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3-02-21일자 사설 '[사설]경제민주화 후퇴는 국민과의 약속위반이다'를 퍼왔습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어제 발표한 ‘박근혜 정부 5대 국정목표, 21개 국정전략, 140개 국정과제’에서 ‘경제민주화’라는 용어가 사라졌다. 인수위는 “경제민주화는 핵심 국정목표인 ‘(성장을 통한)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 아래 국정전략인 ‘원칙이 바로선 시장경제 질서확립’과 함께 쓰기로 했다”며 “경제민주화가 추구하는 내용과 취지는 140개 국정과제에도 골고루 반영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경제민주화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7월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면서 국민행복을 위한 3대 과제로 꼽은 핵심 공약이다. 더욱이 박 당선인과 새누리당은 경제민주화·복지확대 등 진보적 의제를 선점해 선거에서 큰 효과를 본 것이 사실이다. 국민들로선 배신감을 느낄 만하다.
인수위가 발표한 국정목표와 대선공약을 비교하면 경제민주화가 빠진 대신 창조경제라는 개념이 새롭게 등장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어려워진 경제 상황을 감안해 새로운 성장동력 구축에 따른 일자리 창출로 국정운영 무게 중심이 새로 옮겨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성장이 중요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성장을 해야 일자리를 만들 수 있고, 경제가 활력을 찾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민주화는 지난해 총선과 대선을 통해 박근혜 당선인과 새누리당을 상징하는 개혁 아이콘이었다는 점에서 경제민주화라는 용어 자체를 새 정부의 국정목표에서 퇴출시킨 행태는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경제민주화가 표를 얻기 위한 선거용 수사에 불과했다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으리라 본다.
경제민주화는 국민과의 약속인 것은 물론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시대정신이다.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재벌개혁이다. 위험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해소하고,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횡포나 ‘동네빵집’으로 상징되는 골목상권 진출을 막아야만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을 보호할 수 있다. 그래야만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인 양극화를 해소하고,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이미 기초노령연금 인상 공약을 비롯해 다수 복지공약이 물거품처럼 사라질 위기를 맞는 상황에서 핵심 공약인 경제민주화마저 국정과제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 번 한 약속은 지킨다’는 박 당선인의 정치 신조를 스스로 깨는 것이기도 하다.
국정목표에서 경제민주화가 사라진 것을 두고 인수위는 박 당선인의 경제민주화 의지가 약해진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구차한 변명으로 들린다. 그나마 일말의 진정성이 있다면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인수위는 세부 국정과제로 신규 순환출자금지, 금산분리 강화,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을 담은 만큼 박 당선인과 새누리당은 새 정부 출범 후 이들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을 적극적으로 처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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