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22일 금요일

복지 후퇴, 성장 중시… 경제민주화 용어 빠져


이글은 경향신문 2013-02-21일자 기사 '복지 후퇴, 성장 중시… 경제민주화 용어 빠져'를 퍼왔습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21일 발표한 박근혜 정부 국정비전과 국정목표를 관통하는 정신은 ‘보수정부’ 지향이다. 지난해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을 치르며 정책의 좌클릭을 꾀했지만 결국 성장과 안보라는 보수적 가치를 최우선에 놓을 것임을 예고했다. 

인수위는 한국의 ‘시대적 여건’을 설명하면서 “성장동력은 약화되고 해외시장에서 경쟁 압력이 날로 심화되는 가운데 고용률은 정체되고 양질의 일자리는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또 북한의 핵실험 등 대남 도발이 지속되면서 안보 불안이 증가하는 등 “대외여건도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시대 상황을 파악하다 보니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가 국정목표 첫 번째로 제시됐다. 박 당선인이 대선에서 최우선 시대적과제로 제시했던 경제민주화는 ‘창조경제’를 위한 부분전략으로 배치됐다. 인수위는 그러면서 ‘경제민주화’란 용어 자체를 쓰지 않았다. 경제민주화를 뒷전으로 밀면서 경제성장을 앞세우겠다는 것이다. 박 당선인이 전형적 시장주의자를 ‘경제 사령탑’인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경제수석에 각각 발탁했지만, 경제민주화를 뒷받침할 만한 인물은 보이지 않는 것에서도 그런 기조가 읽힌다. 복지 확대 공약도 후퇴하게 된다. 100% 국가 부담을 약속한 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성 질환 등 4대 중증질환에 대해 본인부담을 계속 물리겠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안보 강화’도 마찬가지다. 인수위는 북한 핵실험 등으로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진 측면이 있지만 국방비를 국가재정증가율 이상으로 증액할 계획을 밝혔다. 새 정부에서 보수적 색채가 강화될 것임을 보여준다. 

인수위는 또 불법 집단행동에 대한 단계별 대응체제 수립 등 ‘법·질서 존중’을 주요 추진계획으로 올려놨다.

윤곽을 드러낸 박근혜 정부 국정방향을 두고 ‘2012년 박근혜’가 아닌 ‘2007년 박근혜’의 모습과 닮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경제민주화와 복지 확대로 상징된 ‘개혁적 보수정권’이 아닌 ‘정통 보수정권’으로 가려는 뜻이 국정방향에 녹아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앞서 박 당선인이 관료·전문가 위주의 내각·청와대 인선을 한 것도 변화·개혁과 안정 중에서 안정에 주안점을 둘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안홍욱 기자 a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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