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민중의소리 2013-02-01일자 기사 '[르포]故 최강서 지키는 동료들 “점거농성이라니? 공권력 투입하면..”'을 퍼왔습니다.
원천봉쇄된 한진중 영도조선소를 가다.. “조남호 회장님, 강서가 서럽게 울고 있습니다”
최강서 열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지 41일째인 지난달 30일 열사대책위는 시신을 영도조선소 앞으로 옮겨 사태해결 촉구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경찰이 물리력을 투입해 운구 행렬을 둘러싸면서 마찰이 벌어졌고, 가로막힌 대책위는 영도조선소 서문 쪽으로 열사의 관을 들고 들어와야 했습니다. 현재 사 측과 경찰은 영도조선소를 원천봉쇄하고 출입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신 볼모시위', '점검농성'이라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봉쇄 전 유족과 함께 들어가 취재를 위해 영도조선소에 남은(민중의소리) 김보성 기자의 현장 르포입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지난 30일 경찰에 가로막혀 최강서 열사대책위가 관을 운구해 영도조선소로 들여온 가운데, 3일째인 1일 단결의 광장에 최강서 열사의 시신이 안치되어 있다.
“경찰도 (공권력 투입의) 명분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우리는 공장 내 조업을 방해하거나 출입을 막은 적이 없어요. 그러나 만약 용역과 공권력 투입 등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면 우리는 열사의 시신을 노조로 옮기거나 크레인으로 올라갈 겁니다” 1일 오전 10시. 밤새 용역침탈 우려에 밤잠을 설친 까닭인지 부산 영도구 영도조선소 단결의 광장에 긴장감이 남아있었다. 비가 세차게 내렸다. 1도크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닷 바람에 천막이 찢어질 듯 휘날렸다. 이런 빗속에서 조합원들과 같이 밤을 새운 뒤 천막정리를 하던 차해도 한진중공업 지회장은 영도조선소 밖을 쳐다보며 이렇게 말을 꺼냈다.
보수언론 일제히 ‘시신시위’, ‘점거농성’ 보도.. “사실 확인해 취재하라”
최강서 열사가 지난해 12월 21일 ‘민주노조 탄압 중단’, ‘158억 손배소 철회’ 등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41일 만에야 자신이 일했던 일터로 돌아왔다. 다섯 차례에 걸친 교섭요구를 사 측이 거부해 사태 해결이 장기화되면서 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지회 등 최강서 열사 대책위와 유가족은 지난 30일 열사의 빈소를 영도조선소 앞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경찰에 가로막혀 특수선 조업이 이루어지는 서문으로 진입한 지 3일째. 그렇게 농성 아닌 농성을 시작하게 된 한진중공업 지회 조합원들은 오늘도 동료의 시신을 지키기 위해 교대로 불침번을 서 왔다. 이를 두고 부정적 시각이 담긴 ‘시신투쟁’, ‘시신시위’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일부 언론들은 “시신을 볼모로 한 시신시위(한국경제)”, “정권 교체기의 어수선한 틈을 타 목소리를 키우려는 불법행위(문화일보)”, “시신과 함께 점거농성(TV조선), “시신투쟁(조선일보)”라고 부르며 사 측의 입장이 담긴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이 자리에서 만난 차 지회장은 “우리가 무슨 조업을 방해한 것도 아니고, 어떤 시설물을 점거한 것도 아니다. 사실을 확인해 보도하라”라며 “시신시위, 점거농성이라고 사태를 호도할 것이 아니라 하루라도 빨리 조남호 회장이 사태해결에 나서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사측과 경찰을 향해 “시신을 강제로 밖으로 가져가는 순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며 “열사가 자신이 일하던 공장으로 돌아온 만큼 (교섭을 통해) 지금 사태를 종결짓고 장례를 치르는 것이 맞다”라고 강조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지난 30일 경찰에 가로막혀 최강서 열사대책위가 열사의 관을 운구해 영도조선소로 들여온 가운데, 3일째인 1일 오후 1시 35분께 이재용 한진중공업 사장이 취재진의 눈을 피해 공장 밖으로 나가고 있다. 이 사장의 경호원들은 카메라가 등장하자 곧바로 우산을 펼쳐 보호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지난 30일 최강서 열사대책위가 관을 운구해 영도조선소로 들여온 가운데, 경찰이 출입을 차단하며 원천봉쇄에나서자 공장 밖에 있는 조합원과 내에 있는 조합원이 정문 출입구 철문 앞에서 안타까운 표정으로 만나고 있다.
다른 조합원들의 의견도 다르지 않았다. 전날 밤을 새웠다던 40대 조합원 A 씨는 “열사의 시신을 보존하지도 못하게 드라이아이스, 냉동탑차 반입마저 막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 조합원은 “적어도 노조사무실에서 유서를 남기고 금속노조 조합원이 죽었다면 금속노조와 사태를 해결해야하고, (고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부터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해도 해도 너무한다”라고 비판했다.
