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8일 금요일

법은 어떻게 독재의 도구가 되었나


이글은 시사IN 2013-02-08일자 기사 '법은 어떻게 독재의 도구가 되었나'를 퍼왔습니다.

다카키 마사오. 따님의 면전에서 그 이름을 말할 줄은 몰랐다. 무슨 금기일 까닭은 없지만, 우리는 그의 이름을 잊고 살았다. 광복과 민주화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은 ‘역사의 판단’에만 맡겨두고 덧없는 세월을 보냈던 탓은 아닐까. 법도 마찬가지다. 법은 힘은 세다. 법질서를 강권하는 독재의 요구에다 법을 맹신하는 법조인들의 활약이 보태져 필요 이상으로 그 힘이 커져버렸다. 

정치·사회적 갈등을 정치·사회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법에 그 해결책을 묻는다. 국회에서 갈등이 생겨도 정치인들은 그 답을 검찰이나 법원에서 구하는 판이다. 민주화 이후 군대·국가정보원·경찰을 앞세운 노골적 국가 폭력이 주춤해지자, 법이 그 힘의 빈자리를 채웠다. 6월 항쟁 이후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게 된 것은, 그래서 민주화의 역설이었다. 

<법은 어떻게 독재의 도구가 되었나>한상범·이철호 지음 삼인 펴냄

한상범·이철호가 함께 쓴 (법은 어떻게 독재의 도구가 되었나)는 법이 독재의 도구가 되어, 민중을 탄압하는 가장 확실한 도구로 기능하는 역사를 살폈다. 이 책의 저자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법률에 관한 한 한국은 해방되지도 민주화되지도 않았다. “구체제의 이념과 폐습 및 그 잔존 세력에 대한 청산이 미진”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일제의 ‘치안유지법’은 독재정권의 ‘국가보안법’으로 계승되었다. 지난 국회가 정범구 한 명을 제외하고 전원 찬성으로 통과시킨 ‘경범죄처벌법’ 전부 개정안은 일제의 ‘경찰범처벌규칙’을 토씨까지 그대로 계승한 것이다. 일제는 패망했지만, 독재는 이 법으로 장발 단속과 정치 유인물 단속을 했다. 민주화에도 불구하고, 이 법은 더 개악되었고, 시민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경찰의 눈초리는 더 매서워졌다. 

법에 대한 책은 보통 어렵고 따분하기 마련이지만, 이 책은 구어체의 쉬운 문장으로 되어 있다. 읽기 편하다. 풍부한 자료 제시를 통해 객관성을 확보하면서도, 과거와 현재의 답답한 현실을 전할 때는 그 안타까운 마음도 잘 묻어난다. 1960년부터 법학 교수였던 노학자와 그의 제자가 함께 쓴 이 책은 지금의 대선 구도를 넘어, 일제와 독재가 과거에서 끝나지 않고 어떻게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지, 이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일깨워준다. 다른 나라처럼 투표용지에 후보의 이름을 써넣는 게 아닌, 기호에 붓두껍을 찍는 기호투표는 실상 정부·여당이 정의 의식이 낮은 사람이나 노인들의 표를 동원하기 위한 우민화 정책이라는 고발을 비롯해, 지금 당장 건질 것도 많다. 일독을 권한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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