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2-15일자 기사 '삼성’ X파일 판결에 쓴소리 못하는 ‘조중동’'을 퍼왔습니다.
‘떡값검사’ 폭로 노회찬 유죄 ‘축소보도’ 논란
노회찬 진보정의당 의원이 ‘삼성 X파일’에 등장했던 ‘떡값 검사’들의 실명을 공개했다는 이유로 14일 징역형을 확정 받았다. 삼성 X파일에 등장하는 삼성그룹 이학수 전 비서실장과 중앙일보 홍석현 전 사장, 삼성으로부터 돈을 받은 정황이 드러난 ‘떡값 검사’들이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은 것과 대조적이다. 중앙일보 등 '조중동'의 ‘축소보도’가 또 한 번 도마에 올랐다.
중앙일보는 15일자 10면에서 “옛 국가안전기획부의 도청 녹취록을 자신의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한 혐의로 기소된 진보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 받았다고 보도했다. ‘삼성’과 ‘중앙일보’가 등장하지 않는 이 기사의 제목은 (판 커진 4월 재보선 안철수가 태풍의 눈)이었다. 당시 검찰이 이들 7명의 ‘떡값 검사’를 모두 무혐의 처리한 사실도, 당시 수사 책임자였던 황교안 법무부장관 내정자도 기사에 언급되지 않았다.

▲ 중앙일보 2월15일자 10면
조선일보도 8면 머리기사의 제목을 (판 커진 4월 재보선…안철수·김무성 등판할까)로 달았다. 이날 각각 대법원 판결에 의해 의원직을 상실한 노회찬 의원과 새누리당 이재균 의원의 지역구에서 펼쳐질 재·보궐선거에 초점을 맞춘 대목이다. 이 신문은 하단에서 (‘안기부 X파일’ 떡값 검사라며 공개, 수사결과 무혐의…노회찬, 국회 떠나다)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덧붙였다. 노 의원이 ‘허위 사실’을 공개했다가 처벌받았다는 인상을 주는 제목이다.
동아일보도 재·보궐선거에 초점을 맞췄다. 이 신문은 12면에서 “옛 국가안전기획부의 도청 녹취록(일명 ‘X파일’)을 인용해 삼성그룹으로부터 ‘떡값’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현직 검사 7명의 실명을 인터넷 등에 공개한 혐의로 기소된” 노 의원이 징역형을 확정 받아 의원직을 상실했다고 보도한 뒤, 곧바로 초점을 재보선으로 옮겼다. 하단 기사에서는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황교안 법무부장관 내정자와 노 의원의 ‘엇갈린 운명’을 조명했지만, 거기까지였다.

▲ 조선일보 2월15일자 8면
반면 여타 신문들의 논조는 사뭇 달랐다. 한겨레는 1면 머리기사 (‘삼성 X파일’ 폭로자만 처벌…거꾸로 선 정의)에서 며 “불법자금 수수 의혹이 분명한 이들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은 반면, 이런 의혹을 공개한 기자와 국회의원만 처벌을 받은 것은 형평성 등 일반적 법감정에 어긋난다는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거대한 권력비리 대신 이를 공개한 행위만 과도하게 처벌하게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법원 판결의 부당성을 지적한 대목이다.
한겨레는 2면에서 “정의는 지지 않았다.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며 “오늘 대법원은 저에게 유죄를 선고했지만, 국민의 심판대 앞에선 대법원이 뇌물을 주고받은 자들과 함께 피고석에 서게 될 것”이라는 노 의원의 기자회견 내용을 상세히 전했다. 통신비밀보호법의 문제점도 짚었다. 사설에서는 노 의원의 말을 인용해 “‘폐암환자를 수술한다더니 암 걸린 폐는 놔두고 멀쩡한 위를 들어낸 의료사고’나 마찬가지”라고 거듭 강한 어조로 법원 판결을 비판했다.

▲ 한겨레 2월15일자 2면
경향신문도 날을 세웠다. 1면에서 관련 사실을 비중 있게 다룬 데 이어 3면 (‘떡값 검사’들은 처벌 안 받고…진실 밝히려던 3명은 다 유죄)에서 법원 판결과 통비법의 문제점을 짚었다. 당시 X파일에 등장했던 이들이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은 점, 검찰이 ‘불법도청’에만 집중해 수사를 진행했던 점, 황교안 법무부장관 내정자가 당시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으로 재직하면서 수사를 질질 끌다 3년여 만에 ‘떡값 검사’들을 모두 ‘무혐의’ 처리한 점도 지적했다.
이어 경향은 사설에서 “국회는 황 내정자에 대한 청문회 과정에 부실수사 의혹을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며 황교안 법무부장관 내정자를 겨냥했다. 이 신문은 “검찰은 ‘독수독과’라는 얄궂은 논리를 들이대며 삼성 수사를 회피했다. 정치자금의 전주로 의심받은 삼성 이건희 회장은 소환조사도 받지 않았다”며 “황 내정자가 어떤 형태로든 부실수사 논란을 피해갈 수 없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 경향신문 2월15일자 3면
이희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15일 통화에서 “이미 예상됐던 것”이라며 “삼성과 관련된 문제는 거의 보도를 안 하는 게 거의 상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안을) 축소해서 보도했다”는 지적이다.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언론이 삼성과 재벌에 대해서 말하기를 꺼려하고 기피하는 건 사실”이라며 “자본권력이 중대하게 연결된 사건에 대한 주류매체의 보편적 보도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전 대표는 이어 “삼성이 망하면 한국이 망한다는 대중적인 ‘신화’가 (보도 이면에도)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단순히 조중동이 나쁘다는 문제로만 풀 수는 없다”며 “(신문들이) 대중의 정서나 일반의 신화를 쫓고 이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지점을 봐야 한다”고 짚었다.
허완 기자 | nina@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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