사 측과 일부 언론이 영도조선소 상황을 ‘점거농성’, ‘시신 볼모시위’로 몰아가는 것에 대해 조합원들은 “현장에 와서 사실확인은 하고 쓰느냐”며 강한 불신을 드러내렸다. 근조리본을 매단 채 컵라면으로 점심식사를 하던 50대 조합원 B 씨는 “경영진이 마치 민주노조를 죽이기 위해 끝까지 가보자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보수언론의 저런 보도까지 보니 착잡하고,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고 주먹을 쥐었다. 그는 “사측은 이번 기회에 (금속노조의) 싹을 완전히 잘라내려는 것 같다”며 “민주노조 탄압을 중단하며 저 관에 누워있는 강서가 서럽게 울고 있을 것”이라고 가슴을 쳤다. 이를 지켜보던 조합원 C 씨도 말을 거들었다. 그는 “경찰의 무리한 진압에 의해 묘하게 옥쇄싸움이 된 것인데, 오히려 우리가 감금된 상황”이라며 “당장 경찰 봉쇄부터 풀어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점거농성’. ‘조업중단’이라고 열을 올리던 사 측의 주장과 달리 영도조선소 공장은 돌아가고 있었다. 이날 사 측은 특수선을 만드는 협력업체 하청 노동자 400여 명을 출근시켜 조업에 나서게 했다. 빗속에서도 일부 공장에서는 망치질 소리가 들렸고, 비옷을 입고 지나가는 노동자들도 눈에 띄었다. 단결의 광장 옆 ‘선각공장’이라고 적힌 건물로 들어가던 하청 노동자들을 만났다. 비를 맞으며 일을 하던 한 50대 하청 노동자는 최강서 열사의 관이 안치된 천막을 보며 “회사에서 나오라 하니 일을 하고 있지만 쳐다보면 미안한 마음”이라며 “하루빨리 좋은 쪽으로 해결되었으면 하는 바람뿐”이라고 감춰둔 마음을 드러냈다. 도장작업을 한다던 한 40대 하청 노동자는 조심스런 표정으로 “가족들이 마음이 얼마나 아플지 가슴이 짠하다”면서 “유족 입장을 고려해 서로 양보하고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사측 현장 관리자들은 어떤 생각일까? 노조 사무실 건물 아래 쉼터에서 담배를 피어 물던 직장(조선소 내에서 10명의 직원을 관리하는 현장 관리자) D 씨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지난 2003년 김주익 열사 투쟁 당시엔 조합원이었다고 했다. “사실 이 편 저 편 들 수 없는 처지”라며 말을 아끼던 이 관리자는 “서로 잘 합의돼 하루 빨리 해결되기를 바랄 뿐”이라며 “이런 식으로 가면 사태가 장기화 되는 것 밖에 더 되겠느냐”고 속에 있던 말을 전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지난 30일 경찰에 가로막혀 최강서 열사대책위가 열사의 관을 운구해 영도조선소로 들여온 가운데, 1일 조선소 내 일부 공장에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 측은 이날 특수선을 만드는 협력업체 하청 노동자 400여 명을 출근시켜 조업에 나서게 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최강서 열사가 지난해 12월 21일 ‘민주노조 사수’, ‘158억 손배소 철회’ 등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지 43일 째인 1일 오전 영도조선소에 열사 시신이 들어와있는 가운데, 사 측 및 하청업체 관계자들이 빗 속 조업활동을 펼치고 있다.
“조남호 회장님, 저 관에 있는 최강서가 서럽게 울고 있습니다”
다시 최강서 열사 시신이 안치된 단결의 광장으로 돌아왔다. 이곳에서 무려 25일 동안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의 자택 앞에서 1인 시위를 펼쳤던 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지회 간부를 만날 수 있었다. 지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크레인 농성 당시 사수대를 맡기도 했던 신동순 부지회장은 “강서가 죽고 해동병원에서 구민장례식장으로 옮기는 동안 사 측이 협상에 나서야 했다”면서 “그렇게 대화는 피하더니 결국 복수노조까지 앞세워 열사의 죽음을 왜곡하고 있다”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유족과 강서의 주검을 지키는 길밖에 없다”던 신 부지회장은 “공권력이 들어오면 다시 크레인으로 올라가던지 마지막 선택을 할 것”이라고 결연한 각오를 표현했다. 이런 시각, 경찰은 영도조선소 내에 있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을 비롯한 차해도 지회장, 박성호 부지회장 등 5명의 한진중공업 지회와 금속노조 부양지부 간부에게 이날 오후 5시까지 출두하라는 요구서를 문자로 통보했다. 폭력행위 등 피의사건과 관련 피의자 조사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경찰은 “정당한 사유없이 없이 출석에 불응할 경우 형사소송법에 따라 체포될 수 있다”고 친절하게 덧붙였다. 사 측은 이날 불법 건조물 침입 등의 혐의로 이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이들은 나갈 수 없다. 사 측은 모든 출입구를 쇠사슬로 봉쇄했고, 경찰은 13개 중대와 수십 대의 경찰버스로 영도조선소를 둘러싼 상황이다. 이날 받은 문자를 지켜보던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마음은 무거웠다. 유족과 함께 공장 내로 들어왔던 김 지도위원은 3일째 열사의 시신을 지키고 있다. 공장 내에서 마지막으로 만난 그의 말에서 뼈가 묻어나왔다. “죽어서야 강서가 공장으로 돌아왔다. 경찰에 밀려 들어온 유족과 우리 조합원들이 밤낮으로 열사의 관을 지키고 있다. 그런데 들어온 지 3일 만에 출두요구서가 날라왔다. 속전속결이다. 얼마나 자본 편만 드는 편파적인 처사인가. 결국 (공권력 투입을 위한) 수순 밟기라고 본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경찰은 1일 영도조선소 내에 있는 5명의 한진중공업 지회와 금속노조 부양지부 간부에게 이날 오후 5시까지 출두하라는 요구서를 문자로 통보했다. 한 노조 간부에게 온 출두 관련 문자내용.
김보성 기자 press@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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