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7일 목요일

[사설]흔들리는 박근혜 공약, ‘증세 없는 복지’가 문제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3-02-06일자 사설 '[사설]흔들리는 박근혜 공약, ‘증세 없는 복지’가 문제다'를 퍼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4대 중증질환(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성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 부담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4대 중증질환의 건강보험 보장률 강화 대상에서 ‘3대 비급여 항목’(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간병비)을 제외하기로 한 것이 알려지면서다. 파문이 커지자 어제 인수위는 보도자료를 내고 “공약 수정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4대 중증질환 전액 국가 부담 공약에는 당연히 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간병비가 포함되지 않는 것”이라고 추가로 해명했다. 4대 중증질환 지원에서 3대 비급여 항목을 제외한 것은 맞지만 그것이 공약 수정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인수위의 해명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마치 우롱당한 느낌마저 든다. 전 국민이 지켜보는 TV토론에서 박 당선인이 간병비를 포함해서 진료비 100%를 국가가 보장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는가. 진료비 부담이 가장 큰 3대 비급여 항목을 제외한 4대 중증질환 관련 공약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박 당선인이 3대 비급여 항목 보장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많은 언론과 국민은 그것이 포함된 것이라고 믿고 받아들였음을 알 것이다. 그것이 의도된 것이었다면 국민을 기만한 것이고,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후퇴한 것이라면 책임 회피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복지 공약 수정 논란이 잇따르는 까닭은 막대한 재정 부담과 재원 마련의 한계 때문일 것이다. 그 고충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정권이 출범도 하기 전에 핵심 공약부터 흔드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복지에 대한 실천 의지를 의심케 하는 것으로 차기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자초할 수 있다. 소득 수준과 국민연금 가입 여부에 따라 선별적으로 차등화한 기초노령연금에 이은 이번 파문이 ‘공약 마사지’를 넘어 ‘복지 후퇴’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지난해 우리 복지 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9.3%에 불과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1.7%)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빈약한 실정이다. ‘복지국가’ 실현을 위해 정치에 투신했다는 박 당선인과 이를 뒷받침해야 할 새 정부 인사들은 “한국은 사회복지 지출을 OECD 국가 평균 수준으로 높여야 하며, 재원이 부족하면 증세를 해야 한다”는 OECD의 권고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은 그제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공동주최한 세미나에서 “예산을 아껴 복지 지출을 늘리기 어렵다면 세금을 올릴 수밖에 없고, 다른 방법이 없다면 부가가치세율 인상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그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시했다. 증세 없이 복지 재원을 조달하겠다는 입장인 박 당선인이 특히 경청해야 할 대목이라고 본다. 최근 복지 논란도 결국은 증세 불가 방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핵심 공약조차 회피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논란에 빠뜨려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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