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11일 월요일

탐욕 없는 사람들의 설


이글은 시사IN 2013-02-08일자 기사 '탐욕 없는 사람들의 설'을 퍼왔습니다.

김용준 총리 후보자가 사퇴하기 직전의 얘기다. 한 일간지 여기자가 후보자 부인에게 뺨을 맞았다는 얘기가 돌았다. 집 앞에서 ‘뻗치기’(취재원 집이나 사무실 등에서 무작정 기다리는 일)를 하다 그랬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부인 성품이 꽤나 독특하다는 얘기가 돌던 터라 확인에 들어갔다. 해당 언론사에서는 부인이 문을 확 여는 바람에 기자 얼굴을 좀 찧었다는 반응이 나왔다. 인수위 대변인이 해당 기자와 데스크에 사과했다는 얘기와 함께 김 후보자가 1월29일 기자실에 돌린 떡볶이가 ‘사과의 뜻’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김 후보자가 전격 사퇴하지 않았다면 어떤 식으로든 후속 취재가 이뤄졌고 관련 보도가 나왔을 참이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총리 부인’이 퍼스트레이디를 할 수도 있다는 해석이 있었던 터다. 

이것 말고도 각 언론사가 준비 중이던 김 후보자 검증 보도는 적잖았다. 아마도 이런 기류가 김 후보자를 더 버티지 못하게 했을 것이다. 야권의 한 인사는 “청문회까지 갔으면 숨겨둔 재산이나 의혹이 더 불거졌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이쯤 되면 궁금한 게 있다. 총리직을 수락할 때는 정녕 이럴 줄 몰랐을까? 

원죄는 ‘탐욕’이다. 대법관·헌법재판관에 인수위원장까지 했으면 마음을 비울 만도 하건만, 한 자리라도 더 해보겠다며 욕심을 내다 결국 망신살이 뻗치고 말았다.

그래도 ‘탐욕’ 하면 MB 일가를 따라갈 수 없을 것이다. 후보 때부터 돈 관련 의혹투성이더니, 임기 말까지도 4대강 사업, 자원외교 등과 관련해 ‘뒷돈 챙기기’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이번 호에 이명박 대통령 자원외교의 실태를 분석한 이종태 경제팀장은 “MB의 자원외교는 마술”이라고 촌평했다. 마술사가 한쪽 손으로는 관객들을 홀리고 다른 손으로는 재주를 부리듯, MB식 자원외교가 딱 그런 패턴이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최근 들어 새로 ‘탐욕’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이가 많다. 헌법재판관 된 지 몇 개월도 안 되어 검찰총장 되겠다고 손들었다는, 이름값이 아까운 분도 계시다. 이름도 가물거리는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는 언제까지 버티시려나? 

한쪽에서는 ‘탐욕’이 난무하는데, 한쪽에서는 ‘제 밥그릇도 챙기기 힘든’ 이들이 또 많다. 사회팀과 인턴 기자들이 전국을 돌며 취재한 ‘대한민국 농성촌의 24시’를 읽으면서, ‘깜댕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한국을 조국으로 알고 커가는 무국적 난민 아이들의 서러운 사연을 읽으면서, 자꾸자꾸 눈시울이 붉어졌다. 부디 이들에게도 이번 설이 따뜻하기를. 

이숙이 편집국장  |  sook@sisain.co.kr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