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5일 화요일

‘이명박근혜’ 4대강에서 침몰?


이글은 시사IN 2013-02-04일자 기사 '‘이명박근혜’ 4대강에서 침몰?'을 퍼왔습니다.
대선 때 빛을 발했던 ‘이명박근혜’의 콤비 플레이가 흔들릴 조짐이 보인다. 이동흡 후보자 문제, 4대강 감사 결과 등에서 친이·친박의 힘겨루기가 확인되었다. 파열음이 더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명박근혜’라는 말은 지난 대선 때 야권이 박근혜 당선자를 공격하기 위해 사용한 말이다.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는 것은 ‘정권교대’이고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정권교체’라며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후보를 이 말로 엮었다. 

하지만 ‘이명박근혜’의 원저작자는 이명박 대통령이다. 2007년 대선 때 박 당선자가 이회창 후보를 지지할 것을 우려해 선거용 포스터에 ‘이명박근혜와 함께 정권교체! 국민 성공!’이라고 쓰고 홍보했다. 

‘이명박근혜’의 콤비 플레이는 지난 대선 때 빛을 발했다. 박근혜 후보는 이명박 정부의 정권 말 비리에 침묵했고, 이명박 정부의 사정기관은 박 후보에게 불리한 사건 조사에 태만했다. 그런데 대통령직 인수인계를 하는 과정에서 분열 조짐이 조금씩 읽히기 시작한다. 


공금횡령 등 여러 문제가 제기되었던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추천 과정과 인사청문회 과정을 보면 그 단초를 발견할 수 있다. 새누리당 안에서 ‘왜 이런 문제 많은 인물을 추천했느냐’는 불만이 터져나올 무렵, 한 종편 채널에서 ‘헌법재판소장으로 다른 인물이 거론되었고 이동흡 후보자는 2순위였다. 그런데 박 당선자의 동생 지만씨와 친한 이 후보자가 추천되었다’라는 내용이 보도되었다.   

한 친이계 의원은 이런 내용에 대해 이렇게 확인해 주었다. 애초 청와대의 뜻은 차기 정부에 헌법재판소장 추천 권한을 넘기겠다는 것이었다. 정권 말에 헌법재판소장 임명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떠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박 당선자 쪽에서 추천이 와서 내용적으로는 당선자 의견을 따르되 형식적으로는 이명박 대통령이 추천하는 모양새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국회 인사청문회 위원장을 여야가 번갈아 맡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장 인사청문회 위원장을 야당이 맡으면 박근혜 당선자에게는 더 중요한 총리 인사청문회 위원장을 여당이 맡게 된다는 계산이 작용했으리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 후보자의 각종 비리 의혹이 문제가 되자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이 육탄 방어에 나섰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인사청문회가 도살장이 되고 있다며 인격살인이라고 야당 의원들을 비난했고, 나성린 정책위 부의장은 좌파 언론이 국민 눈높이를 왜곡한 탓이라며 이 후보자를 두둔했다. 

이재오 의원이 돌발 행동을 한 배경

친박계가 강력한 방어막을 치던 이동흡 인준 정국에서 전환점은 1월23일 새누리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최고중진연석회의)였다. 다른 새누리당 청문위원과 다르게 인준 찬성과 반대 사이에서 모호한 태도를 취하던 김성태 의원이 이날부터 추천 의견을 내지 않겠다고 분명한 의견을 밝혔다.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당의 기류 변화를 주도한 사람은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이었다. 이 후보자를 겨냥해 트위터에 “비록 관례화된 특정경비라고 해도 공금을 사적 용도로 쓰는 것은 부패다.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등의 위법적인 사례를 저질러서는 안 되고 지난 일이라도 이해를 해달라거나 용서를 받아서도 안 된다”라고 비판 글을 올린 그는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 때 이런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주목할 것은 이 의원이 새누리당 회의에 참석해 당 운영과 관련해 발언한 것이 5년6개월 만이라는 점이다. 이 의원은 왜 대통령직 인수인계 기간에 박근혜 당선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돌발행동을 했을까? 

