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시사IN 2013-02-12일자 기사 '해양수산부 부활 구색 맞추기였나'를 퍼왔습니다.
박근혜 인수위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보고 주강현 교수가 기고문을 보내왔다. 해수부 부활을 환영할 일이나 알짜배기가 빠져 있다는 우려다.
서울 안국동 해양수산부(해수부) 청사 앞에 놓여 있던 입석은 어디로 갔을까. 다행히 포항 등대박물관 구석에 숨겨져 있었다. 5년 전 그 누군가에 의해 트럭에 실려 쓸쓸히 호미곶까지 실려갔을 이 입석이 다시금 제자리를 찾게 된 것이다. 감개무량이고 만시지탄이다.
노무현 정부가 끝나자 이명박 정부는 거침없이 칼질을 했다. 해수부 해체는 바다 통합 정책과 해양 미래의 꿈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해수부는 국토부와 농수산식품부로 찢겼다. 그야말로 잃어버린 5년이었다. 앞으로는 국가의 전략적 미래인 바다가 농락되는 일은 피해야 한다. 지난 5년간 공룡 부서에서 해양의 가치와 미래가 묵살되는 것을 충분히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해수부 부활은 여야,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환영할 만한 일이다.
박근혜 당선자는 해양수산부 부활이라는 약속을 지켰다. 그러나 인수위 조직개편안을 받아든 해양계는 떨떠름한 분위기다. 서열 17위 최하위 부서로 겨우 부활에만 성공했기 때문이다. 선거가 끝났으니 이제 구색만 맞추면 되는 것인가. 마지못해 한 약속이었나.

ⓒ뉴시스 이명박 정부는 해양수산부 해체로 해양 정책을 등한시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2008년 1월22일 해수부 해체에 반대하는 시위.
해수부는 해양 강국 구현이라는 원대한 목표와 직결된다. 해양 강국은 어떻게 구현되는가. 네덜란드, 미국 등 해양 강국에서 배우듯이 국정 비전으로 채택되어야 하며 정권 교체기마다 폐지 논란이 벌어져 흔들리면 안 된다. 해양을 둘러싼 국가안보와 평화가 한층 요구되는 시점이다. 한반도에 치명타를 주었던 열강은 모두 해양세력이었다. 오늘날도 중·일, 한·일, 한·중이 해양 문제에 얽혀 있다. 중·일 간 쟁투는 현재진행형이다. 일본은 일상으로 독도를 들고 나온다. 미국은 태평양으로 돌아왔음을 강조하고 다닌다. 중국의 해양 팽창은 가공할 만하다.
공룡 부서에서 이 같은 일이 최우선적으로 처리될 수 없었음은 당연하다. 해양 영토 수호와 분쟁 대비, 자원전쟁 등을 위한 영해 기점, 대륙붕 협상 등이 신정부의 몫으로 고스란히 넘겨졌다. 이명박 정부는 대북 정책만이 아니라 바다 정책에서도 실기와 실책을 거듭했다.
기후와 해양도 뗄 수 없는 문제인데…
전통 산업과 미래 비전의 융·복합이 모두 바다에 있다. 물류·항만·조선·수산 등 전통 산업도 진화를 거듭한다. 조선과 해운의 시너지 구현, 물류 통합, 해양정책의 컨트롤 역할 등이 구현되어야 한다. 잡는 어업시대는 끝났으며, 해양 자원 고갈은 양식산업을 뛰어넘는 새로움을 요구한다. 어민과 선원 복지도 그동안 거의 방치되었다. 정약용은 [경세유표(經世遺表)]에서 섬이야말로 부의 원천이라고 갈파한 바 있다. 방치된 무인 도서들을 반드시 챙겨야 한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조선과 해양 플랜트는 이번에도 해수부로 오지 않았다. 기획재정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질 못했으며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시너지를 부여할 알짜배기가 빠진 껍데기라고나 할까. 불완전한 해수부 부활에 대한 부산권의 반발은 산업이 배제된 부활이라는 데 있다. 이번 인수위 발표처럼 과거 재탕식이라면 해양 강국의 길과는 어긋난다. 기후를 포함하는 강한 조직이 되어야 했음에도 인수위는 옛 부서 부활에 머물렀다.
