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3-02-21일자 기사 '허태열 “논문 표절 사과” 야당 사퇴 요구엔 거부'를 퍼왔습니다.
ㆍ자진 탈당 문대성과 다른 대응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 내정자(사진)가 20일 박사학위 논문 표절을 인정했다. 하지만 비서실장직을 사퇴하라는 야당의 요구는 거부했다. 지난해 4·11 총선에서 당선된 뒤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으로 새누리당에서 자진 탈당한 무소속 문대성 의원과는 다른 대응이다. 최고의 권부인 청와대 비서진을 이끌 지휘관이 298명 중 한 명의 의원보다 못한 공인 의식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허 내정자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최근에 저로 인해 국민들께 많은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특히 저의 박사학위 논문은 1999년 논문 작성 당시 논문 작성방법이나 연구윤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연구윤리 기준을 충실하게 지키지 못한 점, 참으로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표절을 시인했다.

허 내정자는 “2008년 교과부에서 연구윤리에 대한 규정이 강화되기 이전에 평소 필요하다고 느꼈던 행정 실무적 지식을 보강하고자 공부를 하게 되었는 바 논문 작성 과정에 시간적 제약 등으로 세밀한 준비가 부족했다”고 해명했다.
허 내정자는 “저는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가 아니고 또 학위나 논문을 활용해 학문적 성과나 학자로서 평가를 이용하려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논문 작성 당시 현재와 같이 강화된 연구윤리 기준을 철저히 지키지 못한 점, 원저자와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제 나이 올해로 68세이다. 국민께서 그동안 저의 부족했던 점을 너그럽게 이해해주신다면 마지막 공직으로 생각하고 멸사봉공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해명은 논문은 표절했지만 본인이 전문 학자도 아니고, 나이도 고령이니 양해해달라는 것으로 궤변이다. 분명 잘못은 했지만, 이 때문에 비서실장직 사퇴는 하지 않겠다는 변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앞서 허 내정자의 1999년 건국대 박사학위 논문 (지방자치단체의 정책결정 참여자 간 네트워크에 관한 연구)는 연세대 행정학과 이종구 교수 논문과 절반 이상이 일치하는 ‘복사판’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허 내정자의 사퇴 거부는 국민대 박사학위 논문 표절이 드러나 당을 떠난 문 의원 처신과도 비교된다. 문 의원은 지난해 총선 전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됐고, 당선 후에도 논란이 계속되자 자진 탈당했다. 당시 친박근혜계 내에서도 대선을 앞둔 박근혜 당선인의 부담을 덜기 위해 자발적 사퇴를 압박하는 기류가 강했다.
대통령 비서실장에게는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된다. 더구나 비서실장은 인사위원장을 겸하도록 돼 있어 고위공직자의 자질과 도덕성 검증을 지휘한다.
이 자리에 표절이 확인된 허 내정자가 고령이란 핑계와 표절과는 정반대인 ‘멸사봉공’ 다짐으로 비서실장에 임명되는 것은 ‘도덕적 아노미’다. 문 의원의 자진 탈당을 요구했던 새누리당이 허 내정자에 대해 침묵을 지키는 모습도 논리적 모순이자 이중적 행태다.
강병한 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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