이와 관련해 언급되는 것이 1월17일 감사원의 4대강 관련 발표다. 이날 감사원은 4대강 사업과 관련한 2차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보의 안전성과 수질에 문제가 있다’고 공표했다.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이 의원은 이를 두고 “감사원의 4대강 감사는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한 우를 범했다. 특히 4대강 조사 시점과 결과 발표 시점이 다른 것은 조사 내용의 신뢰성에 의문을 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라고 비판했다. 4대강 사업은 이명박 대통령이 대표 치적으로 내세우는 사업이기도 하지만 이 의원 역시 ‘4대강 사업 전도사’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애정을 쏟았던 터였다. 

반면 친박 의원들은 국회 법사위 현안보고 자리에서 감사원을 두둔했다. 친박 핵심으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김회선 의원은 “감사원은 한국의 최고 감사기구다. 총리실이든 어디든 (감사원 감사 결과를) 사후 검증한 전례가 없다”라고 지적했고, 역시 친박인 노철래 의원은 “감사 결과를 보면 정말 총체적 부실을 한 덩어리로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4대강 사업을 비판했다.  

이동흡 후보자 인준 과정과 감사원의 4대강 사업에 대한 2차 감사 결과 발표 과정에서 드러난 친박·친이의 미묘한 힘겨루기를 또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 바로 인수위의 정부조직 개편안이다.   

애초에 교수 출신으로 ‘약체’ 인수위가 꾸려지자 친이계에서는 큰 틀의 변화가 없으리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의 장점은 계승하고 단점은 보완하는 방식의 자연스러운 승계가 되고 있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청와대 구성과 정부조직 개편안은 전반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단점만 보완하는 양상으로 짜였다. 

인수위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해양수산부 신설을 발표하고 특임장관실을 폐지했다. 이는 과학기술부와 해양수산부를 폐지했던 이명박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며 오히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의 조직으로 회귀하는 것을 의미한다. 

청와대 조직개편도 비슷한 양상이다. 대통령실을 대통령 비서실로 격하시키고 행정부처의 자율성을 높인 것은 대통령 비서실 권한을 키워서 행정부처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했던 이명박 대통령과 상반되는 행보다. 이명박 정부의 최대 취약점으로 꼽힌 안보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국가안보실장을 두겠다는 것도 대비된다.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당선자가 이처럼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방식을 뒤엎고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을 가진 상황에서 만약 이명박 대통령이 무리한 설 특사를 감행할 경우, 양측 간 파열음이 훨씬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상황이 노무현 정부 때의 ‘대북송금 특검’과 비슷하게 가고 있다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부정하는 것으로 읽힌 ‘대북송금 특검’도 처음에는 노무현 정부에서 주도한 것이 아니었다. 언론의 이런저런 폭로가 이어지고 보수 진영의 ‘대북 퍼주기’ 비난이 거세지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결국 특검을 받아들였는데, 이와 유사한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당선자의 스타일을 아는 측근들은 이런 예상을 부정한다. 당선자 비서실의 한 관계자는 “당선인은 ‘대통령직에 대한 존중’이 남다르다. 전 정부 공격을 통한 인기 전략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단언했다. 열린우리당 분당사태로까지 치달았던 ‘대북송금 특검’의 전철은 밟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친이계의 방어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친이 중진 의원은 “새 정부의 개혁을 차질 없이 추진하려면 집권 초기 여당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새누리당 의석이 154석에 이르지만 친이 의원 10여 명만 결집해도 큰 장벽이 된다”라고 말했다. 

‘신뢰’와 ‘통합’을 강조하는 박근혜 당선자의 성향과 친이 진영의 캐스팅보트 벼르기에 비추면 친박계의 ‘이명박 깎아내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변수는 있다. 총리 인준 등 야당의 협조가 필요할 때 야당이 ‘4대강 사업 특검’ 등을 조건으로 내건다면 뿌리치기 힘들 수도 있다. ‘이명박근혜’의 결말이 희극일지 비극일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고재열 기자  |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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