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민중의소리 2013-02-25일자 기사 '[기고]'입만 열면 종북’, 법원 판결 계기로 사라져야'를 퍼왔습니다.
법원, ‘전교조는 종북’ 잇따라 손해배상 판결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6만여명의 전교조 교사들에게 전교조를 종북세력으로 지칭하는 편지를 보내 탈퇴를 종용한 ‘교육과학교를위한학부모연합’(교학연, 대표 김순희)에게 매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2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전교조는 종북세력’ 200만원 지급해야
전교조를 ‘종북세력’으로 표현한 것은 전교조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고, 노동조합인 전교조의 집단적 단결권을 침해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것으로 손해배상액이 1심 3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줄어들기는 했지만 항소심에서도 전교조를 종북세력으로 부르는 것은 위법하다는 점을 명백히 밝힌 것이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교학연 김순희 대표가 편지를 통하여 “전교조 내에 북한을 추종하면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종북세력’이 있고 그러한 세력들이 원고 전교조를 이끌어가고 있다는 내용의 사실을 적시한 것”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명예훼손이라 판결했다.
“우리 사회에서 단체나 개인이 위와 같은 의미의 ‘종북세력’으로 위인식되는 경우 그 단체나 개인의 주장이나 견해, 지향하는 정책 등에 대한 구체적인 확인이나 검증을 불문하고 국가적, 사회적으로 위험한 존재로 각인될 가능성이 높고 위와 같이 북한을 추종하면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행위에 대하여 현행 국가보안법에서 중한 법정형을 규정하여 엄한 처벌이 이루어지는 실정인 점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의미의 ‘종북세력’이 아닌 개인이나 단체가 ‘종북세력’으로 지칭되는 경우 그 개인이나 단체에 주어질 사회적인 평가가 객관적으로 침해된다고 봄이 상당하다.”(2012나8696 명예훼손 손해배상)
즉, 전교조는 종북세력이 아니기 때문에 ‘종북세력’으로 지칭하는 것은 전교조의 사회적인 평가를 객관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라는 판단이다. 전교조뿐 아니라 다른 개인이나 단체를 종북세력으로 지칭하는 것은 금지된다는 점을 명백히 한 것이다. 그 동안 보수단체들 또는 보수정치인들이 비판세력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종북세력으로 매도하던 관행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6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종북척결 대한민국바로세우기 운동'에 모인 참가자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복음성가와 '아 대한민국' 등의 대중가요를 부르고 있다.ⓒ이승빈 기자
‘전교조, 북한 찬양 단체’ 주장도 명예훼손, 손해배상해야
전교조에 대해서 종북단체라고 표현한 것이 불법이라는 판결에 이어 24일 서울고등법원은 전교조를 주체사상을 교육하고 북한을 찬양하는 단체로 비난해 온 보수단체들에게 명예훼손으로 전교조와 조합원들에게 총 4천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 서울자유교원조합, 뉴라이트학부모연합 등 보수단체들과 이 단체 대표들인 이계성, 이상진, 서희식, 김순희 등이 2009년과 2010년 학교 앞 등에서 현수막을 걸고, 실명을 거론하며 시위를 벌인 행동에 대해서 서울고법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전교조에게 2천만원 등 전교조와 전교조 조합원인 원고들에게 명예훼손과 인격권 침해를 이유로 총 4천5백만원의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을 한 것이다.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 서울자유교원조합, 뉴라이트학부모연합 등은 2009년과 2010년 “김정일이 이뻐하는 주체사상 세뇌하는 종북집단 전교조, 북한에서 월급 받아라.” 등의 현수막을 걸고 “전교조는 아이들에게 태극기에 대한 경례를 거부하라고 가르치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교육을 하고 있다.”는 내용의 책자를 배포하고, “이적단체 전교조, 6.15선언 계기수업은 적화통일 세뇌교육이다. 반역세력 전교조를 해체하라!”, “전교조는 천안함을 침몰시킨 북한을 찬양하는 집단이다.” 등으로 매도한 것에 대해서 전교조와 조합원에 대한 명예훼손, 모멸적 표현으로 인한 인격권 침해, 교원노조의 단결권 침해 등을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전교조와 소속 교사들이 북한의 주체사상을 교육하고 있다고 인정할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이를 허위 사실로 판단하였으며, “전교조를 북한을 찬양하는 단체로 단정하거나 비속어로 조롱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구체적인 정황의 뒷받침도 없이 악의적으로 비난해 인격권을 침해했다”는 1심 재판부의 판단을 정당한 것으로 인정한 것이다.
법원, 특정인을 ‘주사파’라 표현해도 명예훼손 판결
우리 사회에는 기득권에 대한 비판세력을 빨갱이, 공산당, 친북세력, 종북세력 등으로 매도해온 좋지 못한 관행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주사파(주체사상파)’라는 표현이다. 그런데, 이미 법원은 이 주사파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2002년 12월 대법원은 김구와 이승만 등 해방공간과 한국전쟁을 다루었던 KBS ‘다큐멘터리극장’의 책임 프로듀서(CP)에 대해서 이승만을 사대주의자로 여운형을 민족주의자로 미화하는 역사 왜곡을 자행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면서 “남○○는 분명히 주사파”라고 주장하는 기사를 썼던 월간지 한국논단과 기자에 대해서 불법이라고 밝혔다.
