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민중의소리 2013-02-09일자 기사 '“추위보다 더 싫은 명절...내 삶 온전해지면 고향 갈 것”'을 퍼왔습니다.
명절 맞은 인수위 앞 쌍용차 ‘끝장투쟁’ 농성장

설을 앞둔 8일 저녁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 앞에서 전국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박근혜 당선자에게 쌍용차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4일째 노숙농성을 이어가는 가운데 김정우 지부장이 담요를 덮은 채 잠을 청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해~~저문 소양강에~~황혼이 지면~~(짜라짠짠짜라짜라짠자) 외로운 갈대밭에 슬피 우는 두견새야~(새야새야새야새야새야)열여덟 딸기 같은 어린 내 순정~~박수안쳐? 나 그만해?(꺄르르르)”
처음에는 마지못해 마이크를 잡은 금속노조 김정우 쌍용차지부장은 어느덧 네 곡을 연달아 부르며 트로트 메들리를 신나게 이어가고 있었다. 결국 인수위 앞 ‘끝장투쟁 촛불문화제’의 사회자인 고동민 노조원은 김 지부장의 마이크를 빼앗기 위해 나섰고, 김 지부장은 간절히 원했던 ‘상록수’를 부르지 못한 채 자리에 착석해야 했다.
올 겨울 들어 서울이 최저온도를 기록한 8일. 민족의 명절인 ‘설’을 맞았지만, 쌍용자동차지부 조합원들은 4일 째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인수위 앞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었다.
쌍용차지부 노조원들은 깔판을 깔고 최대한 추위를 덜 느끼기 위해 밀착해 앉아 있었다. 내복 세 겹을 포함해 총 일곱 겹을 껴입었지만, ‘추위와 배고픔엔 장사 없다’는 말을 입증하듯 뼈속을 파고드는 추위는 어쩔 수 없는 듯 담요을 겹겹이 덮을 수밖에 없었다.

설을 앞둔 8일 저녁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 앞에서 전국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촛불문화제를 연 가운데 김정우 지부장이 참가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김정우 지부장 “내 삶 온전해지면 그 때 고향갈 수 있을 것”
김 지부장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핫팩을 하나씩 연대하려 온 시민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다. 이어 “자. 주머니에 넣어”. 특유의 무뚝뚝한 어투였지만, 김 지부장은 기자에게도 핫팩을 무려 두 개나 쥐어주며 온기를 전했다.
국민 대부분이 고향으로 향할 때 차디찬 아스팔트 위에서 밤낮을 보내는 마음이 편할 일은 없겠지만, 노조원들은 연대를 하기 위해 모인 10여명의 시민들과 함께 눈물을 삼키고 웃음을 지으며 촛물문화제를 이어갔다.
김 지부장은 “(투쟁을 시작한지)벌써 4년이고 그동안 명절만 8번 지나갔다”며 “제 고향이 강원도 시골인데 오늘 우리 아내가 제사음식 만들기 위해 혼자 버스 타고 갔다”고 쓴웃음을 지은 채 말했다.
이어 그는 “솔직히 이 엄청난 추위보다 명절이 싫다”며 “내 삶이 온전하지 않기 때문에 집에 가도 마음이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내 삶이 온전해지면 그 때 조상님께 인사도 드리고 차례도 지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설을 앞둔 8일 저녁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 앞에서 전국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촛불문화제를 연 가운데 김정우 지부장이 쌍용차 대주주 인도 마힌드라에 대해 거리 특강을 하던 노동자문제연구소 한지원 실장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있다.ⓒ양지웅 기자
“암 투병 중인 홀어머니 생각에 가슴은 먹먹”
이날 쌍용차지부 농성장은 한 때 울음바다가 됐었다. 암 투병 중인 홀어머니가 고향에 계시지만 ‘끝장투쟁’을 위해 인수위 앞에 남은 김정욱 대외협력실장이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사연을 털어놨기 때문이다.
자신의 고향이 지리산과 섬진강이 보이는 전남 곡성이라고 밝힌 김 실장은 “어머니께선 ‘휴일도 짧은데 오지 말라’고 하셨지만, 자식된 도리를 다하지 못해 마음이 무겁다”며 “그래도 고향 가시기도 바쁠텐데 여기 연대하러 와주신 분들 때문에 힘이 된다”고 허공을 보며 말했다.
쌍용차범대위 김태연 상황실장은 “명절에 이렇게 나와 있는 것이 답답하다”면서도 “그동안 국정조사 얘기가 나오게 된 것이 정치권 때문이 아니라 사회각계 각 층에서 요구했기 때문인데, 너무 정치권만 바라본게 아닌가 후회도 된다”고 털어놨다.

