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3-02-12일자 기사 '북한, 기술적으론 핵보유국… 비핵화 사실상 불가능 우려'를 퍼왔습니다.
ㆍ3차 핵실험 정치적 의미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대한 기술적 분석이 정확하게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이 스스로 핵무기 소형화, 경량화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북한이 실전에 사용가능한 핵무기 보유에 한걸음 더 다가갔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번 핵실험의 정치적 의미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이전과 판이해졌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 실험이 고농축우라늄에 의한 저출력 핵실험으로 드러날 경우 그 파장은 가늠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이 고농축우라늄을 양산하는 체제에 들어간다면 협상을 통한 북한의 비핵화는 사실상 물 건너가기 때문이다. 게다가 북한은 지난해 말 사거리 1만㎞로 추정되는 장거리 로켓 발사에도 성공한 바 있다. 이번에 핵무기 소형화에 성공한 기술과 합치면 그야말로 미국에 강력한 교섭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위협적 존재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핵실험 성공으로 북한이 곧장 국제사회로부터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천영우 외교안보수석은 12일 정부성명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핵을 갖고 있는 것과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느냐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인도의 예를 들었다. 인도는 40년 전 핵실험을 통해 핵을 보유한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 되었지만 아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국제사회에 핵무기 보유를 과시할 수는 있지만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하에서 상대방이 인정하지 않는 한 핵보유국 지위는 얻을 수 없다.
다만 북한이 기술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이 때문에 주변국이 북한을 보는 시각과 접근법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국제사회가 북한 핵을 근원적으로 제거할 수는 없지만, 더 이상의 핵 능력 증대와 핵무기를 다른 나라로 확산하는 것만은 필수적으로 막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북한의 이번 핵실험은 대미 협상 압박용이라기보다 자신들의 자주와 독립, 존엄을 인정받지 못하는 한 자기가 선택한 길로 가겠다는 의미”라며 “우리가 북한을 보는 시각도 이제 좀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북한이 고농축우라늄탄까지 가질 수 있다는 의심이 이제 근거를 갖는 상황에서는 미국의 핵과학자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가 말한 ‘3 No’(No more bomb, No better bomb, No export)에 주력하는 현실적 접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북한은 얼마 전부터 사용가능한 핵 군비를 갖춰놓고 선택의 여지를 갖는 게 낫겠다는 결정을 한 것 같다”면서 “이제 협상으로 가는 길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송 전 장관은 “미국이나 중국도 북한 핵 문제를 그동안 어느 정도 방치한 것이 사실”이라며 적극적인 대화를 주문했다.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이 되더라도 남북한 간에 군사적 불균형은 야기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미 연합전력을 업은 남한 군사력은 북한에 비해 월등하다. 단, 남북한 간 비대칭 전력 불균형 문제가 거론되며 국내에서 안보 불안 여론이 일어날 가능성은 있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처럼 ‘핵무장론’이 재등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의 핵 보유는 핵 도미노를 막아야 하는 미국 입장에서 결코 허용할 수 없기 때문에 잠재적 한·미 간 갈등요인이 될 수 있다.
손제민 기자 jeje1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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