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7일 수요일

교과부 감사국장, 비리대학에 재학중


이글은 시사IN 2012-11-07일자 기사 '교과부 감사국장, 비리대학에 재학중'을 퍼왔습니다.
박준모 교과부 감사국장이 각종 비리 의혹을 받는 대학의 박사 과정에 적을 두고 있어 논란이 인다. 이 대학 학생과 교수들은 진정서에서 “박 국장 때문에 교과부가 학교에 손대지 못한다”라고 주장했다.

전국 고등교육기관의 부정비리를 감시해야 할 교육과학기술부 감사 총괄 책임자가 비리와 탈법 시비에 휘말린 한 사립대학의 박사과정에 적을 두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부동산학과 박사과정 6학기에 재학 중인 박준모 감사국장(60)이 장본인이다. 

이 대학 학생과 교수들은 최근 국회 교육위, 국민권익위, 교과부 등에 학교 비리에 대한 진정을 내고 실태 조사를 촉구했다. 진정 내용에는 “교과부 박준모 국장이 피감기관인 이 학교에 적을 두고 있기 때문에 교과부가 이 학교의 각종 부조리를 손대지 못했다”라는 주장도 포함돼 있다.

ⓒ시사IN 조남진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정문. 이 학교는 교수 기본급을 학생 모집 실적과 연동시켰다.

한때 ‘학생 모집 정지 3년’이라는 중징계를 당할 정도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벤처대학원대학교에 박준모 감사관이 입학한 때는 2010년 3월이다. 당시 그는 부산지검 부장검사로 재직하던 중 교과부의 개방형 감사관 모집에 특채됐다. 교과부 감사관은 교과부 소속 기관 및 전국 시도 교육청, 각급 대학과 산하기관 등의 부조리 척결을 총괄하는 막중한 임무를 띤 자리다.‘학생 모집 정지 3년’ 중징계 뒤 입학

공교롭게도 박 감사관이 피감기관인 벤처대학원대학교 박사과정에 입학한 때는 교과부의 학생 모집 정지 조처가 풀린 후 첫 학생을 받던 시점이었다. 그가 이 학교와 인연을 맺게 된 데는 최민섭 총장직무대행과의 사적 인연이 배경이 됐다고 한다. 그는 부장검사 시절 건국대 부동산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는데 당시 최 교수가 논문심사를 맡았던 것. 

그런데 이 학교 학생과 일부 교수들은 박 감사관이 교과부에 특채되던 시기부터 지금까지 피감기관에 적을 두고 있는 것이 부적절한 것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한다. 박 감사관이 이 학교에 다니는 동안 비정상적인 학생 모집이나 학위 장사 의혹 등을 놓고 다양한 비판과 진정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감독해야 할 교과부가 모른 체하고 있었던 것은 바로 박 감사관이 이 학교에 다니고 있어서가 아니냐는 의심이다.  

이에 대해 박 감사관은 “나는 감사관으로서가 아니라 학생 자격으로 다니고 있다. 수·목요일 이틀 낮 시간에 교과부에 연가를 내 조퇴하고 다녔다. 공무원에게 주어지는 장학금 10%를 제외하고 내가 특혜 받은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그의 박사논문을 지도하고 있는 최민섭 총장직무대행은 “박 감사관은 열성적인 학구파다. 수업을 한 번도 안 빠졌고 동아리 활동에서도 질문을 가장 많이 하는 등 열의를 보여 ‘다질상’까지 받았을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그러면 벤처대학원대학교는 어떤 학교일까. 학교법인 호서대학이 모재단인 이 학교는 2003년 정보통신 분야에 특화된 석·박사급 전문 인력을 양성한다는 목적으로 교과부의 설립인가를 받아 서울 삼성동에 문을 연 실무 중심 대학이다. 

하지만 이 학교는 설립 초기부터 파행적인 학사 운영으로 잡음이 일었다. 당초 석·박사 과정 전공을 2개 학과로 신청했다가 변칙적으로 17개 학과로 증설한 사실이 교과부에 적발돼 2007년부터 ‘학생 모집 정지 3년’이라는 강도 높은 징계를 당했다. 

