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11일 월요일

‘학교비정규직 대량해고 제로’ 원년을 열다(하)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3-02-08일자 기사 '‘학교비정규직 대량해고 제로’ 원년을 열다(하)'를 퍼왔습니다.
해고 저지에서 처우 개선 중심의 ‘단체교섭 시대’로

학교비정규직이라 불리는 노동자들은 120여개 직종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만큼 학교 업무가 다양하기도 하지만, 업무가 생기면 직종을 만들었다가 예산을 삭감되면 줄이거나 없애는 일을 주먹구구식으로 반복해온 결과다. 급식 관련된 직종만 6~7개에 이른다고 한다. 이 때문에 학교비정직노조 관계자는 “박금자 노조 위원장님도 직종을 모두 알지는 못할 것”이라고 농담반 진담 반으로 말했다. 직종을 다 꿰고 있지 못하기는 교육청 직원들도 마찬가지라고.

학교비정규직이 이처럼 많은 직종으로 나뉘어져 있는 것은 그동안 교과부나 교육청 등이 학교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관리하는 것을 중요하지 않게 생각해왔다는 점을 반증한다. 그러나 이제는 태도가 달라지게 됐다. 교육청과 노조가 대등하게 단체교섭을 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동안 교육청은 학교비정규직의 사용자는 학교장이라는 입장을 견지하며 교섭을 회피해왔다. 광주, 전남, 강원 등 진보교육감이 있는 교육청은 단체교섭에 응하기도 했으나 다수를 이루는 보수교육감은 자신들이 사용자라는 사실을 완강히 거부해왔다. 그러나 교육청이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의 사용자라는 법원 판결이 잇따르자 어쩔 수 없이 올해 단체교섭을 준비하고 있다.

‘보수’ 충북도교육청, “노조와 단체교섭하겠다”

최근 충북도교육청은 노조에 단체교섭에 응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충북도교육청은 다른 8개 교육청과 함께 중앙노동위의 판정에도 불구하고 행정소송까지 불사하면서 학교비정규직의 사용자가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최근 행정소송 1심에서 교육청이 사용자라는 판결이 나온데 이어, 지난달 말 단체교섭 응낙 가처분 신청에서 노조가 승소하자 입장을 바꿨다. 법원이 이유 없이 단체교섭을 회피할 경우, 1회당 100만원의 강제이행금을 물도록 결정했기 때문이다. 

충북도교육청은 지난달 28일 “청주지방법원의 ‘단체교섭응낙가처분’ 판결을 존중한다”며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2월 중 교섭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다. 노조와 교섭을 진행 중이던 진보교육감 지역에서도 단체교섭 진행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3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전국학교비정규직 노동자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교육공무직 쟁취라고 쓰인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철수 기자

박금자 위원장, “조합원 5만명으로 늘리겠다”

연례행사이던 ‘해고 대란’을 저지해 고용 불안을 어느 정도 해소한 노조는 단체교섭을 통해 열악한 조합원들의 처우 개선에 주력할 예정이다. 이미 노조는 작년에 108개 항목에 걸쳐 세부 조항까지 하면 500여개의 요구안을 마련해뒀다. 문제는 이중 얼마나 교육청에 의해 받아들여질 것이냐 여부다.

16개 지역에서 일제히 진행될 노조와 교육청의 단체교섭은 조직력과 투쟁력에 따라 성과가 좌우된다. 이 때문에 노조에서는 벌써부터 조합원 배가에 주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박금자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위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재 2만4천여명인 조합원을 올해 안에 5만명으로 늘리겠다”고 목표를 밝혔다.

한 지역의 처우 개선이 다른 지역을 견인하는 효과도 예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광주tl교육청은 최근 단체교섭과 상관없이 55만원의 성과금을 전체 학교비정규직에게 올해 지급하기로 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요구가 이어질 전망이다.

교섭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 지역별, 또는 전국적 차원의 쟁의행위가 실행에 옮겨질 수 있다.

박금자 위원장은 “교섭에 불성실하게 임해 좋지 않은 평가를 받는 교육청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교섭이 결렬될 경우) 총파업을 포함한 쟁의행위를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지난해 11월 9일 광주지역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광주역광장에서 총파업 집회를 열고 있다.ⓒ민중의소리

대정부 교섭과 제도개선 요구도 ‘주목’

물론 교육청과 단체교섭이 이뤄져도 넘어야 할 산은 있다. 바로 교과부나 기재부 등 정부 부처다. 중장기적으로는 교육청에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과 처우를 개선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고용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교육공무직 신설이나 호봉제 도입 등은 정부여당이 결단하지 않으면 실현이 불가능하다. 결국 국가 예산이 얼마나 투입되느냐가 중요하다. 

이 때문에 학교비정규직노조는 벌써부터 향후 대정부 교섭과 투쟁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제는 경제민주화라는 구호와 달리 보수 색채의 박근혜 정부 아래서 대정부 교섭과 투쟁이 가능하겠는가 하는 점이다. 

학교비정규직노조 조영선 사무처장은 “우리가 노조를 만들고, 총파업을 한 것은 이명박 정부 시절”이라며 “박근혜 정부라고 해서 무엇이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해고에 맞서 일자리와 생존권을 지키려고 만든 노조가 교육청과의 단체교섭을 확보하고, 대정부 교섭과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것은 비정규직 운동에서 중요한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고희철 기자 khc@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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