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2일 토요일

사퇴 뒤 해명서... 언론과 싸우자는 건가?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3-02-01일자 기사 '사퇴 뒤 해명서... 언론과 싸우자는 건가?'를 퍼왔습니다.
[인수위일기] 박근혜 당선인은 '청문회법 고쳐라'... 여론전 시작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1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정무분과 업무보고에 참석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봄이 오는 2월의 첫째 날입니다. 그런데 아침부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취재하는 기자들 분위기는 제법 쌀쌀합니다. 국무총리 후보자를 사퇴한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내놓은 '해명서' 때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께서 저를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하는 과정에서 저에 대한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아니하였다는 비난은 근거가 없다는 것을 밝혀드리는 바입니다.

아들 병역 면제 과정과 부동산 취득과정 등을 밝혀놓은 이 해명자료에서 김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자신을 총리 후보자로 선택하면서 별다른 검증을 하지 않았다는 언론의 지적을 반박했습니다. 국무총리 후보자로 발표하기 전에 검증을 거쳤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같은 해명자료에 있는 다음 문장을 보시죠.

주말이 끼어 있어서 제기된 의혹을 밝히는 데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서 시간이 다소 지체되었습니다.

김 위원장이 총리 후보자로 발표된 게 지난달 24일이고, 사퇴한 게 29일입니다. 토·일요일을 빼도 총리 후보자 지명 6일이 지나 재산 관련 자료들이 제시된 거죠. 총리 후보자 발표 전에는 대체 무슨 자료를 보고 검증을 했기에 해명자료가 이제야 나온 걸까요?

취재할 땐 해명 한마디 않더니, 사퇴한 뒤 언론 원망

이날 나온 해명서에서 김 후보자는 현재 시가 60억 원대 서초동 부동산이 1975년 아들들 명의로 등기된 부분에 대해, 사실상 김 후보자 모친이 미성년자인 손자들에게 땅을 사주려고 매입자금을 줬고 이게 사실상 매매가 아니라 증여라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증여세가 납부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인정했습니다. 당시 서울민사지방법원 부장판사 분의 집안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검증을 하긴 한 걸까요?

언론이 궁금했던 것은 김 위원장 본인이 병역면제를 받은 사유는 아니었습니다. 어릴 적 장애를 얻은 것은 너무나 명확하니까요. 그러나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군 복무를 면제 받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김 위원장 아들이 한 명도 아니고 두 명 다 병역을 면제받은 대목에 대해선 의구심을 가지는 게 당연합니다. 

그런데 그런 의구심을 제기할 때에는 가만히 있다가 총리 후보자를 사퇴하고 난 뒤 해명을 내면서 언론의 취재 행태를 비난하는 이유는 도무지 납득이 가질 않습니다. 언론이 취재할 때 해명서에 나온 대로 '장남은 고시 공부 때문에 몸무게가 적게 나갔다', '차남은 아직도 통풍을 앓고 있다'고 답변하는 게 그리도 어려운 일입니까?

이날 김 위원장은 '자녀와 손자들에 대한 미행', '졸도', '가정파탄'을 언급하며 언론을 원망했습니다. 만약 그렇게 집요하게 취재한 언론이 있었다면 미안한 일입니다. 그러나 언론이 의혹을 제기하면서 해명을 요구할 때에는 아무런 반응도 없다가 이제서야 '나는 결백하다'는 식의 일방적인 자료를 내는 것도 정상은 아니죠.

언론은 '잔인하게 불어뜯기만 하는 존재'?

후보자 사퇴 뒤 해명자료가 나온 상황에 대해 인수위를 취재하고 있는 기자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박근혜 당선인이 지금 작정하고 언론과 싸우려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언론의 취재행태를 비난한 게 지금 박근혜 당선인의 행보와 관련이 깊다는 추측이죠.

박근혜 당선인은 지난달 30·31일 연속으로 여당 국회의원들을 만나 현행 인사청문회법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습니다. 부동산 투기나 병역문제 같은 후보자 도덕성 부문에 대한 질의는 비공개로 하고, 정책 관련 부분만 공개로 하자는 구체안까지 제시했습니다. 대통령 당선인이 여당 의원들에게 법을 어떻게 고쳤으면 좋겠다고 '지시'한 셈이죠. 

왜 사면법을 같이 묶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새누리당은 당장 '사면법 및 인사청문회법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했습니다. 급기야 새누리당의 권성동 의원은 과거 공무원 중 부동산투기나 위장전입을 하지 않은 이들이 아주 드물다고 공무원 전체를 깎아내리기까지 했습니다. 

그렇다고 새누리당이 당장 인사청문회법을 개정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야당이 세게 반대할 뿐 아니라 여당 안에도 '인사청문회 제도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왜 이러는 걸까요? 

언론 전반을 '잔인하게 물어뜯기만 하는 존재'로 시민들에게 각인시키려는 여론전이 시작된 게 아닌가 짐작해봅니다. 언론이 외면받게 되면, 이후 나올 박근혜 정부 초대 총리·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 보도의 영향력도 그만큼 줄게 되니까요.

안홍기(anon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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