 북한강 성원아파트 주민들은 이 아파트가 한강 조망권을 확보하고 있어 미래 가치가 더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주택 및 상가 소유자는 개발에 찬성하는 이가 많았다. 시행사 드림허브가 낡은 주택을 주상복합으로 바꿔놓겠다고 홍보했다. 2007년 당시 드림허브가 나눠준 ‘개발 시 재산가치 30억6925만원(33평 아파트)’ ‘평당 2억 보상’ ‘입주권 프리미엄’ 따위 홍보물은 여전히 부동산 내부 곳곳에 붙어 있었다. 지은 지 38년 된 다세대 주택에 사는 송종수씨(52)는 판자촌이 즐비하던 시절부터 살았다며 “개발은 시행사와 주민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라고 말했다.
용산개발사업이 언론에 오르내리기 직전인 2007년 상반기, 서부이촌동에는 ‘집값 급등’이라는 회오리가 몰아쳤다. 지어진 지 40년 된 중산아파트(18평형)가 무려 6억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종전보다 3배가 넘게 올랐다. 주민대표자 중 한 명인 이 아무개씨(49)는 “그때 개발 차익을 노리고 이사 온 주민이 30%가 넘는다”라고 말했다. 이즈음 입주한 이들이 대부분 개발에 적극적이라고 이씨는 설명했다.
개발에 대해 같은 견해를 가졌더라도 조직은 서너 개로 분화됐다. 개발 반대 모임은 크게 ‘개발구역 5개 아파트 주민 구성 서부이촌동 주민연합비상대책위원회’ ‘강제수용에 반대하는 서부이촌동 생존권사수연합’ 등으로 나뉘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그 갈라짐은 더 심했다. 한 아파트에는 대표단체라고 나서는 조직이 네 곳이나 있었다. 주민대표회의, 주민자치위원회, 비상대책위원회에다 대책협의회까지. ‘원주민이 대표를 해야 한다’ ‘시행사의 앞잡이가 숨어 있다’며 공방이 오가다 단체 수만 불리게 된 것이다.
김재홍 생존권사수연합 대변인은 6년 전 개발에 동의하다 반대로 돌아선 이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평(3.3㎡)당 2억원을 보상한다’던 입소문은 사실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었고, 드림허브 측은 보상금액을 끝까지 밝히지 않아 주민 불안을 키웠다. 애초 이주비를 최대 3억원까지 무이자로 지원하겠다던 약속은 이주 대출이자 지원으로 말을 바꾸었다. 2008년 개발동의서에 사인했던 남 아무개씨(44)는 “처음에는 고마웠다. 중대형 아파트를 분양하면 10억원 이상의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다고 선전했고, 믿었다. 지번 소유자는 거의 90% 이상이 통합 개발에 동의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를 비롯한 주민들은 부도 위기를 겪으며 시행사가 바뀔 경우 그 약속을 모른 체할 수도 있다는 위험을 알아차렸다고 했다.
아직 주민들 속내 정확히 알 수 없어
하지만 주민들 속내가 간단하지는 않은 듯하다. 부도 위기 이후 개발 반대에 목소리가 높은 듯 보이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결과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슈퍼를 운영하는 한 주민은 “고층 아파트 주민들과 마음을 바꾼 몇몇 주민들 말고는 확실하게 의견을 말하는 사람이 없다. 한 푼이라도 더 받고 싶은 게 사람 마음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이제는 주민들조차 누가 ‘아군’이고 ‘적군’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상태였다.
의견이 갈리면서 주민 사이 감정의 골은 더 깊어졌다. 기자가 본인의 의견에 반대되는 견해에 대해 묻자 ‘환상에 찌들어’ ‘상식이 부족해서’ ‘법적으로 무식해서’ 찬성한다거나, ‘펜트하우스를 달라고 로비하다가 그게 안 되니까’ 반대한다는 등 확인되지 않은 말들을 격하게 전달했다. 정철수씨(56)는 “최소 6년 이상 같이 살던 사람들인데도 길거리에서 마주쳐도 모른 척하고 목욕탕에서 만나도 얘기를 안 한다”라고 말했다.
코레일과 삼성물산 등 출자사는 용산개발사업을 정상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정상 궤도에 오르려면 아직도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 주주들 간의 의견 조율, 자금 조달 문제, 인허가 리스크 문제, 출자사의 불만 해소, 부동산 불황 따위 난제는 널려 있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모래성 사이에서 주민들의 분열은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송지혜 기자 | so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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