사실상 대학 문을 닫으라는 것이나 다름없는 중징계를 겪은 후 이 학교는 그 타개책으로 교수들로 하여금 학생을 직접 모집해오도록 독려했다. 교수 기본급을 학생 모집 실적과 연동시킨 것이다. 박 감사관이 입학한 시점도 이때였다. 연간 학생 등록금은 850만원 선인데 학교는 교수에게 모집 학생 1명당 연간 등록금의 33.5%인 266만원을 기본급으로 책정했다. 30여 명을 모집해오면 연봉 1억원짜리 교수가 되는 셈이다. 그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이 학교에 다닐 수 없는 다른 지역의 교수 일가친척이나 지인 등을 학생으로 등록시키는 편법이 성행했다. 

다단계 피라미드 조직의 수당체계를 떠올리게 하는 이런 학생 모집 방식으로 인해 이 학교 교수들은 학위 장사에 내몰렸다. 한 교수는 “모집한 학생이 수업에 나오지 않아도 학점을 줄 수밖에 없었다. 다음 학기에 등록하지 않으면 교수 월급이 깎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모재단인 호서대학이 전입금을 거의 내지 않은 점도 교수들의 무리한 학위 장사를 부채질했다. 

이 학교의 문제는 비단 비교육적인 학생 모집 방식에만 그치지 않는다. 산업체와 학교가 계약을 맺어 석·박사를 배출한다는 이른바 ‘계약학과’ 제도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맞춤형 직업교육을 위해 등록금의 50%는 계약한 산업체가, 나머지 50%는 산업체 소속 학생이 부담한다는 계약학과제도는 명분과 달리 탈법과 편법의 온상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일부 교수는 교과부가 계약학과 대상 산업체 기준을 재직자 고용보험 가입 여부만으로 확인하는 허점을 이용해 쉽사리 위장 업체를 차리고 학생 모집을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대표적인 경우가 커피 전공 계약학과로 운영한 ㈜커피 황금나무다. 이 업체는 계약학과 모집 시기에 급히 설립됐다. 학생들 중 상당수는 이 업체 정식 직원이 아니며 광주·대전·부산·경북·경남 등 전국에 흩어져 거주한다. 이들이 매주 서울의 학교에 출석해 수업을 받는 건 쉽지 않다. 그런데도 14명이 보건학 석사를 받았고, 5명은 보건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교과부 제공 박준모 감사국장(위)은 부산지검 부장검사로 재직하던 중 교과부의 개방형 감사관 모집에 특채됐다. 교과부 감사관은 각급 대학의 부조리 척결을 총괄하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다.

피라미드처럼 교수가 학생 모집?

자기가 재학 중인 대학에서 이처럼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데 대해 박준모 감사관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는 “수업은 열심히 참석해 들었지만 교과부 감사관이라는 자리 때문에 학사 행정에 개입한다는 오해를 살까봐 일절 간여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국회 교육위원실에 이 대학 비리에 대한 민원이 들어와 감사관실 부하직원들에게 ‘나를 의식하지 말고 철저히 조사해서 원칙대로 처리하라’고 지시했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마따나 교과부 감사관실이 이 학교 감사에 나선 때는 9월17일부터 10일간이다. 지난 6월 민원이 들어왔을 때도 꿈쩍 않던 교과부 감사관실이 이처럼 감사에 나선 것은 국회 국감을 의식한 측면이 커 보인다. 

그런데 교과부는 감사가 끝난 지 한 달이 넘도록 감사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박 감사관의 한 부하직원은 “우리 국장님에 대한 투서도 들어 있어서 엄정히 조사하고 있다. 이 학교의 학사운영 비리는 조사결과 많은 부분이 사실로 드러났다. 추가 조사가 끝나는 대로 강도 높은 처분을 내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 감사관은 향후 처신을 묻자 “6학기까지 와서 학교를 그만두기도 뭐해 끝까지 박사논문을 쓰겠다”라고 밝혔다.

정희상 기자  |  minju518@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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