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23일 토요일

약자 괴롭히려 소송 거는 권력자들


이글은 시사IN 2013-02-22일자 기사 '약자 괴롭히려 소송 거는 권력자들'을퍼왔습니다.

경찰에서 전화가 왔다. 대선 국면에서 기사 하나로 새누리당에 고발당했는데, 그게 남부지검에서 중앙지검으로 넘어간다 하더니, 어느새 경찰에까지 흘러간 모양이다. 

신경이 꽤 쓰였다. 같은 건으로 함께 고발당한 국회의원과 보조를 맞춰야 하나. 경찰 조사를 받으러 간다면 뭘 준비해야 하나. 검찰이 수사한다더니 경찰로 넘긴 건 무슨 의미일까. 

그래도 기자질을 하다 보면 궁금한 걸 물어볼 사람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법리 문제든 경찰 조사 받는 요령이든, 노하우 있는 사람도 주위에 꽤 생긴다. 이 정도만 해도 아주 운이 좋다. 

ⓒ시사IN 양한모

하지만 일반인이라면? 그저 중앙지검 이첩 통지서만으로도 덜컥 겁이 날 테다. 경찰과의 통화는 기자에게야 일상적인 일이지만 보통 시민에게는 몇 번 심호흡이 필요한 일이다. 변호사라도 구할라치면 돈 문제도 만만찮다. 

대선 과정에서 새누리당이 고발한 35명 중 정치권과 무관한 시민이 일곱 명쯤 되는 모양이다. 주로 인터넷 댓글 때문에 고발당한 누리꾼이다. 새누리당은 고발 취하는 없다고 했다. 

거기는 그래도 된다. 정치인은 선언만 하고, 일은 당 법무팀이 알아서 하니까. 하지만 당하는 일반인은 통지서 한 장, 전화 한 통마다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덩치 큰 이에게 그토록 손쉬운 선택인 법정싸움이, 힘없는 이에겐 그 자체로 형벌이다. 

그래서 덩치 큰 이들은 승산에 상관없이 단지 상대를 괴롭히기 위해 법정싸움을 택하기도 한다. 한진중공업 노동자 최강서씨는 “태어나 듣지도 보지도 못한 돈 158억원” 손배소를 건 회사에 울분을 토하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을 택했다. MBC는 정수장학회 문제를 특종 보도한 (한겨레) 기자를 고소했다. 이런 걸 공정한 싸움이라 할 수 있을까.

천관율 기자  |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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