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스 20133-02-07일자 기사 '도무지 극복될 싹수가 보이지 않는 민주당의 '친노 딜레마''를 퍼왔습니다.
김태년 보고서, ‘탓 정치’ 말자면서 ‘안철수 탓’만 하는 친노

▲ 대선 패배를 속죄하는 '회초리 민생투어'에 나선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과 비대위원들이 지난 1월 16일 오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 사정을 아는 관계자들은 ‘민주당에서 결국 친노가 물러날 수는 없다’고 말하곤 한다. 이는 친노가 민주당의 ‘기득권’이기 때문만은 아니라 그 ‘능력치’ 때문이다. 현재 민주당에서 친노 말고는 당을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계파도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민주당의 ‘친노 비판’에 있어 일종의 딜레마로 작용한다. 친노보다도 무능해 보이는 민주당 내 비노세력이 ‘친노 책임론’을 활용하여 친노를 탄핵하려고 하는 상황도 한숨이 나지만, 이들이 대안세력이 되지 못하니 친노진영의 자기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언론에 ‘안철수 탓’을 했다고 소개된 ‘김태년 보고서’ 역시 비슷한 계열이다. 이 보고서는 민주당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에서 나온 보고서 중에서 가장 일목요연한 형식을 갖추고 있다. 말하자면 ‘친노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그 세련된 논리 사이로 ‘책임회피의 덫’이 존재한다는 것도 분명하다.
보고서 논리의 핵심을 요약하자면 ‘세대구성으로 볼 때 이기기 힘든 선거였는데 안철수와의 단일화 논의가 지지부진해 50대와 충청과 중년 여성을 공략하지 못해서 졌다“는 것이다. 이 판단은 현상적으로 볼 때 정확하다. 그렇다면 여기서 더 필요한 것은 ’어째서 이 판단을 이전에는 내리지 못했나‘와 ’상황에 대처하지 못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라는 것일 게다.
보고서는 전자의 문제에 대해선 생략하고 후자에 대해서 안철수의 책임을 부각한다. 물론 안철수와의 단일화 국면이 장기지속되면서 부동층이나 중도층 공략보다는 야권의 지지기반에 더 주력하게 된 것은 사실이다. 안철수 후보가 요구한 ‘새정치’라는 아젠다가 50대나 충청지역에 대한 공략 포인트가 아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이렇게 물어보자. 안철수 후보가 그보다 더 정치를 잘했다면 어땠을까? 안철수 후보가 ‘새정치’가 아닌 ‘민생’을 전면에 내세우고 50대에도 파괴력을 발휘했다면 어땠을까? 당연히 안철수 후보가 단일후보가 되지 않았을까?
이는 안철수 지지자들에게 좋은 시나리오지 ‘친노’에게 좋은 시나리오는 아니다. 그들이 이런 상황을 가정하고 보고서를 쓴 것도 아닐 것이다. 그들이 문제삼는 건 1) 단일화가 너무 늦게 일어났다는 점, 2) 안철수 후보가 경선을 거치지 않고 사퇴했다는 점, 3) 후보 사퇴 이후 유세에 늦게 비적극적으로 결합했다는 점 등이다.
그런데 이는 안철수 지지자 입장에서는 정반대로 대꾸할 수 있는 사안들이다. 1)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없는 문재인 후보가 일찍 사퇴했으면 되지 않았느냐?”라 대꾸하면 그만이고 2)에 대해선 “안철수의 마지막 협상안을 받았으면 되었을 일 아니냐?”라고 대꾸하면 그만이다. 3)에 대해서도 그러니 안철수 후보와 지지자들을 불편하게 한 친노의 협상이 문제였다고 말하면 그만이다. 그러니 이건 양측 입장에 따라 이렇게도 말하고 저렇게도 말할 수 있는 하나마나한 소리다.

▲ 사실 안철수 후보는 본인의 정치적 패배에 대해서만 반성하면 될 일이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선거운동까지 책임져야 할 이유가 없다. 사진은 대선 당일 출국하는 안철수 후보의 모습. ⓒ뉴스1
안철수 후보의 전략에 대한 반성은 안철수 후보가 할 일이다. 민주당이 해야 할 반성은 민주당의 전략에 대한 것이다. 세대구성에 대한 파악은 단순산수에 불과한데 어째서 민주당은 낙관론을 펼쳤는가?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경쟁이 ‘제로섬’ 게임이 되었던 상황에 대해 민주당의 책임은 없는가? 혹시 정권교체보다 문재인 당선에 더한 가치를 뒀던 것이 아닌가?
탁현민의 ‘문화유세’ 기획은 명백하게 2030세대만을 겨냥하고 있었는데 단일화 이후의 그 유세기획을 안철수가 배후조종했는가? 안철수 후보와 호남의 지지율을 놓고 다툴 때에도 문재인 후보는 부산경남에는 신경을 썼는데 50대에 대해선 왜 전략이 없었나? 충청을 놓치면 안 된다는 뻔한 사실을 알면서도 왜 지역맞춤 전략은 없었나?
이기기 힘든 선거였다면 이길 수 있다고 ‘약’을 판 이들은 누군가? 윤여준 연설 이전에 중도층 공략에 대한 방법이 전혀 나오지 않은 것도 안철수의 배후조종 때문인가? 친노세력 임명직 거부 선언을 하면 지지율이 조금은 더 오를 수 있다는 조언을 들었는데도 실행하지 못한 이유는 무언가? 선거 때 핵심전략을 수립하고 판단을 내린 주체들은 대체 누군가? 총선 때 패배한 그 전략을 대선 때 그대로 활용하게 된 이유는 무언가?
민주당의 책임을 말하기 위해 응당 나와야 할 이 수많은 질문들을 김태년 보고서는 완벽하게 비껴간다. 보고서 중반엔 ‘탓 정치’를 그만두자고 적혀있건만 ‘친노 탓’은 하면 안 되고 ‘안철수 탓’은 해도 된다는 식이다.
이런 식이라면 민주당은 ‘친노 딜레마’를 결코 극복할 수 없을 것이다. “비노는 친노를 내부경쟁에서 결코 누를 수 없는데, 친노는 새누리당을 이길 수 없는” 상황이 다음에도 반복될 것이다. 대선평가는 이렇게 할 일이 아니다. 하도 평가가 편향적이니 정계개편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상식적 전망도 ‘친안철수 세력에게 국물도 주지 않겠다’는 텃세로 읽힌다. 민주당 내 친노세력은 대선에 대한 냉엄한 평가가 오히려 비노와의 경쟁에서 승리하고 유권자들의 신망을 되찾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
한윤형 기자 | a_hrima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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