“소위 '주사파'란 북한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자들을 의미함은 주지의 사실인데, 남북이 대치하고 있고 국가보안법이 시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특정인이 '주사파' 또는 '친북세력'으로 지목 당하는 경우 그 특정인은 수사기관의 현실적인 수사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일반인 사이에서도 반사회세력으로 낙인찍혀 그 사회활동의 폭이 현저히 위축되는 등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주사파'라는 발언은 단순한 모욕적 언사를 넘어 충분히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므로 이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대법원 선고 2000다14613 판결)
대법원은 이 판결문을 통해 남북이 대치하고 있고 국가보안법이 시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특정인이 주사파로 지목될 경우 그는 반사회세력으로 몰리고 그에 대한 사회적 명성과 평판이 크게 손상될 것이므로 명예가 훼손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명확히 했다.
‘김미화는 친노좌파’라 쓰면 1회당 5백만원 지급해야
2011년 11월 서울고등법원은 미디어워치 변희재 대표가 방송인 김미화씨를 ‘친노좌파’로 표현한 명예훼손 사건에서 “김미화씨를 친노좌파로 표현한 해당기사를 삭제하고 앞으로 그런 표현을 사용하지 말라는 결정을 했다. 더불어 다시 친노좌파로 표현할 시에는 회당 500만원을 지급해야한다.”는 강제결정을 내렸고 양쪽에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판결로 확정되었다.
해당 언론사는 2009년 ‘김미화는 친노무현 또는 좌파, 반미주의자’ 등으로 표현하는 다수의 기사를 내보냈는데, 김미화씨가 이 기사들에 대해서 “허위사실을 적시하고 비방성 표현을 사용해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던 것이다.
특정인을 ‘친노좌파’로 표현하는 것도 위법이 될 수 있어 이런 표현을 하지 말라는 것이 법원의 결정인 것이다.

5일 오전 서울 용산 국방부 앞에서 열린 '반유신, 반독재까지 종북 규정한 국방부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양지웅 기자
군대, 경찰까지 나서서 비판세력에 시대착오적 ‘종북’ 공세
2012년 9월 군대에서도 종북세력 실체 인식 교육의 명목으로 1970년대 이후의 반유신, 반독재민주화 투쟁까지 종북세력이 사회주의 건설을 위하여 한 투쟁이라고 하고, 전교조와 한대련을 학원가의 대표적인 종북세력이라고 가르치고 있었다.
군대만이 아니었다.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의 ‘치안전망 2013’는 “2012년 종북세력 등 국내 안보위해세력들은 ‘한미FTA폐기, 제주해군기지 건설반대, 4대강 사업반대’ 등 국책사업저지투쟁과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이행, 전쟁반대․평화수호’ 등 정권기반 무력화 및 종북좌파 영향력을 확산시키는데 주력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대한민국 경찰이 야권연대나 4대강 사업 반대 운동 등 야당과 시민사회까지 종북세력으로 낙인찍고 있는 것이다.
최근 국정원과 검찰은 전교조 교사 190여명으로 구성된 이적단체를 적발하였다면서 교사 4명을 불구속기소한 바 있다. 그들의 발표대로라면 대한민국이 190명의 구성원을 가진 이적단체를 적발하고도 4명만 불구속 기소하는 것은 코미디에 가깝다.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을 받을 자신이 없으니 대국민 여론 왜곡을 위한 꼼수라는 비난을 면하기 힘든 이유이다.
국정원에 군대, 경찰까지 나서서 기득권에 대한 비판세력을 종북세력으로 몰아서 입에 재갈을 물리려 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우리 현대사의 어두운 현실을 보여주는 “말 많으면 빨갱이, 간첩”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었다. 정권이나 기득권에 비판적인 세력은 모두 빨갱이나 간첩으로 몰아서 아예 말을 못하게 해버렸던 군사 독재정권의 못된 관행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법원은 이미 주사파, 친노좌파 등의 표현이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고, 최근에는 전교조에 대한 종북세력, 북한찬양세력 등의 지칭이 불법이라는 판결을 잇따라 내리고 있다. 법원의 판결 이전에 상대세력, 또는 생각이 다른 집단에 대해서 주사파, 빨갱이, 종북세력 운운하는 색깔론으로 막말공세를 하는 것은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비판세력에 대한 빨갱이, 주사파, 종북세력 운운하는 색깔론 공세가 사라지는 것은 여론의 다양성, 의사표현의 자유 등을 다양성을 생명으로 하는 건전한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보수정치권과 보수단체들의 대오각성이 요구된다.
김행수 전 사립학교개혁국민운동본부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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