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3-02-07일자 기사 '원전 유보 한다더니… 토지 보상 작업 착수'를 퍼왔습니다.
ㆍ한수원, 삼척·영덕 예정지 2곳 대상 입찰 공고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강원 삼척과 경북 영덕 2곳의 원전 예정지에 대한 토지 보상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토지 보상은 원전 건설의 첫 단추를 끼우는 작업이다. 정부는 최근 6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안을 발표하면서 원전 건설은 새 정부 출범 이후에 판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수원은 지난달 28일 삼척 대진원전과 영덕 천지원전 예정 지역에 대한 지적 현황 측량, 지장물(공공사업 시행 예정지 내의 건물이나 각종 시설) 실태 조사 등 용역 입찰을 공고하고, 오는 15일 이후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라고 7일 밝혔다. 측량 및 지장물 조사 사업비는 10억원 규모이며, 조사기간은 10개월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은 조사결과를 토대로 토지 보상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한수원은 지난해 삼척과 영덕 지역이 원전 예정지로 고시돼 토지 매수 청구가 들어오면 곧바로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사 기간 중에도 매수를 원하는 토지 소유주가 있으면 해당 토지에 대해 우선 조사를 실시해 보상하겠다는 것이다.
한수원의 이 같은 입장은 지난달 31일 정부가 제6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안을 발표하면서 신규 원전 건설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하겠다고 밝힌 것과 배치된다. 당시 지식경제부는 “(원전 건설 여부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국민 정서를 감안해 올해 상반기 중 새 정부가 수립할 제2차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원전관리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증폭됐으므로 추가로 계획하고 있는 원전은 다른 에너지원이 확보된다는 전제 아래 재검토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한수원은 사업 여부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10억원의 돈을 들여 토지 조사에 나선다는 입장이지만 건설계획이 취소될 경우 이를 고스란히 날리게 된다.
지방자치단체들도 한수원의 신규 원전 건설에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삼척시 관계자는 “새 정부가 결정한다고 하는데, 안 된다고 보지 않고 별로 걱정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삼척시와 영덕군에 지급할 6000억원의 원전 주변 지역 지원금 중 260억원을 올해 예산에 반영해 놓은 상태다.
유보 입장을 밝힌 지경부도 한수원의 이 같은 움직임에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원전을 짓기 위해서는 10년 이상의 오랜 시간이 걸리므로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반영되기 전에도 준비 작업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만약에 원전 건설이 취소된다 하더라도 토지 조사 비용이나 보상비는 불가피한 매몰비용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신규 원전을 유보한다고 했으면 준비 작업도 중단하는 게 이치에 맞다”면서 “지경부의 원전 건설 ‘유보’ 발표는 정치적 수사나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는 게 드러난 셈”이라고 말했다.
지경부는 지난해 9월 삼척시 근덕면 부남리·동막리 일원 317만8292㎡에 150만㎾급 가압경수로형 원자로 4기 이상을, 영덕군 영덕읍 석리·노물리·매정리·축산면·경정리 일대 324만2332㎡에 150만㎾급 원자로 4기 이상을 건설하기로 하고 원전 예정지역으로 고시했다.
박철응 기자 h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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