설을 앞둔 8일 저녁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 앞에서 전국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박근혜 당선자에게 쌍용차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4일째 인수위 노숙농성을 이어가는 가운데 김정우 지부장과 쌍용차 범대위 김태연 상황실장이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양지웅 기자

설을 앞둔 8일 저녁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 앞에서 전국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박근혜 당선자에게 쌍용차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4일째 노숙농성을 이어가는 가운데 김정우 지부장이 촛불문화제가 끝나고 뒷정리를 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촛불문화제가 끝난 후 농성장엔 5명의 쌍용차 범대위와 노조원들만 남게 됐고, 그때부터 추위와의 전쟁이 시작됐다. ‘하늘을 지붕삼는다’는 말이 로맨틱한 말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게 된 순간들이 다가왔다.
귀마개에 두터운 점퍼까지 껴입었지만, ‘민중의소리’ 양지웅(33) 사진기자의 코 끝엔 콧물이 수도꼭지처럼 터져나오기 시작할 정도였다.
특히 두터운 옷을 아무리 여러 겹 입어도, 신발에 핫팩을 넣어도 발가락만은 추위에 속수무책이었다. 농성 참가자들은 덕분에 계속 제 자리에서 뛰며 발을 풀어야 했다.
그러나 쌍용차지부 내에서도 이른바 ‘강경파(?)’로 불리는 고동민 노조원은 아무렇지 않은 듯 침낭 안에 들어가 누운 채 요지부동이었다. 고 노조원은 침낭 안에 들어가 지난달 28일 스스로 세상을 떠난 故 윤주형 기아차 해고자의 생전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보며 잠을 청하고 있었다.

8일 저녁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전국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박근혜 당선자에게 쌍용차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4일째 노숙농성을 이어가는 가운데 고동민 조합원이 지난달 28일 목숨을 끊은 기아차 화성공장의 비정규직 해고자 故윤주형 씨의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고 있다.ⓒ양지웅 기자
차 한대 지나가지 않은 인수위 앞에서 이어진 피켓시위
오후 11시. 이미 인수위 앞은 지나가는 차량도 행인도 드물었지만, 김정우 지부장을 비롯한 농성 참가자들은 ‘박근혜 당선자는 쌍용차 국정조사 약속 이행하라’는 피켓을 들고 선전전을 펼치고 있었다.
김 지부장과 피켓시위 교대를 한 김정욱 대외협력실장은 “농성 첫 날엔 진눈깨비가 내리는데도 비닐 하나 덮지 못하고 앉아서 선잠을 자야했다”며 “그 땐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 다음날부턴 오기가 생기더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늘은 명절을 앞두고 있으니깐 그 마음들이 딱 ‘반반’인 것 같다”고 하얀 입김을 내뱉으며 말했다.
이날 인수위 앞에는 범대위와 쌍용차 노조원들을 제외하고도 귀향길에 오르지 못한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종로경찰서 소속 경찰들이다. 추위 앞에선 쌍용차 노조원들이나 경찰들이나 똑같이 어쩔 수 없는 모습이었다. 경찰들은 제자리에서 발을 돌리며 추위에 버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지난 3년 동안 명절에 집을 가지 못했다는 종로경찰서 손동영 경비과장은 “종로엔 청와대를 비롯해 주요시설이 많기 때문에 이제 명절에도 집에 못가는 것은 익숙하다”며 “쌍용차 분들과 서로 입장은 다르지만 개인적으로 이 분들도 빨리 문제가 잘 해결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설 연휴 첫날 인수위 앞의 밤은 그렇게 깊어갔다.

9일 저녁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전국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박근혜 당선자에게 쌍용차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4일째 노숙농성을 이어가는 가운데 김정우 지부장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설을 앞둔 8일 저녁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 앞에서 전국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박근혜 당선자에게 쌍용차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4일째 인수위 노숙농성을 이어가는 가운데 김정우 지부장이 담요를 덮은 채 잠을 청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설을 앞둔 8일 저녁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 앞에서 전국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박근혜 당선자에게 쌍용차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4일째 인수위 노숙농성을 이어가는 가운데 김정우 지부장이 촛불문화제 참가자에게 담요를 매어주고 있다.ⓒ양지웅 기자

설을 앞둔 8일 저녁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 앞에서 전국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박근혜 당선자에게 쌍용차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4일째 인수위 노숙농성을 이어가는 가운데 김정우 지부장(가운데)와 김정욱 조합원(왼쪽)이 촛불문화제 참가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양지웅 기자

설을 앞둔 8일 저녁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 앞에서 전국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촛불문화제를 연 가운데 노동자문제연구소 한지원 실장이 쌍용차 대주주 인도 마힌드라에 대해 거리 특강을 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설을 앞둔 8일 저녁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 앞에서 전국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촛불문화제를 연 가운데 김정우 지부장과 참가자들이 밝게 웃고 있다. 쌍용차지부는 박근혜 당선자에게 쌍용차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4일째 인수위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다.ⓒ양지웅 기자

인수위 앞에서 전국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촛불문화제를 연 가운데 김정우 지부장과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쌍용차지부는 박근혜 당선자에게 쌍용차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4일째 인수위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다.ⓒ양지웅 기자

설을 앞둔 8일 저녁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 앞에서 전국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촛불문화제를 열고 있다.ⓒ양지웅 기자
김대현 기자 kdh@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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