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10일 일요일

"설 연휴 때 알바 뜁니다"…우리들의 슬픈 자화상


이글은 노컷뉴스 2-013-02-09일자 기사 '"설 연휴 때 알바 뜁니다"…우리들의 슬픈 자화상'을 퍼왔습니다.
명절 단기 알바, 시간당 7천원 이상 받아 경쟁률로 높아


"안녕하세요 고객님. 올해 설 명절엔 커피 선물세트 어떻세요? ㅇㅇ커피 선물세트입니다. 보시고 이용하세요"

여대생 이예린(24) 양은 올해 설 명절도 대형마트에서 보낸다. 또래 친구들은 방학이다 설 연휴다 해서 부모님 찾아뵐 준비를 하고 있지만, 예린 양에게 명절이란 조금 다른 의미를 갖는다. 

방학기간은 다음 학기 등록금을 마련해야 하는 중요한 기간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설 명절은 짧은 기간에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10일 정도만 바짝 일하면 80만원 가량을 손에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올해도 예린 양은 통영에 계신 부모님께 명절인사는 전화로 대신했다.

"저는 학생이니까 길게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고, 방학 때 짧게 할 수 밖에 없어요. 보통 단기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의 80%는 등록금으로 보태구요. 나머지 20%는 제 생활비로 써요." 

지금까지 잘 키워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한 데, 매일 같이 힘들게 일하시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방학 기간에 쉴 수가 없다는 게 예린 양의 마음이다. 

수백만원에 달하는 대학교 등록금과, 생활하면서 들어가는 용돈까지 전적으로 부모님께 의존하기엔 죄송스러운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명절이나 방학기간 동안 가족들하고 보내면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어 좋지만,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으면 등록금을 내기 위해 학자금 대출을 더 받아야해요. 그렇게 되면 지금은 편하겠지만 나중엔 더 어려워지잖아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집에 가는 걸 포기하고 이걸 하는 거예요" 

이렇게 시작한 아르바이트가 이제는 익숙할만도 한데 그래도 이따금씩은 서러움이 북받칠 때가 있다.

"다른 친구들처럼 번 돈으로 여행도 가고 싶죠. 그런데 현실적으로 그럴 수가 없어요. 나는 방학기간 늘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데 돈이 등록금으로 사라지면 허무할 때가 많아요. 한 달 동안 일했는데 남는 게 없는 것 같고 그렇거든요. 또 아르바이트를 하다보면 아르바이트생이라고 해서 무시하는 손님들도 있어요. 대뜸 반말을 한다던지, 거칠게 다그친다든지, 그럴 땐 '아 나도 우리 집에선 귀한집 자식인데'라는 푸념이 나오죠"

하지만 이렇게 서럽다가도 가족과 가슴 속에 품고 있는 꿈을 생각하면 얼어붙었던 마음은 금새 녹아내린다.

"속상하고 힘들때도 많은데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아르바이트가 평생 할 것도 아니고 방학동안 짧게 고생하는 거잖아요. 다시 학교로 돌아가면 지난학기보다 더 열심히 공부해서 '장학금 꼭 타야지'하는 다짐도 할 수 있구요. 조금은 서글프고 고단하지만,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없어요. 제겐 제겐 꿈이 있으니까요"

예린 양은 졸업 후 공연기획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하루하루 꿈을 향해 나아가면서 자기처럼 이 시대를 숨가쁘게 살아가는 20대와, 앞으로 20대가 될 이들을 위한 공연 기획도 구상 중이다. 

"제가 하고 싶은 일이 문화행사기획이거든요. 지금은 솔직히 할 수 있는게 없잖아요. 제가 아직 학생이고 능력도 부족하구요. 하지만 나중에 학교를 졸업하고 일을 시작하게 되면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젊은 이들이 힘을 낼 수 있는 전시 공연을 기획해서 공유할 거에요. 그런 문화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평범하게 사는 것이 가장 그립다는 예린 양. 또래 친구들처럼 방학을 만끽하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품은 채 오늘도 고된 아르바이트 전선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지난 7일 기준 알바몬에 올라온 설명절 단기아르바이트 공고는 557건에 달했다. 여기에 지원한 구직자는 총 5,644(온라인 3,789, 이메일 1,855)명으로 경쟁률이 10대 1에 육박했다. 

한 대형마트의 경우 올해 30명 가량의 단기 아르바이트 인원 모집 공고를 냈는데, 공고가 올라가자마자 순식간에 선착순 마감됐다.

이처럼 명절 단기 아르바이트에 많은 구직자들이 몰리는 이유는 시간당 7,000원 이상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기 때문이다. 설 명절 특수가 더해져 평소보다 조금 높은 아르바이트 임금이 책정된 것이다. 

부모님의 부담을 덜어드리겠다는 생각에 청년들이 단기 아르바이트 시장에 뛰어들면서 새로운 설 풍속도가 그려지고 있다.

CBS 신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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