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2-20일자 기사 '허태열 비서실장 임명, 부동산 투기하라는 신호'를 퍼왔습니다.
[이태경 칼럼] 허태열 비서실장이 불가한 이유
허태열 비서실장 내정자가 사면초가의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숱한 설화와 부적절한 처신에 더해 박사논문을 표절했다는 악재가 가세한 것이다. 허 내정자가 일찌감치 인정한 만큼 논문표절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어떤 학자들은 허 내정자의 논문이 표절이라기 보다는 복사 수준이며, '문도리코'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논문표절의 대명사가 되다시피한 문대성 의원의 박사논문 보다 상태가 더 나쁘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이쯤되면 허 내정자가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청와대 비서실장직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게 마련이다.
그러나 논문표절 등의 추문 보다 허 내정자가 비서실장에 임명되어서는 곤란한 이유는 그의 임명이 국민통합을 저해하고, 부동산 투기가 나쁘지 않다는 신호를 국민들에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허태열 내정자는 2000년 이후 지역감정 조장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다. 그가 2000년 4월 총선 유세 당시 한 발언은 지역감정 조장-정확히 말해 영남패권주의 조장-발언의 백미로 꼽히곤 한다. 허 내정자는 2000년 4월 총선 당시 부산 북강서을에서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맞대결했는데, 유세 현장에서 "살림살이가 나아졌다고 생각하는 분은 손을 들어보라"고 한 뒤 손을 든 시민에게 "혹시 전라도에서 오신 것 아니냐"고 되묻는 망언을 했다. 뒤이어 그는 “부산의 자녀들은 아무리 공부를 잘하고 사업수완이 있어도 이제는 틀렸다. 앞으로 우리 아들과 딸이 비굴하게 남(호남인)의 눈치나 살피며 종살이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자신할 수 있는가”라는 발언을 해 양식있는 사람들을 경악케했다. 한국정치에서 반드시 퇴출시켜야 하는 지역감정-영남패권주의 혹은 유사인종주의-를 통해 입신한 허 내정자가 비서실장이 되면 국민통합은 물건너 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한편 허 내정자의 비서실장 임명은 부동산 투기가 나쁜 것이 아니라는 신호를 국민들에게 줄 염려가 있어 매우 위험하다. 허 내정자는 부인이 농지투기의혹에 휘말린 2005년 10월경 KBS와의 인터뷰에서 "겸사겸사 농사 짓고, 전원생활할 생각이지만 땅값이 오르면 좋은 거 아니냐? 이것이 일반국민 상식 아니냐?"고 말해 부동산 문제로 고통당하는 서민들을 낙담케 한 전력이 있다.
부동산 문제-토지가치의 사유화-는 빈부격차를 심화시키고, 정부의 재정할당 및 운용을 왜곡시키며, 기업의 투자를 저해해 고용이 창출되는 것을 방해하고, 부정부패를 양산하며, 주기적인 불황의 원인이 되고, 경기진폭을 크게 만들며, 노사간 갈등을 증폭시키고, 주택난을 악화시키며, 인프라 구축비용 및 임금 등을 높여 상품 및 서비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등 만악의 근원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마당에 부동산 투기를 떳떳해 하는 허 내정자가 비서실장에 임명되면 국민들의 정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 비서실장도 부동산 투기를 자랑스러워 하는데 내가 부동산 투기를 하는 게 뭐가 잘못이란 말이냐"라고 말하는 국민들이 급속도로 늘어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말이다.
박근혜 당선인이 국민통합에 역행하는 사람, 부동산 투기가 나쁘지 않다는 신호를 시장에 줄 염려가 있는 사람을 비서실장에 임명하고 싶어한다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지금이라도 허태열 비서실장 내정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하는 것이 좋겠다. 박근혜 당선인을 위해서 하는 말이다.
이태경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 | red196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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