지금 해양에 대한 글로벌 어젠다는 바다를 통한 기후환경 변화, 수온 상승, 태풍·쓰나미 등 자연재해, 자원 고갈과 해저자원의 개발과 보호, 저탄소 녹색성장, 종다양성 보존, 극지의 지속가능성 등이다. 미국의 해양대기청(NOAA·노아)처럼 기후와 해양은 일심동체이며, 이는 세계적 추세이다. 통합정책의 원대한 그림 속에서 기후는 반드시 글로벌 어젠다를 해결하는 동일 화폭이어야 했다. 인수위 발표 어디에도 그런 고민은 없다. 해양과학기술과 신해양산업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먹여 살릴 성장동력으로 바다가 돌아올 것이다. 이 역시 제대로 언급되지 않았다.

ⓒ뉴시스 1월22일 옥동석 인수위원이 정부조직 개편 후속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청사 이전 논란, 설익은 언급이 문제
한국의 해양력은 전통적으로 하드웨어는 강한데 소프트웨어는 약하다. 바다에는 미래 비전을 제시할 DNA가 무궁무진하다. 해양문화·관광레저 같은 소프트 파워는 향후 중요 성장요소이다. 가령 등대 명품화 전략 하나만 가지고도 수익을 끌어낼 수 있다. 전통 산업과 미래 비전의 융합으로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데 해수부의 구실이 절대적이다. 애초부터 문화부 역량으로 안 되는 분야였다. 요트 전용 항만 등 어느 것 하나 해수부의 관리와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분야였기에 넘어올 것이 넘어왔다.
해수부 부활과 관련해 청사 위치도 분란을 겪는다. 중앙 부서는 당연히 법이 정한 곳으로 가야 한다. 그럼에도 표 때문에 부산으로 갈 수도 있다는 설익은 언급을 해버리고 말았다. 바다전략을 구체화하는 시점에서 청사 유치 논란은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선조직개편안 시정, 후청사’로 사회적 논의를 전개하고, 정부청사 종합 배치계획과 연계해 신중하게 검토함이 바람직하다. 차분하게 과거 해수부의 반성과 평가, 새 부처의 정책과 지향점 구체화, 국회에서 인수위 발표를 바꿀 수 있는 여지에 힘을 모아야 할 시점이 아닐까. 청사 분리가 꼭 필요하다면, 그것도 해수부의 정확한 기능 분화와 지역 거점의 필연성이라는 차원에서 명확히 정립되고 합의된 이후라야 할 것이다.
해수부 복원 과정에서 어느 것 하나 도움이 되지 않았던 정치인이나 지역 언론이 앞장서 ‘우리 지역에 유치해야 합네’ 하고 바람을 잡는 것도 문제다. 중앙부처를 유치하겠다고 이런 식으로 할라치면, 가령 관광청을 만들어 제주로 보내고 농림부는 농업이 많은 삼남지방으로 보내는 식이 되어야 하나. 중앙부처는 중앙부처일 뿐이다.
새 해수부는 나름 내적 고민과 과제를 안고 가야 한다. 조직이 이리저리 찢기다보니 사람과 사람의 온전한 결합이 소중하다. 해양과 수산의 보이지 않는 갈등도 풀어야 한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해양의 모든 분야를 알고 있어 통합과 균형이 가능한 수장에게 해수부가 맡겨져야 하는데 이 역시 밀봉 상태다. 분리되었던 해양·수산의 통합에 불필요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끔 고도의 전문성을 겸했으면 한다. 해양 강국으로 이끌 ‘캡틴’을 제대로 만나야 해양 강국으로 가는 항로가 안전할 것이다. 바다의 미래는 한반도의 국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주강현 (제주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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