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1-07일자기사 'KBS 대선토론회 무산 반발, 토론방송위원 전원 위촉 거부'를 퍼왔습니다.
토론방송위원 5인 사실상 사퇴 … “공영방송 잘못된 처신” 비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일방적인 요구에 대선후보 토론회 프로그램을 무산시킨 KBS측에 자문을 해온 토론방송위원 5인 전원이 위촉식을 거부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이들의 KBS 토론방송 위원 위촉 거부는 사실상 사퇴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6일 KBS 선거방송기획단과 KBS 대선TV토론방송위원, 새노조 등에 따르면, 이정희 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엄길청 경기대 대학원 서비스전문대학원 교수, 범기수 성균관대 신방과 교수 등 5인의 KBS 토론방송위원은 지난 5일 오전 10시 열릴 예정이던 위원 위촉식에 불참의 뜻을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전날인 4일 KBS 측으로부터 오는 13~15일 예정됐던 KBS 대선후보 초청토론회 기획 자체가 무산됐다는 통보를 받고 각각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위원들은 위원 개개인이 판단해 결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박근혜 후보가 KBS의 편성계획을 벗어난 특정일정에 출연하겠다는 의사를 요청했다고 KBS가 공정성·형평성의 이유를 들어 아예 3인이 각각 다른 날짜에 출연하는 토론회 자체를 무산시킨 것은 잘못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의 이번 결정을 두고 KBS 새노조 등은 사실상 KBS 대선TV방송토론위원들이 사퇴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보고 있다.
이정희 외대 신방과 교수는 6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참여하는 것이 별 의미가 없었다”며 “토론위원회 목적이 토론회를 하는 것인데, 토론회가 무산됐다니 위촉식만 하는 것이 의미가 없고, 좀 우습기도 하고 해서 위원 개개인이 판단해 (위촉식에) 가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일요일인 지난 4일 KBS로부터 토론회 무산 통보를 받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이 교수는 “현재 아무 방송에서도 후보간 토론회를 하는 곳이 없는 상태에서 마지막 보루인 KBS에서 양자 또는 다자간 합동토론도 아닌 한 명씩 타운홀 방식으로 하는 유권자에게 중요한 선거정보를 제공하는 기회가 되는 방송을 할 수 있었는데도, 공영방송이 유권자의 알권리보다는 정치진영의 논리에만 신경을 쓴 것 아닌가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뇌부들이 늘 시청자 입장이라고 얘기하면서 이런 결정을 한 것은 기본적인 자세에서 봤을 때 잘못된 것”이라며 “두 사람이라도 하기로 했으면, 계획대로 진행하는 것이 KBS 공공성 문제로 봤을 때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 교수는 KBS의 이번 결정을 두고 “특정후보가 내놓은 입장에 대해 대처하는 방식이 문제가 된 것으로, 세간에서는 ‘특정후보 눈치보고 이런 결정을 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며 “KBS가 알아서 처신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게 돼 안타깝다”고 전했다.
엄길청 경기대 교수도 이날 인터뷰에서 “토론회가 무산됐는데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겠는가, 위촉식 자체가 과연 필요한가라고 판단해 위촉식에 가지 않기로 했다”며 “위촉장만 안받았을 뿐 몇차례 의견을 전달하는 등 위원으로서 실질적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위촉식 불참) 결정은 사실상 자진해서 그만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공정성과 형평성을 고려해 토론회를 연기(무산)했다는 KBS 보도본부 등의 주장에 대해 엄 교수는 “(후보 다자가 참가하는) 합동토론회 등에서나 공정성과 형평성을 거론하는 것이지, 이번 기획의 경우 한 사람 한 사람의 선거정보를 국민들에게 개별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기획된 것”이라며 “또한 후보자도 선택권이 있는 만큼 승낙서를 보내지 않은 박 후보의 입장도 하나의 선택이며, 승낙한 후보만으로 토론회를 해도 무방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KBS 쪽에서는 형평성이나 공정성 시비 때문에 원천적으로 기획자체를 무산시킨 게 아닌가 생각되지만 이번 사안의 경우엔 (그런 판단이)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KBS는 위원들이 위촉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KBS가 스스로 위촉식을 연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재성 KBS 홍보실장은 “어제(5일) 오전 10시에 위촉식이 예정돼 있었으나 아침 임원회의 때 이화섭 보도본부장이 ‘사태가 불거져있는 마당에 연기하겠다’고 말했다”며 “이에 따라 위촉식 자체를 연기하기로 결정하고 본인들에게 통보해준 것이지, 위원들이 위촉을 거부해서 연기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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